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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년째 MSY 18두대 정체, 농장만의 잘못 아니다!

대한민국 돼지농가, 높은 감염압력과 이상기후로 인해 일상적으로 생산성 위협받고 있는 상황....공공방역 및 시설현대화 규제 개선해야

지난해 한돈산업의 성적표를 담은 '한돈팜스 전산성적 결과'를 보면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전국 한돈농가의 평균 MSY가 18.9두를 기록하며, 또다시 19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수년째 깊은 박스권에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다산성 모돈 도입과 농가들의 남모를 노력으로 PSY는 22.4두까지 부쩍 늘어났는데, 정작 시장으로 출하되는 돼지는 제자리걸음인 이 기막힌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정부나 일각에서는 유럽 선진국의 MSY와 비교하며 여전히 농가의 관리 부실이나 실력 부족을 탓하곤 합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지금의 18두대 정체는 결코 농가 개인이 게으르거나 개선의식이 없어서 생긴 결과가 아닙니다. 개인이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구조적 한계와 정책적 방치가 겹쳐진 '시스템의 실패'이자, 억울한 시각일 뿐입니다.

 

가장 아픈 아킬레스건은 농장 밖에서 매일 새로운 병원체가 '배달'되는 무방비한 방역 인프라에 있습니다. 농가가 밤새워 분만사를 돌보고 소독약을 뿌려대면 무엇합니까? 전국 도축장의 바이러스를 묻힌 출하차량들이 '거점소독시설'이라는 유명무실한 관문만 통과해 매일 농장 앞마당과 상차대까지 무차별적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형식적인 소독필증 발행에 그치는 지금의 거점소독 체계로는 농장 간 질병의 수평 전파 고리를 결코 끊어낼 수 없습니다.

 

여기에 이상기후로 길어진 폭염은 농가의 일상을 통째로 흔들고 있습니다. 4개월 넘게 이어지는 무더위 속에 모돈의 면역력은 바닥을 치고, 이로 인해 면역 공백을 안고 태어난 자돈들은 가을·겨울 환절기가 되면 어김없이 각종 소모성 질병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집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그동안 정부의 방역 정책은 ASF나 구제역 같은 '국가 재난형 질병'의 규제와 이동제한에만 90% 이상 쏠려 있었습니다. 농가의 지갑을 갉아먹고 생산성을 주저앉히는 진짜 주범인 소모성 질병에 대해서는 "농가가 백신 맞추고 알아서 하라"며 사실상 나몰라라 방치해 온 것이 냉정한 현실입니다. 백신만으로는 변이가 심한 PRRS나 전파력이 강한 PED를 막는 데 명확한 한계가 있음에도 말입니다.

 

이런 가운데 그나마의 해법으로 외부의 기후 역습과 병원체로부터 농장을 완전히 격리하는 '축사시설 현대화'가 있습니다. 내부 환경을 정밀 제어하는 스마트 무창돈사를 짓고 동선을 물리적으로 단절해 생산성 향상을 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규제의 덫에 가로막혀 있습니다. 현대화를 하고 싶어도 지자체의 촘촘한 거리 제한 조례와 악취 민원에 막혀 삽 한 자루 뜨지 못하는 농가가 태반입니다. 정부는 돈을 빌려줄 테니 고치라 하고, 지자체는 인허가를 안 내주는 이 모순 속에서 농가는 낡은 개방형 돈사를 안고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인프라 속에서 우리 농가들이 짜낸 MSY 18.9두는 어쩌면 현재 구조에서 도달할 수 있는 '최선의 성적'일지도 모릅니다. "돼지가 죽는 것은 농장 탓"이라는 편리한 핑계를 이제는 멈추어야 합니다.

 

정부가 도축장과 축산차량, 농장간의 교차오염을 막는 진짜 '공공 방역'을 완수하고, 지자체가 시설 현대화를 가로막는 '규제의 대못'을 뽑아줄 때, 비로소 한돈산업은 MSY 19두를 넘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구조가 바뀌어야 성적이 바뀝니다. 농가에게만 지워진 무거운 짐을 이제는 정부와 산업 전체가 나누어 져야 할 때입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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