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경북 예천에서 구제역이 확진되며 전국 축산 농가가 숨을 죽인 그날, 경기도 여주에서는 어처구니없는 '방역 찌라시' 한 장이 양돈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여주의 한 양돈농장에서 ASF 의심 신고가 접수되었다는 구체적인 허위 사실이 SNS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유포된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사실무근인 '가짜뉴스'였습니다. 해당 농가는 이미 한 달 전쯤 정상적인 검사를 거쳐 방역당국으로부터 최종 '음성' 판정을 받고 종결된 곳으로, 현재 농장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 그런데 하필 같은 날 타 지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업계 전체가 어수선한 틈을 타, 누군가 한 달 전의 내부 검토 기록을 마치 실시간 상황인 것처럼 왜곡해 퍼뜨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 일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수 없는 이유는 유출된 개인정보의 구체성과 심각성 때문입니다. 당일 유포된 자료에는 ▲농장의 정확한 지번 주소 ▲농장명과 대표자 실명 ▲상세한 사육 현황 ▲사료 거래처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이 정도 수준의 데이터는 일반인이 발품을 팔아 모을 수 있는 정보가 아닙니다. 방역당국의 내부 전산 시스템(KAHIS 등)이나 국가 공적 대장에 기록된 농가 자료가 통째로 유출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구조입니다. 방역을 책임지는 공공 기관의 데이터 보안 체계에 커다란 구멍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사실이라면 개인정보보호법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사안입니다.
더 큰 문제는 정보가 유통된 방식입니다. 'ASF 의심신고'라는 자극적인 문구는 SNS의 특성상 아무런 필터링 없이 그야말로 들불처럼 순식간에 산업 전반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전파를 막아야 할 방역의 논리가 SNS와 결합하면서, 오히려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제어 장치 없이 증폭되는 역설이 벌어진 셈입니다.
이 '아니면 말고'식의 무분별한 퍼나르기는 무고한 농가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습니다. 방역을 위해 함께 조심하자는 취지였다는 핑계는, 정작 농가가 입은 피해에 비하면 지나치게 무책임한 변명일 뿐입니다. 유포 행위 역시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등 위법 소지가 다분합니다.
피해를 입은 농장주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가만히 있다가 영문도 모른 채 날벼락을 맞은 심정"이라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어 "아니라고 전화로 계속 해명을 하는 와중에도 이미 농장의 모든 정보가 노출된 찌라시가 퍼져 있었다"며, "사료 회사는 물론 주변 농가들로부터 문의 전화가 폭주해 당일 정상적인 농장 업무가 완전히 마비되었고, 농가 이미지 실추는 물론 거래처 신뢰도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본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업계 내부에서 이토록 무분별한 허위 정보가 들불처럼 번지는 동안, 이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신속하게 진화해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지 못했습니다. 해당 농가가 겪었을 고통에 미리 공감하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본지를 비롯한 산업 구성원 모두가 이번 사태를 뼈저린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이번 피해 농장주의 바람대로 제2, 제3의 선의의 피해 농가가 다시는 나오지 않아야 합니다. SNS의 빠른 속도에 취해 팩트가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통신'을 가볍게 여겼던 우리 안의 안일함은 없었는지 깊이 자성해야 합니다.
방역 정보와 농가 개인정보를 다루는 당국의 엄격한 관리·감독 체계 마련은 물론, 우리 스스로 먼저 무분별한 정보 전파를 경계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성숙한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시점입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