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콘텐츠는 다비육종의 기술정보지 '다비퀸 2026년 5월호'의 일부입니다. 다비육종의 허락 하에 게재합니다. -돼지와사람]
서두
컴퓨터 업계에 유명한 일화가 있다. 컴퓨터가 발전하고 사양이 고도화되면서 과거에 문제를 일으키던 바이러스들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이에 백신 회사들은 과거 바이러스들의 데이터베이스를 삭제하여 백신 프로그램의 경량화를 시도했다. 이미 사라진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에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런데 이 선택 이후 구형 시스템(ATM, 공장 설비 시스템 등)을 사용하는 현장에서 문제가 잇따르기 시작했다.
해커들이 의도적으로 유포한 것인지, 아니면 구시대의 산물인 플로피디스크나 하드디스크 속에 잠들어 있던 것인지, 과거의 바이러스들이 다시 문제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미 데이터베이스를 삭제한 백신 프로그램으로 진단해도 '문제 없음'만 표시될 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은퇴했던 1세대 컴퓨터 보안 엔지니어들이 현장으로 복귀해 과거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되살려내고서야, 비로소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사례다.
1. 항생제에도 이런 '복고'가 찾아올 수 있다.
양돈 관련 기고글에서 갑자기 컴퓨터 이야기가 나오면 당황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내가 겪은 양돈 현장의 상황이 이 일화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어 서두에 소개하게 되었다. 최근 어느 농장을 가도 효과가 좋다고 모두가 이야기하는 A라는 항생제 제품이 있었다. 딱히 내성 문제가 보고된 적도 없었고, 신경증상을 나타내는 세균에 잘 들었으며, 대장균 관련 치료에도 제격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증상들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한 농장에서 자연스럽게 A를 1년여 넘게 사용하게 되었다.
1년여쯤 된 시점에 농장 관리자들이 포유자돈의 설사가 잡히지 않는다고 이야기해 왔다.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일부 모돈의 포유 불량이거나 로타바이러스의 영향, 혹은 피드백의 부족한 이행 등으로 생기는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달 뒤, 검사에서 충격적인 결과를 받았다.
농장에서 주요 문제를 일으키던 대장균의 항생제 감수성이 완전히 뒤바뀌어 버린 듯한 결과서였다. 늘 좋은 결과를 내던 A 주사제가 내성으로 전환되어 있었고, 과거 해당 농장에서 부종병이 처음 발생했을 때 사용을 고려했다가 내성으로 인해 포기한 Neomycin이 오히려 감수성을 나타낸 것이다. 이 외에도 항생제 감수성과 내성의 결과가 여러 부분에서 뒤바뀌어 있었다. 이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판단은 주사제의 선택이었기에, Ceftiofur, Amikacin, Gentamicin 중 2개를 골라 로테이션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거 모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며 항생제에 대해 나름대로 많이 공부했다고 자부했고, 그 회사의 간판이던 B 주사제의 효능을 정확히 알고 있었기에 은연중에 해당 제품의 사용을 권하다가, 이후 새로운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높은 효능을 보이는 신제품들 위주로 농장에 처방해 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실제로 항생제 감수성 검사 결과를 보면, 나를 포함해 젊은 수의사들이 '과거의 항생제'로 치부하며 선호하지 않던 항생제들이 오히려 높은 감수성을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이 결과를 마주하면서 서두에서 언급한 컴퓨터 바이러스와 백신의 일화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2. 항생제의 작용 기전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항생제의 기본적인 원리를 알아야 한다.
항생제(抗生劑, antibiotics)는 말 그대로 미생물에 반대되는 작용을 하는, 즉 미생물을 죽이는 역할을 하는 물질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세균을 죽이는 물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항생제는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를 죽이지 못한다. 우리가 바이러스 질환에 항생제를 사용하는 이유는 바이러스 감염 후 발생하는 세균성 2차 감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항생제는 어떤 작용원리로 세균을 사멸하게 될까?
[표 1]을 통해 그 원리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표1]은 항생제의 작용 기전에 따른 분류를 정리한 것이다.
다만 이번 원고에서는 각 항생제의 세부 작용기전이나 전문적인 연구 내용을 깊게 다루지는 않겠다. 이러한 내용은 실험실 연구, 세균 분리·동정, 약제 감수성 검사 등을 기반으로 연구기관과 수의사들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전문 영역에 해당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특정 질병 증상만 보고 항생제를 선택하기보다, 원인균과 해당 균에 대한 항생제 감수성 정보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호흡기 증상이라도 원인균에 따라 효과적인 항생제가 달라질 수 있으며, 잘못된 약제 선택은 치료 실패뿐 아니라 항생제 내성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연구와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세균에 어떤 항생제가 효과적인지", "권장 용량과 투약 기간은 어떻게 되는지" 등의 정보가 약품 설명서에 정리되어 있다. 또한 동물용의약품안전나라(동물용의약품아지트)에서도 제품별 효능·효과, 대상축종, 휴약기간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임의로 약을 증량하거나 기간을 줄이지 않고, 허가된 용법과 용량을 정확히 준수하는 것이다. 특히 투약 기간을 충분히 지키지 않거나 증상이 좋아졌다고 중간에 사용을 중단하면 일부 세균이 살아남아 재발하거나 내성균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항생제는 반드시 수의사의 처방과 지시에 따라 책임감 있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1부를 마치며
이번 1부에서는 항생제를 둘러싼 현장의 이야기로 출발해, 항생제가 세균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 기본 원리를 살펴보았다. 현장에서 1년여간 효과적으로 쓰이던 항생제가 어느 날 갑자기 감수성을 잃고, 오히려 오래전에 포기했던 항생제가 다시 유효해진 사례는 단순한 '내성'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경험은 우리가 익숙한 것에만 의존하고, 새로운 것을 쫓다 보면 어느새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음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항생제는 세포벽 합성 억제, 단백질 합성 억제, 핵산 합성 억제 등 저마다 다른 기전으로 세균을 사멸시킨다. 하지만 이 기전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농도로, 얼마나 자주, 얼마나 오랜 기간 투약하느냐에 따라 항생제의 효과와 내성 발생 가능성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바로 2부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핵심 주제이다.
▶다음 호 2부 예고
2부에서는 항생제 농도 곡선(MIC·MBC·MPC·MSW)의 원리를 통해 내성이 어떻게, 왜 발생하는지를 본격적으로 파헤칩니다. 또한 '내성이 생긴 것'과 '균이 바뀐 것'이 어떻게 다른지, 고유내성과 획득내성의 차이, 그리고 균 교체 현상까지 다룹니다. 무엇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현장에서 실천 가능한 항생제 사용 원칙과, 우리 양돈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이야기합니다. 1부와 2부를 함께 읽으실 때 그 의미가 온전히 전달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