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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아직 농장별 '맞춤형 PRRS 백신'이라는 것은 없다!

농장 유행 PRRS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 자료 통해 효과가 좋은 시판 백신 선정 불가능...새 바이러스 유입 모니터링으로서 의미

최근 정부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맞춤형 PRRS 백신' 공급 체계 구축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농장 바이러스(ORF5)를 정밀 분석해 시판 백신 가운데 효과가 가장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백신을 찾아 제공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적극 행정'의 일면으로 매력적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현장을 오도하는 비과학적 행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적어도 PRRS 바이러스와는 동떨어진 아이디어라는 것입니다. 

 


'맞춤형 백신론'의 가장 큰 맹점은 유전자 상동성(Homology)이 높을수록 백신 효과가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입니다. 하지만 이는 이미 20여 년 전 아이오와 주립대(ISU) 연구를 통해 일찌감치 부정된 바 있습니다(관련 논문). 국내외 전문가 다수도 연구 결과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지난 '24년 5월 우리나라를 방문한 Clayton Johnson 수의사(Carthage Veterinary Service)는 '백신주와 유전적으로 90% 일치하는 야외주보다 상동성이 75%에 불과해 훨씬 멀게 느껴졌던 야외주에서 백신의 폐 병변 감소 효과가 10배 이상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유전자 일치도라는 '숫자'가 백신의 실제 방어력을 예측하는 나침반이 될 수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라고 말했습니다(관련 기사).


서울대학교 채찬희 교수는 이를 열쇠와 자물쇠의 관계에 비유합니다. PRRS 바이러스는 구제역보다 변이가 빠르며 농장 내에서도 실시간으로 진화합니다. 유전자 분석상 서열이 비슷해 보여 열쇠 구멍에 꽂을 수는 있을지언정(상동성), 항원성의 미세한 변화로 인해 정작 자물쇠를 돌리지 못하는(방어 실패)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입니다(관련 기사).

 

여기에 써코바이러스(PCV2)나 마이코플라즈마 같은 복합감염 요인이 개입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집니다. PRRS 백신 자체의 매칭보다 돈군의 기초 면역력이 백신 효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유전자 분석 기술을 백신을 고르는 '점술판'이 아니라, 적의 유입을 감지하는 '레이더'로 써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정기적인 분석을 통해 평소 보지 못한 유전자 패턴이 감지되면, 이를 외부 유입의 신호로 보고 차단방역의 구멍을 찾아내는 역학 조사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훨씬 실효적이라는 제언입니다.

 

결국, 진정한 의미의 과학적 방역은 검증되지 않은 '맞춤형'이라는 수식어에 매몰되는 것이 아닙니다. 정부는 농가에 실효성 없는 백신 매칭을 권고할 것이 아니라, 지역 단위의 포괄적 모니터링을 통해 농가가 스스로 방역의 고삐를 죌 수 있는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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