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전국을 휩쓴 ASF 사태와 관련해 국회입법조사처가 혈액 유래 사료에 대한 관리 강화와 농장동물 수의사 확충, 광범위 방역체계 구축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4일 발간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대확산이 남긴 과제' 보고서를 통해 올해 ASF 발생 양상이 과거와 근본적으로 달랐다고 분석했습니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국내에서는 ASF가 역대 최다인 24건 발생했습니다. 충북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발생했으며, 약 17만2천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습니다. 이는 전체 사육두수의 약 1.6%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특히 이번 사태는 2019년 ASF 국내 발생 이후 이어져 온 '야생멧돼지→사육돼지' 전파 양상과는 전혀 다른 형태였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역학조사 결과 올해 발생한 24건 가운데 21건은 기존 국내 발생 유형(IGR-Ⅱ)이 아닌 새로운 유전형인 IGR-Ⅰ 바이러스로 확인됐습니다. 해당 바이러스들은 모두 2025년 11월 충남 당진 발생농장 바이러스와 99.99%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관련 기사).
당진 감염 농장에서 확진 전 출하된 돼지의 혈액이 사료 원료업체로 공급됐고, 이를 원료로 제조된 돼지 혈장단백질 사료가 전국 농장으로 유통되면서 ASF가 광범위하게 확산된 것입니다. 국내에서 사료 원료를 통한 ASF 전파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에 따라 국회입법조사처는 돼지 혈장단백질 사료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혈장단백질은 이유자돈의 성장과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고품질 단백질 원료로 평가받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ASF 바이러스 전파 위험성이 확인됐다는 것입니다.
또한 유럽연합(EU)은 광우병 대응 차원에서 같은 종 유래 단백질을 같은 종 동물에게 급여하는 '동종 급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돼지에 대한 별도 규제가 없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입법조사처는 향후 국내에서도 돼지 혈장단백질 사료의 동종 급여를 제한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고, ASF 방역체계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동일 종 유래 성분의 사료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사료관리법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입니다(관련 기사).
수의사 역할 강화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습니다.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충남 당진 ASF 발생 당시 병원성이 강한 PRRS로 오인돼 감염 돼지가 도축장으로 출하됐고, 이에 따른 이력 추적과 부산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이후 전국 확산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는 ASF 의심 개체를 선별하고 시료를 채취하는 데 수의사의 전문성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농장동물 전문 수의사는 지난해 말 기준 1,064명으로 전체 수의사의 약 7% 수준에 불과해 가축전염병 대응 역량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농장동물 수의사 확충과 함께 양돈농장에도 '방역관리 책임자' 제도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아울러 개별 농장의 방역 수준에 의존하는 현재 체계를 넘어 도축장과 거점소독시설, 축산차량 등을 아우르는 광범위 방역시스템 구축도 주문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ASF 백신 개발 지원 확대와 국경 검역 강화, 해외 변이 바이러스 모니터링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올해 ASF 사태는 야생멧돼지 관리만으로는 ASF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사료 원료와 도축 부산물, 수의 진단체계, 축산물 이동관리까지 ASF 방역의 범위가 농장 밖 공급망 전체로 확대돼야 함을 확인시켰습니다. 특히 혈액 유래 사료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과학적 검증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