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처방제가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정부는 동물용의약품의 오남용을 막고 축산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처방대상 의약품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습니다. 현재 항생제와 호르몬제 등 주요 동물용의약품은 수의사의 처방 없이는 구매할 수 없으며, 처방전도 모두 전자처방전으로 발급·관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 시행 만 13년째를 맞이한 지금도 현장에서는 수의사 처방제에 대한 이런저런 불만과 잡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특히 처방전 발급 요건과 처방전 수수료, 그리고 진료에 대한 보상체계는 여전히 논란거리입니다.
먼저 분명히 할 점이 있습니다. 수의사 처방전은 상담만으로 발급할 수 없습니다.
수의사법 제12조는 수의사가 직접 진료하거나 검안하지 않고는 처방전을 발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법제처는 지난 2015년 "수의사가 동물을 진찰하지 않고 동물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와 증상에 대해 상담하는 것은 수의사법상 진료로 볼 수 없다"고 해석했습니다. 또한 동물용의약품을 처방하기 위해서는 시진·청진·촉진 등을 통해 동물을 직접 진료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농장주와 전화 통화를 하거나 관리자로부터 증상을 전달받는 것만으로는 법이 요구하는 진료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수의사는 실제 농장을 방문해 대상 돼지를 직접 진찰한 뒤 처방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이른바 '대면진료'입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양돈장 진료는 반려동물 진료와 환경이 다릅니다. 수의사는 차량을 이용해 농장까지 이동한 뒤 농장의 차단방역 절차에 따라 출입해야 합니다. 방역실과 전실을 거치고 장화를 교체하는 등 농장별 방역 규정을 준수해야 합니다. 이후 돈사에 들어가 대상 돼지를 직접 확인하고 진찰한 뒤 필요한 경우 부검이나 시료 채취를 실시합니다. 진료가 끝난 뒤에도 다시 방역절차를 거쳐 농장을 빠져나와야 합니다.
처방전 하나를 발급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 그리고 전문성이 투입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처방전 수수료 상한은 5,000원입니다.
'수의사법 시행규칙'은 수의사가 처방전 발급 대가로 받을 수 있는 수수료의 상한액을 5,000원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시행 첫 해부터 지금까지도 수수료 없이 처방전이 발급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수수료가 지급되는 예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무진료처방, 과잉처방, 허위처방 등이 일상적으로 일어납니다.
여기서 제도적 의문이 제기됩니다.
정부는 항생제와 호르몬제 등의 사용을 관리하기 위해 수의사 처방제를 강화해 왔습니다. 하지만 처방의 전제가 되는 진료행위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체계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처방전 발급 자체로는 사실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의사의 농장 방문과 진료, 처방 책임은 계속 확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현재는 모든 처방전이 전자처방전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의약품 사용 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전자처방전은 처방 결과를 기록하는 시스템일 뿐, 처방 이전에 이뤄진 진료의 적정성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의사 처방제의 목적은 분명합니다. 항생제 오남용을 막고 축산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처방제의 성패는 전자처방전 건수나 처방대상 품목 수가 아니라 현장에서 처방을 위해 얼마나 충실한 진료가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수의사 처방제 시행 13년. 이제는 농가와 수의사에게 해결책을 묻기보다 제도를 설계한 정부가 답할 차례입니다.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처방전이 발급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