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제역 SAT1형 백신 접종 대상을 소와 염소 등 반추류로 한정하고 돼지를 제외하기로 하면서, 한돈업계 안팎에서 “한돈산업만 방역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특히 소와 돼지 차량이 함께 오가는 도축장과 사료공장, 거점소독시설 등 공용 인프라를 통한 교차 오염 가능성이 핵심 위험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한돈농가들은 백신 물량이 제한된 상황에서 정부가 우선순위를 정한 배경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입니다. 다만 돼지에 대한 백신 방어막이 없는 상황에서, 기존과 같은 농가 책임 중심 방역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업계는 “현재 구조에서는 한돈농가가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인프라를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합니다. 공기전파 되는 구제역 특성상 농장 방역을 강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실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도축장입니다. 백신을 접종한 소는 감염되더라도 임상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정 기간 바이러스를 배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소가 도축장에 출하될 경우, 동일 시설을 이용하는 돼지 운송차량과 계류장, 작업 장비, 출입 동선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간접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료공장 역시 위험 요소로 꼽힙니다. 국내 상당수 사료공장은 소와 돼지 사료를 함께 생산하거나 동일 물류망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축종이 다른 차량들이 공장 내부와 하역장, 출입구를 공유하게 되는데, 차량 바퀴와 하부, 운전자 동선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방역 최전선으로 여겨지는 거점소독시설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현재 상당수 시설이 축종 구분 없이 운영되고 있는 만큼, 소 차량과 돼지 차량이 동일 시설에서 연속적으로 소독받는 과정 자체가 오히려 ‘오염 집중 지점’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소 중심 백신 정책을 유지하더라도 최소한 차량 동선 분리와 축종별 전담 운영체계는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농가들은 보상 체계 문제도 함께 거론하고 있습니다. 현행 제도에서는 구제역 발생 시 신고 지연이나 방역 미흡 등을 이유로 살처분 보상금이 대폭 감액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SAT1형의 경우 정부 정책상 돼지 백신 자체가 제외된 만큼, 기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행정적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업계에서는 국경 검역 강화 필요성도 함께 제기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발생국발 축산물 반입, 국제우편과 휴대축산물 등에 대한 검역 수위를 더욱 높이고, 해외 유입 바이러스 검출 현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일시적 점검 강화 수준을 넘어, 실제 바이러스 이동 가능성을 차단하는 실무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입니다.
한돈산업 관계자들은 도축장과 사료공장 내 축종별 동선 분리, 차량 전담제 운영, 거점소독시설의 축종별 분리 운영 가이드라인 마련 등 보다 정밀한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 한돈산업 관계자는 “돼지에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외부 오염 가능성을 차단하는 국가 단위 관리가 훨씬 정교해져야 한다”며 “농가 희생만 요구하는 방역이 아니라, 정부의 과학적 정책 설계와 합리적 보완책이 함께 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근선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