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가면 와규를 먹고, 스페인에 가면 이베리코를 찾습니다. 언젠가는 외국인이 한국에 오면 ' THE짙은'은 꼭 먹어봐야 한다'고 말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경기도 이천에서 동그라미농장을 운영하는 펠릭스 농업회사법인 엄가용 대표의 목표는 생산성 1등 농장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돼지고기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돼지와사람'과 만난 엄가용·박미경 대표 부부는 YBD 품종 기반 프리미엄 한돈 브랜드 ' THE짙은'을 선택한 이유와 앞으로의 비전을 솔직하게 들려줬습니다.
현재 한돈산업은 생산성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으로 평가받습니다. 새끼를 많이 낳고, 빨리 자라고, 사료효율이 좋은 품종이 농장의 수익성을 좌우합니다. 하지만 엄 대표는 이런 경쟁만으로는 수입육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처음부터 맛으로 승부하고 싶었습니다. 캐나다산 냉장육도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가격 경쟁만으로는 결국 한계가 있습니다. 소비자가 일부러 찾아 먹는 돼지고기를 만들어야 국산 한돈도 미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선택이 바로 YBD 품종을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브랜드 'THE짙은'이었습니다(관련 기사).
YBD는 '많이 키우는 돼지'보다 '맛있는 돼지'를 우선 순위로 개발된 품종입니다. 국내 종돈기업 다비육종이 버크셔의 육질과 듀록의 성장성을 접목해 개발했으며, 현재 도드람이 프리미엄 한돈 브랜드 ' THE짙은'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엄 대표는 "체형이 짧고 탄탄하며 흑돼지와 비슷한 체형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새끼를 많이 낳기보다 한 마리 한 마리를 잘 키우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사육 과정에서도 이러한 특징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모돈의 포유 능력이 우수하고 새끼를 잘 돌보는 편이며, 번식 수명도 긴 편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좋은 품종만으로는 좋은 고기가 나오지 않는다"며 사육환경의 중요성도 강조했습니다.
동그라미농장은 액상급이 시스템과 독일식 환기시설을 적용하고 있으며, 분만사 역시 모돈이 충분히 움직일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그는 "품종과 사양관리, 사료가 함께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THE짙은만의 품질이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YBD 종돈은 일반 종돈보다 구입비가 비싸고 전용 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료비도 더 많이 들어갑니다. 일반 돼지보다 생산성이 낮아 농가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출하 시 장려금이 지급되지만 생산성 차이를 모두 보전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는 것이 엄 대표의 설명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단기적인 수익보다 장기적인 경쟁력을 선택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어렵더라도 결국 소비자는 맛있는 고기를 찾게 됩니다. 그때 브랜드가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박미경 대표가 웃으며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사실 저는 처음에는 반대했습니다."
근래 농장을 새롭게 리모델링해 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굳이 생산성이 낮은 품종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아버지와 남편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우리만의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 확고했습니다. 결국 믿고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박미경 대표는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단순히 큰 농장을 물려주는 것보다 다른 농장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경쟁력을 남겨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농장을 이어받을 때는 차별화된 브랜드가 더 중요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엄 대표는 현재 THE짙은의 가장 큰 숙제로 '홍보'를 꼽았습니다.
"먹어본 사람은 다시 찾습니다. 그런데 아직 많은 소비자가 먹어볼 기회 자체가 없습니다."
현재 THE짙은은 일부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 식당 등을 통해 판매되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가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아직 많지 않습니다. 그는 시식 행사와 축제, 셰프 협업 등 소비자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마케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광고보다 중요한 것은 경험입니다. 몇 번만 맛보면 일부러 다시 찾는 소비자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말미, 엄 대표는 다시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습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삼겹살을 먹는 시대는 이미 왔습니다.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 THE짙은을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일본에는 와규가 있고 스페인에는 이베리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세계인이 찾는 돼지고기 브랜드 하나쯤은 있어야 합니다"라며 " THE짙은이 그 이름이 된다면 농가로서는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엄 대표 부부의 이야기는 단순히 새로운 품종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생산성 경쟁을 넘어 브랜드와 철학, 그리고 소비자의 경험으로 승부하는 새로운 한돈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야기였습니다.
'빨리 키우는 돼지'가 아니라 '일부러 찾아 먹는 돼지고기'
엄가용·박미경 대표 부부가 꿈꾸는 THE짙은의 미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이근선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