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돈산업에서 돼지 유래 혈분·혈장단백(이하 혈분) 사용을 줄이거나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ASF 등 악성 질병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질병 차단을 위해 ‘동종 유래 원료’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산업 전반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사료 내 동물성 부산물 원료 관리 강화를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한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관련 기사). 업계에서는 향후 한돈산업의 사료 기준 자체가 ‘동종 유래 원료 배제’ 방향으로 이동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혈분은 자돈 초기 성장에 있어 핵심 원료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단백질 함량과 아미노산 조성이 우수하고 기호성이 높아 이유 직후 자돈의 섭취량과 증체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사료업계는 혈분 없이도 성장과 면역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정밀 영양 설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곤충 단백질(동애등에)을 비롯해 농축대두단백(SPC), 발효 대두박, 어분 등 다양한 대체 원료를 조합해 장 건강과 면역 안정성을 높이는 방식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혈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단일 원료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 여러 기능성 원료를 정교하게 조합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해외에서는 이미 혈분 없이 생산되는 사료가 적지 않은 만큼, 성장 자체를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다만 기존처럼 이유 직후 최대한 많이 먹이고 빠르게 키우는 ‘고성장 중심 컨셉’은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핵심은 단기 증체 경쟁이 아니라 ‘안정적인 성장과 빌드업’이라고 강조합니다. 혈분 없이 설계된 사료는 초기 성장 속도가 다소 완만할 수 있지만, 장 상피세포와 면역 체계를 안정적으로 형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것입니다.
특히 환기·위생·밀사 관리 등 농장 환경 수준이 높고 질병 컨트롤이 우수한 농장의 경우에는 후반 성장에서 충분히 만회하거나 오히려 역전하는 사례도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 현장 전문가는 “초기에는 성장 곡선이 다소 낮아 보일 수 있지만, 3호 후반부나 후기 자돈 단계에 들어가면 충분히 따라잡거나 더 좋은 성장 효율을 보이는 경우들도 있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단순한 초기 증체보다 장 건강과 면역 기반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구축하느냐”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현실적인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동애등에, 농축대두단백, 발효 대두박, 어분 등 대체 원료 대부분의 가격 부담이 여전히 높기 때문입니다. 농가들은 질병 리스크 차단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사료비 상승 부담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대체 단백질 원료의 대량 생산 체계 구축과 가격 경쟁력 확보, 정책적 지원 확대 등이 함께 추진돼야 ‘혈분 없는 사료’가 안정적으로 현장에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근선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