정부가 축산물 유통 체계의 현대화와 가격 안정을 위해 ‘축산물 유통법’ 제정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추진되는 법안의 세부 내용이 과거 발의안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업계의 주의가 요구됩니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선 ‘거래가격 조사’ 조항의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법안을 기준으로 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두 번의 발의, 같은 장관 다른 정부
축산물 유통법은 제22대 국회 출범('24년 5월) 이후 지난 2024년 7월(윤석열 정부, 관련 기사)과 2025년 11월(이재명 정부, 관련 기사) 두 차례에 걸쳐 발의됐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두 시기 모두 현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장관이 부처를 이끌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임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성격이 바뀜에 따라 법안이 지향하는 ‘돼지 거래가격 조사’의 법적 근거는 그 궤를 달리하게 됐습니다. 참고로 지난해 11월 발의는 문대림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 제주갑)이 추진했으나 정부로부터 입법을 부탁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조건부 조사(제15조)’ vs ‘상시 조사(제8조)
2024년 7월 발의안(윤석열 정부)의 경우 제15조 돼지 거래가격 조사는 ‘조건부’ 성격이 강했습니다. 경매 물량 비중이 적어 경매 가격이 시장 상황을 대표하기 어려울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거래가격을 조사(보고)할 수 있도록 규정했습니다.
2025년 11월 발의안(이재명 정부)의 경우 거래가격 조사는 제8조에 기반합니다. 이는 조건부 조사가 아니라, 원활한 정책 수립을 위해 축산물의 유통 경로, 비용, 거래 가격 등을 상시적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명문화한 것입니다.
'제15조를 없애라'라는 요구는 틀린 번지수
현재 축산업계 일각에서는 과거 발의안의 내용을 근거로 '제15조(축산물 거래가격의 보고·공개) 일부 조항을 삭제·변경해달라'는 요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현재 추진 중인 법안의 내용을 착각한 결과입니다.
"가공업체의 돼지 정산·구입가격을 조사·공개하여 농가와 업체가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며, 돼지 거래가격 조사·공개는'축산물 유통법'을 통해 제도화할 계획" - 지난 13일 농식품부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 발표 일부
최근 농식품부가 제정 의사를 분명히 한 법안은 '이재명 정부'의 안을 기반으로 합니다. 당연합니다. 이재명 정부의 농식품부이니 말입니다. 이 법안에서는 이미 조사의 근거가 '실태조사'라는 포괄적이고 상시적인 개념(제8조)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즉, 사실상 이미 폐기된 '과거의 제15조'를 삭제·변경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행 입법 추진 방향과는 번지수가 맞지 않는 셈입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