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장을 다녀온 출하차량이 돼지농장으로 병원체를 되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실제 수치로 확인됐습니다. 미국 돼지건강정보센터(Swine Health Information Center, SHIC)가 지원한 연구에서 깨끗한 상태로 도축장에 도착한 출하차량 4대 가운데 3대가 출하를 마친 뒤 최소 1개 이상의 바이러스에 오염된 채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연구는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연구진이 상업용 도축장을 대상으로 1년 동안 격주로 실시했습니다. 연구진은 모두 26차례에 걸쳐 389개의 환경시료를 채취했으며, 하차장과 출하차량의 하차 전·후를 비교해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바이러스(PRRSV), 돼지유행성설사바이러스(PEDV), 돼지델타코로나바이러스(PDCoV), 세네카바이러스A(SVA) 등 4개 주요 바이러스를 PCR로 검사했습니다.
분석 결과 도축장 하차장은 연중 높은 수준의 바이러스 오염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바이러스별 검출률은 PDCoV 71.2%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PEDV 61.9%, PRRSV 51.7%, SVA 48.1% 순이었습니다. 사실상 하차장 시료의 절반 이상에서 주요 돼지 질병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입니다.
더 주목되는 결과는 출하차량의 오염 변화였습니다. 연구진은 도축장 도착 당시 4개 바이러스 모두 음성이었던 차량의 74.6%가 하차를 마친 뒤 최소 1개 이상의 바이러스에 오염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출하 과정에서 차량과 하차장 사이의 교차오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계절에 따른 차이도 뚜렷했습니다. PDCoV와 PEDV는 겨울과 가을의 하차장 오염률이 여름보다 4~10배 높았으며, PRRS는 봄과 가을에, SVA는 여름철에 상대적으로 많이 검출됐습니다. 연구진은 계절에 따라 농장에서 출하되는 감염돈의 비율과 환경조건이 달라지는 것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출하 전 세척·소독·건조를 제대로 실시한 차량은 오염 위험이 유의하게 낮았으며, 돼지와 소를 함께 운송하는 차량은 일부 병원체의 오염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면 운전자들의 개인보호구(PPE) 사용은 질병 예방보다는 청결 유지 목적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고, 생물보안(차단방역) 교육도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도축장은 여러 농장의 돼지가 한 곳에 모이는 산업의 핵심 거점인 만큼 출하차량과 하차장 사이에서 병원체가 지속적으로 순환할 수 있다"며 "도축장을 다녀온 모든 출하차량은 오염된 것으로 간주하고 반드시 세척·소독·건조를 거친 뒤 농장에 재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ASF를 직접 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차량을 통한 간접 전파 위험을 정량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국내 양돈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최근 ASF와 PRRS, PED 등 주요 질병의 차단방역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출하차량 관리가 농장 생물보안의 핵심 요소임을 다시 한번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로 평가됩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