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양돈농가들은 흔히 문제가 발생하면 전문가를 찾습니다. 돼지가 아프면 수의사를 부르고, 성적이 떨어지면 사료회사의 도움을 받습니다. 환기나 냉방에 문제가 생기면 시설 전문가를 찾고, 경영에 어려움이 있으면 컨설턴트를 찾습니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혼자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오늘날 양돈산업은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운영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해졌습니다. 질병, 영양, 번식, 환경, 시설, 데이터, 경영, 탄소중립, 동물복지, 각종 규제까지 농장이 알아야 할 분야는 끝이 없습니다. 과거처럼 경험과 감에만 의존해 농장을 운영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그렇다고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외부 전문가의 역할은 농장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데 있습니다. 농장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더구나 전문가가 제시하는 처방이 항상 정답인 것도 아닙니다. 같은 질병이라도 농장마다 원인이 다르고, 같은 시설이라도 운영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결국 농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전문가가 아니라 농장주 자신입니다.
최근 양돈현장에서는 "어느 전문가가 좋다", "어느 컨설턴트가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물론 좋은 전문가를 만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전문가의 조언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수준에 있는가?"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농장은 전문가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가 바뀌면 방향이 바뀌고, 전문가가 떠나면 길을 잃게 됩니다. 농장의 경쟁력이 농장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존재하는 셈입니다.
앞으로 10년은 양돈산업에 더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인공지능(AI), 정밀사양관리, 빅데이터, 스마트축산, 탄소중립, 동물복지는 물론 환경과 질병을 둘러싼 규제도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악취와 분뇨 관리, 온실가스 감축, 차단방역 등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법적으로 반드시 준수해야 할 의무이자 농장의 존속을 좌우할 수 있는 경영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과거의 양돈전문가가 돼지를 잘 키우는 사람이었다면, 앞으로의 양돈전문가는 돼지뿐만 아니라 사람과 환경, 질병, 그리고 법과 제도까지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생산성만 높고 규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농장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10년 후에도 여전히 외부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답을 구하고 있다면 농장의 미래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농장주는 전문가의 고객이 아니라 전문가와 토론할 수 있는 수준의 경영자가 되어야 합니다. 수의사와 질병을 논의하고, 영양사와 사료를 검토하며, 시설업체와 설비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아가 정부 정책과 규제의 방향을 읽고 농장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양돈전문가는 특정 직업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농장의 모든 문제를 스스로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을 뜻합니다. 물론 앞으로도 수의사와 사료회사, 컨설턴트 등의 역할은 계속 중요할 것입니다. 다만 그들의 조언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농장이 아니라, 조언의 가치를 판단하고 활용할 수 있는 농장이 되어야 합니다.
진정한 경쟁력은 전문가를 많이 아는 데 있지 않습니다. 전문가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농장주가 되는 데 있습니다. 10년 후 양돈산업의 승자는 가장 유명한 전문가를 곁에 둔 농장이 아니라, 농장주 스스로가 양돈전문가가 된 농장일 것입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