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초 전국을 뒤흔든 ASF의 확산 원인으로 '돼지 혈장단백질'이 포함된 사료 유통망을 공식 지목했습니다. 완제품 사료의 감염력 실험에서는 증상이 발현되지 않았으나 , 유전자 분석과 물류 역학조사 결과 도축장 부산물에서 시작된 바이러스가 혈장단백질을 포함한 사료를 통해 전국 농가로 수평 전파된 고리가 명확히 입증되었습니다.
ASF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가 19일 발표한 역학조사 중간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 16일부터 3월 16일까지 전국 7개 시·도에서 총 24건의 ASF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이번 발생은 기존 주요 발생지였던 경기·강원·경북을 넘어 충남·전북·전남·경남 등 비발생 지역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전장유전체 분석 결과, 전체 24건 중 21건이 국내 야생멧돼지 유전형(IGR-II)이 아닌 해외 발생 유형인 'IGR-I'형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들 21건의 바이러스는 모두 지난해 11월 충남 당진의 발생농장 바이러스와 유전자가 99.6% 이상 일치하는 상동성을 나타냈습니다(관련 기사). 백두대간을 통해 서서히 번지는 야생멧돼지 전파와 달리, 단기간에 전국으로 바이러스가 튄 배경에 '공통의 광역 유통망'이 작용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방역당국이 재구성한 오염 경로는 치명적이었습니다. 지난해 11월 24일 충남 당진 농장의 확진 판정 이전에 이미 감염 추정 돼지가 도축장으로 출하되었고, 해당 도축장에서 수집된 돼지 혈액이 사료 원료 제조업체로 흘러 들어간 것입니다.
이 혈액을 원료로 가공된 '돼지 혈장단백질'과 이를 사용해 제조된 '배합사료'에서는 당진 발생주와 동일한 ASF 바이러스 유전자(IGR-I)가 실제로 검출되었습니다. 이후 이 사료들이 유통망을 타고 전국 농가에 공급되면서 동시다발적인 발병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입니다.
정부가 실시한 바이러스 감염력 확인 실험 결과는 원료 관리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검역본부 역학조사 중 수거(2.19)된 돼지 유래 혈장단백질을 4주령 이유자돈에 접종한 결과, 7~9일 만에 돼지가 모두 폐사하며 급성형 고병원성 감염력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위간 림프절 충·출혈, 비장 및 림프절 종대 등 전형적인 ASF 증상이 동반되었습니다.
주목할 점은 해당 시료가 '건조 직후 3주간의 저장 공정'을 거치지 않은 채 냉장 보관되었던 검사용 시료였다는 사실입니다. 사료 원료 제조 공정상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핵심 안전장치인 '3주 숙성 기간'이 현장에서 철저히 지켜져야 함을 반증하는 결과입니다.
반면, 이 혈장단백질을 혼합해 만든 완제품 배합사료(2.24, 홍성 돼지 농장 수거 시료)를 급이한 실험에서는 돼지들에게서 임상증상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방역당국은 이에 대해 "사료 제조·처리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희석되었고, 농장 실온 보관 과정에서 활성도가 저하되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중수본은 포천·연천 발생농장(3건)은 기존 국내 야생멧돼지 유전형(IGR-Ⅱ)이 검출되어 야생멧돼지에서 농장 사육 돼지로 전파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불법 축산물 유통·판매 단속에서 적발된 미신고 축산물 6개 품목에서 ASF 유전자가 3건 검출(IGR-Ⅱ) 되어, 해외 불법 축산물 반입·공유 등으로 인한 농장 내 오염원 유입 가능성도 확인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ASF 사태로 사료 원료 공급망의 방역 취약성이 입증됨에 따라 정부는 선제적 차단 조치에 돌입했습니다.
우선 전국 돼지 도축장(64개소)에서 출하되는 돼지에 대한 정밀 검사를 진행 중이며, 돼지 혈액 원료를 사료 공장에 공급하는 도축장 36개소의 혈액탱크를 대상으로 매일 시료를 채취해 주 1~2회 정밀검사를 실시하는 상시 검사체계를 구축해 지난 3월 12일부터 가동하고 있습니다.
중수본은 향후 생산자단체, 도축장, 단미사료 생산업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돼지 혈액 유래 사료의 근본적인 관리 강화 방안을 확정하고, 이를 포함한 종합적인 'ASF 전 주기 방역관리 강화계획'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입니다.
농식품부 박정훈 식량정책실장은 "ASF 재발 방지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 입국 단계부터 도축장, 야생멧돼지 유입 차단까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양돈농가에서도 사람과 차량의 출입 통제, 불법 축산물 반입 금지 등 기본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의심 증상이 보이면 즉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