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32강에서 탈락하는 일도 국민에게는 충격입니다. 그러나 이번 구제역 확진 번복(관련 기사)은 그보다 더 황당하고 무겁습니다. 스포츠의 패배는 아쉬움으로 끝나지만, 가축전염병 진단의 번복은 국가 방역 신뢰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경북 예천 돼지농장은 한때 구제역 발생농장으로 판단됐습니다. 살처분과 긴급 백신접종, 이동제한(스탠드스틸 포함) 등 강도 높은 방역조치도 결정됐습니다. 그러나 이후 개체단위 검사와 혼합시료 재검사에서 음성으로 확인되면서 최종 결과는 뒤집혔습니다. 양성이 음성이 된 것입니다.
물론 방역은 신속해야 합니다. 의심 상황에서 시간을 끌 수 없습니다. 구제역은 확산 속도가 빠르고, 한 번 번지면 산업 전체가 피해를 입습니다. 초동 대응을 서두른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확진’의 무게입니다. 발생농장으로 공식 판단되는 순간 농장은 사실상 모든 일상이 멈춥니다. 이동은 막히고, 살처분이 논의되며, 지역 농가까지 긴장 상태에 들어갑니다. 이런 판단이 하루 만에 그것도 신속하게 정정된 점은 긍정적입니다. 다만, 그 원인은 반드시 설명돼야 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구제역 진단 정확도와 검증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혼합시료 양성 결과만으로 어디까지 조치할 것인지, 개체단위 확인 전 ‘발생’ 표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검사실 오염 가능성은 없었는지, 판정 전 이중 확인 절차는 충분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빠른 진단만큼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입니다.
또 하나의 과제는 바이러스 해외 유입 차단입니다. 이번 도축장 환경시료에서 검출된 구제역 바이러스는 혈청형 O형으로 확인됐습니다. SAT1형이 아닌, 국내 백신주에 포함된 유형이라고 해서 안심할 일은 아닙니다. 역학 조사를 통해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경로로 축산시설 환경에서 검출됐는지 밝혀야 합니다. 해외 우편물, 축산물 반입, 차량·사람·물류 이동, 사료 및 축산 관련 자재까지 유입 가능 경로를 더 촘촘히 점검해야 합니다. 더는 반복되어서는 안됩니다.
이번 사안은 다행히 최종 음성으로 정리됐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닙니다. 농가와 산업은 하루 사이에 발생농장, 살처분, 긴급백신, 이동제한이라는 단어를 모두 겪었습니다. 그 충격은 작지 않습니다.
방역당국은 이번 번복의 원인을 투명하게 밝혀야 합니다. 그리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진단 체계는 더 정교해야 하고, 해외 유입 차단은 더 촘촘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 위기 때 농가가 정부의 발표를 믿고 따를 수 있습니다.
구제역 방역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백신도, 소독도, 이동제한 명령도 아닙니다. 그것은 신뢰입니다. 이번 확진 번복이 방역 신뢰를 흔든 사건으로 끝날지, 방역체계를 한 단계 개선하는 계기가 될지는 이제 방역당국의 설명과 후속 조치에 달려 있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