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와 동물복지 규제 강화가 전 세계 양돈산업의 ‘새 표준’으로 굳어지는 가운데, 가장 취약한 고리는 국내 양돈농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양돈 선진국들은 이미 ASF 대응 체계와 동물복지 전환 경험을 축적하며 비교적 빠르게 적응하고 있지만, 그들조차도 동물복지 규제에 따른 생산비 상승과 ASF로 인한 수출 불안정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동물복지 전환의 ‘초기 단계’에 있는 데다 ASF 위험도 전국 단위로 확대되는 양상이라는 점입니다. 이 과정에서 생산 차질이 현실화되면 수급을 맞추기 위해 수입 확대가 불가피해지고, 그 부담이 국내 농가의 생존 기반을 더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동물복지 규제는 결국 사육방식과 시설을 바꾸게 만들고, 그 비용은 생산비로 반영됩니다. 선진국은 전환 속도와 제도 정착이 우리보다 앞서 있지만, 규제가 강화되는 이상 돈가 상승 압력은 누적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ASF는 단순히 ‘발생국의 물량 감소’ 문제가 아니라, 이동 제한·검역 강화 등 거래 조건을 바꾸며 수출을 불안정하게 만듭니다. 결국 선진국 역시 ASF와 동물복지라는 두 변수가 겹칠수록 돈가가 오르거나 출렁이는 구조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국내 상황은 더 복합적입니다. 동물복지 전환이 초기 단계인 만큼 시설 개선과 운영 변화에 따른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ASF 위험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흐름이 이어진다면, 농가 단위의 방역 부담은 커지고 생산 차질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만약 국내 돼지고기 생산에 문제가 생기면 시장은 즉각 수입 확대 압력을 받게 됩니다. 단기적으로는 공급 공백을 메우기 위한 선택일 수 있지만, 수입 물량이 늘어날수록 국내 돈가가 압박을 받고, 농가의 투자 여력과 생산 기반은 더 약해질 수 있습니다. ‘ASF·복지 대응 비용 증가’로 이미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수입 확대에 따른 가격 압박’까지 겹치면 국내 농가는 이중고에 놓이게 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해외도 ASF와 동물복지로 생산비가 오르고 가격이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국내 생산이 흔들릴 때 수입을 늘리더라도, 수입 상대국의 돈가 자체가 상승하거나 변동성이 커지면 수입단가 역시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즉 “싼 수입 돼지고기로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전제가 성립하기 어려워지는 구조입니다. 결과적으로 한돈은 전환비용과 방역 부담으로, 수입육은 해외 생산비 상승과 교역 불안으로 가격이 함께 올라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 체감하는 결론은 단순합니다. 한돈이든 수입육이든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곧바로 우리나라 먹거리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국내 생산 기반이 약해질수록 위기 때 대응력은 떨어지고, 그 빈자리를 메우려는 수입은 더 비싸지고 불안정해지는 악순환이 우려됩니다.
ASF와 동물복지라는 거대한 변화의 파고 속에서 정책의 중심 질문은 “부족하면 수입으로 메우자”가 아니라, “국내 생산 기반을 지키면서 전환 비용과 방역 리스크를 어떻게 흡수할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근선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