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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뇨냄새

[사설] 재래식 화장실 사고 없앤 ‘공공의 책임’, 가축분뇨도 답은 같다

가축분뇨, 개별농장 처리 원칙에서 공공처리 우선으로 정책 전환해야....분뇨 관련 인명사고, 주의 당부 및 교육 강화만으론 한계

 

양돈장에서 또 사람이 숨졌습니다(관련 기사). 가축분뇨와 관련된 사고입니다. 분뇨 저장시설에 빠지거나, 그 안에서 발생한 유해가스에 질식해 목숨을 잃는 사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농장 근로자는 물론 농장주도 예외가 아닙니다.

 

사고가 날 때마다 대책은 비슷합니다.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작업 전에 가스를 측정해야 한다, 보호장비를 갖춰야 한다고 합니다. 모두 필요한 조치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면 같은 사고가 이렇게 반복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과거에도 비슷한 죽음이 있었습니다. 재래식 화장실이 흔했던 시절입니다. 사람이 화장실에 빠져 숨지고, 빠진 사람을 구하려 들어갔다가 분뇨에서 발생한 유해가스에 질식해 함께 목숨을 잃는 사고가 종종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사고를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과거보다 훨씬 조심하게 돼서일까요. 아닙니다. 화장실과 분뇨를 처리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재래식 화장실은 수세식 화장실로 바뀌었습니다. 개별 가구가 직접 감당하던 분뇨 처리도 하수도와 공공처리 체계로 넘어갔습니다. 사람이 분뇨가 쌓인 공간을 직접 들여다보고, 퍼내고, 청소하고 관리해야 하는 일 자체가 크게 줄었습니다. 사람들에게 계속 조심하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라, 사고가 날 수 있는 구조 자체를 바꾼 것입니다.

 

그런데 양돈장은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돼지를 키우면 매일 많은 양의 분뇨가 나옵니다. 이를 저장하고 관리하고 처리하는 일차적인 책임은 여전히 개별 농가가 지고 있습니다. 분뇨가 농장에 오래 머물수록 저장조와 피트 등에 쌓이는 양도 늘어납니다. 사람이 이런 시설에 접근해야 할 일도 생깁니다. 그만큼 사고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집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더 위험합니다. 높은 기온은 분뇨의 부패와 유해가스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폭염이 잦아지고 고온 기간까지 길어지는 상황입니다. 과거의 안전관리 방식만 되풀이해서는 앞으로 커질 위험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가축분뇨 정책의 변화도 되짚어봐야 합니다.

 

정부는 2012년부터 가축분뇨의 해양배출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바다에 분뇨를 버리는 일을 중단한 것은 해양환경 보호를 위해 당연히 가야 할 방향이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바다로 나가던 길을 막았다면 육상에서 분뇨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반도 그만큼 갖췄어야 했습니다.

 

그동안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과 공동자원화시설 등이 확충돼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장에서 반복되는 문제를 보면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충분합니까. 지역에서 발생하는 가축분뇨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만큼 공공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지, 그 결과 농장에 분뇨가 장기간 적체되는 문제는 얼마나 해소됐는지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가축분뇨의 공공처리와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이원택 의원 등이 관련 입법을 추진했지만 정부는 가축분뇨 처리의 일차적인 책임은 배출자인 축산농가에 있다는 원칙을 강조해왔습니다(관련 기사).

 

물론 농가가 자신이 배출한 분뇨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은 맞습니다. 그렇다고 그 책임이 농가가 직접 위험한 분뇨처리시설을 관리하고 모든 위험까지 떠안아야 한다는 뜻은 아닐 것입니다.

 

 

공공처리는 공짜 처리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농가는 자신이 배출한 분뇨의 처리 비용을 부담하면 됩니다. 대신 지자체나 농협 등 공공성을 가진 주체가 시설을 갖추고, 수거·운반·처리를 전문적으로 맡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비용 부담의 책임과 위험한 작업을 누가 담당할 것인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축분뇨 공공처리를 확대하면 얻을 수 있는 효과도 안전사고 예방에 그치지 않습니다.

 

농장에 분뇨가 오래 쌓이지 않으면 악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자연스럽게 지역 주민과의 악취 민원과 갈등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농장 내부의 사육환경이 개선되면 돼지의 건강과 동물복지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개별 농가가 분뇨처리시설과 악취 저감시설, 민원 대응 등에 각각 투입하는 비용과 노력도 줄일 수 있습니다. 분뇨를 에너지나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개별 농가보다는 규모화·전문화된 시설에서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물론 공공처리시설을 늘린다고 사고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농장에서는 계속 분뇨가 발생하고 일정 기간 저장도 해야 합니다(관련 기사). 작업 전 가스 농도를 측정하고 충분히 환기해야 합니다. 보호장비를 갖추고, 사고가 났을 때 보호장비 없이 구조하러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교육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근본대책이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에게 계속 ‘조심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사람이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 자체를 줄이는 것은 전혀 다른 대책입니다.

 

재래식 화장실 사고가 우리 주변에서 거의 사라진 이유를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국민 모두에게 가스측정기를 나눠주고 안전교육을 반복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수세식 화장실과 하수도, 공공처리시설이라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면서 개인이 분뇨를 직접 다뤄야 하는 위험 자체를 크게 줄였기 때문입니다.

 

가축분뇨도 이제 같은 질문을 던질 때입니다.

 

왜 개별 양돈농가와 그곳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지금도 분뇨 처리 과정의 위험을 직접 떠안아야 합니까. 농가는 적정한 처리 비용을 부담하되, 지자체와 농협 등 공공성을 가진 주체가 수거·운반·처리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합니다. 농장에 분뇨가 장기간 쌓이고 사람이 위험한 저장시설에 접근해야 하는 상황 자체를 줄이는 것이 사고 예방의 출발점입니다. 여기에 가스 측정과 환기, 보호장비, 안전교육 등 현장의 안전조치가 더해져야 합니다.

 

재래식 화장실의 비극을 끝낸 것은 개인에게 더 조심하라고 요구해서가 아닙니다. 위험을 줄이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양돈장에서 반복되는 죽음도 이제 시스템으로 막아야 합니다.
 

돼지와사람(pigpeople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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