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남 영암과 무안 지역에서 발생한 구제역의 구체적인 바이러스 유입 경로와 전파 원인이 공식 규명되었습니다.
최근 농림축산검역본부(이하 검역본부)가 발간한 역학조사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는 몽골 등 해외에서 유행하던 바이러스가 불법 반입된 축산물이나 국제우편물 등을 통해 국내로 흘러 들어오면서 시작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국내 유입 이후, 평소 구제역 예방접종을 소홀히 하여 면역력이 형성되지 않았던 '백신 미흡 농가'들을 정확히 타겟으로 삼아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25년 영암·무안 구제역 사태, 한 달간 총 19건 확진
지난해 구제역 사태는 3월 13일 전남 영암군 소재 한우농장에서 침흘림과 가피 등 구제역 의심 증상이 신고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는 2023년 5월 충북 발생 이후 약 1년 8개월 만의 재발이었습니다.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는 매우 매서웠습니다. 최초 신고 다음 날인 3월 14일 인근 한우농장에서 3건이 추가로 발생했고, 3월 15일에는 인접 시군인 무안군의 한우농장에서 1건, 그리고 3월 17일부터 23일까지 영암군의 한우농장에서 9건이 잇따라 추가 확인되었습니다. 이후 무안군의 돼지농장으로도 불길이 번져, 4월 10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 예찰 검사에서 돼지농가 5건이 최종 확진되었습니다.
이로써 전남 지역에서만 소 농장 14곳, 돼지 농장 5곳을 합쳐 총 19건의 구제역이 발생했으며,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살처분된 가축은 소 491마리, 돼지 6,985마리 등 총 7,524마리에 달해 우리 축산업계에 깊은 상흔을 남겼습니다.
방역당국은 즉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발생 및 인접 시군에 '심각' 단계를 발령하는 등 강력한 이동통제와 긴급 일제 백신 및 소독을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마지막 발생일로부터 87일만인 7월 8일에 이동 제한이 모두 해제되었고, 7월 9일자로 위기 단계가 '관심'으로 조정되면서 약 4개월에 걸친 구제역 상황이 공식 종료되었습니다.
몽골 발생 바이러스와 98.1% 일치… 뚫려버린 국경검역이 화근
검역본부가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정밀 분석한 결과, 이번 바이러스는 ‘O/MESA/Ind-2001e’ 유전형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최근 몽골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와 무려 98.1%라는 매우 높은 유전자 상동성을 나타냈습니다. 반면 동남아(캄보디아, 베트남) 발생 주와는 일치도가 93.3%에서 95.7%로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또한 과거 국내에서 발생했던 유전형들과는 구분되는 단일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어, 국내에 잔존하던 바이러스가 재유행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즉, 해외로부터 바이러스가 새로 유입된 것이 확실하다는 방증입니다.
보고서는 바이러스의 구체적인 유입 경로로 국경 검역을 거치지 않은 '불법 휴대 축산물'과 '국제우편 및 특송화물'을 지목했습니다. 실제로 가축 전염병 발생국 등으로부터 불법 휴대 축산물 반입이 지속되면서 위험성이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조사 기간(24년 9월~25년 2월)에만 휴대 축산물 불합격 실적이 28,026건(31.9톤)에 달했으며, 이 중 구제역 발생국에서 들어온 것만 17,976건(17.1톤)에 이르렀습니다.
여기에 국내 체류 외국인이 증가함에 따라 해외 가축 전염병 발생국으로부터 날아오는 국제우편물과 특송화물도 심각한 사각지대로 드러났습니다. 같은 기간 특송물품 중 축산물 불합격은 9,281건(52.3톤), 국제우편 축산물 불합격은 2,646건(7.2톤)에 달해 검역 당국의 손길이 닿지 않는 음성적 유입 경로가 상존하고 있음이 수치로 확인되었습니다(관련 기사).
이렇게 유입된 바이러스는 외국인 밀집 지역의 무허가 식품 매장 등을 통해 유통되었습니다. 실제로 방역당국이 영암과 무안 인접 9개 시군의 외국식료품 판매업소 35개소를 긴급 점검한 결과, 5개소에서 우육 및 돈육 함유 제품 등 불법 수입 축산물 7개 품목을 무표시 상태로 판매하다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건초 등 농장물품, 선기내 남은 음식물, 수입 중고 농기계 등을 통한 유입 가능성은 예찰 및 매뉴얼에 따른 폐기 처리가 철저해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백신 소홀히 한 농가가 첫 타겟… 국내 최초 '야생 고라니' 항체 양성 확인
해외에서 유입된 바이러스가 축산 밀집 지역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일차적인 원인은 다름 아닌 '예방접종 소홀 농가' 때문이었습니다. 구제역 백신 접종이 미흡해 면역 공백이 생겨 있던 영암 지역의 농가가 일차적인 타겟이 되었고, 이 농장에서 바이러스가 다량으로 증폭된 것입니다. 이후 농장을 오가는 출입자와 축산 차량 등 차단방역이 느슨했던 주변 농장들로 도미노처럼 번져나갔습니다. 농가 스스로 백신 접종을 철저히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증명된 셈입니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서 주목해야 할 가장 특이한 점은 우리나라 구제역 역사상 처음으로 국내 야생동물에서 구제역 항체가 검출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기존 2023~2024년 멧돼지와 고라니 등 국내 야생동물 모니터링에서는 전 건 음성(검역본부 3,351건, 야생동물질병관리원 1,090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 전남 발생지역 인근에서 2025년 5월 말 수집된 야생 고라니 시료에서 처음으로 양성이 확인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함평에서 수집된 고라니 2건에서 NSP(감염) 항체가 나왔고, 장성에서 수집된 고라니 1건에서 SP항체 및 중화항체가 검출되었습니다(관련 기사). 방역당국은 "야생 고라니가 구제역 바이러스의 매개체 역할을 했을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공식 수렴했습니다. 이는 야생동물이 농장 사이를 이동하며 바이러스를 나르는 살아있는 매개체가 되었을 수 있음을 뜻하며, 앞으로의 구제역 방역을 야생동물 서식지 환경 전반으로 넓혀야 함을 시사합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역학조사위원회의 제언과 향후 과제
보고서 발간에 참여한 역학조사위원회는 이번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먼저 백신접종 관리와 모니터링 체계, 농장 등 축산관계시설의 차단방역 수준, 조기 신고를 위한 농가 교육 등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또한, 이번 구제역의 근본적 화근인 불법 축산물 유입을 막기 위해 휴대축산물, 특송화물 및 국제우편 등에 대한 검역뿐만 아니라 외국식료품 판매업소 등에 대한 점검을 강도 높게 실시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