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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히프라

[기고] 자돈 장건강 관리의 핵심 질병, 베로독소 증후군(Verotoxigenic associated syndrome)

2026 히프라유니버시티 다시보기 제4화 / 정리 한국히프라 기술지원팀 최성운 수의사

 

혈관을 통해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베로독소

 

양돈장에서 ‘부종병’이라고 하면 눈꺼풀이나 얼굴이 붓거나 이유 후 갑자기 폐사하는 돼지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은 베로독소 증후군이 일으키는 피해의 일부에 불과하다.

 

 

베로독소 생성 대장균이 만드는 베로독소는 일반적인 장독소와 달리 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장벽을 통과해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이동한 뒤 혈관에 존재하는 Gb4 수용체와 결합해 혈관벽을 손상시킨다. 혈관 투과성이 높아지면서 조직에 체액이 축적되고 부종이 발생하며, 손상 부위와 정도에 따라 다양한 전신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베로독소 증후군은 독소 노출 정도에 따라 크게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 임상형: 급사나 안검·안면부 부종 등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전체 발생 비율은 5~10% 수준이다.
  • 만성형: 임상형에서 회복한 이후에도 성장 정체나 신경증상 등이 지속되는 형태다.
  • 비임상형: 전체의 80~9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형태로, 뚜렷한 증상 없이 성장 저하, 돈군 균일도 저하, 귀괴사, 연쇄상구균 문제 악화 등으로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결국 농장에서 보이는 부종만으로 베로독소 문제를 판단한다면 실제 피해의 상당 부분을 놓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부종보다 중요한 전신 영향

 

Steil 등(2016)의 연구에서는 돼지의 25개 장기를 대상으로 베로독소 수용체인 Gb4의 분포를 조사했다. 그 결과 안검은 15번째 수준이었으며, 혈관과 회장, 신장 신우 등에서 오히려 높은 분포가 확인됐다. 베로독소 증후군을 단순한 안면부종 질환이 아니라 전신적인 혈관 손상 문제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베로독소의 영향은 혈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장 상피와 점막을 손상시켜 장 장벽을 약화시키고 이른바 ‘장 누수(Leaky gut)’를 유발할 수 있다. 장 투과성이 증가하면 미생물과 독소의 체내 침투 가능성이 높아지고 영양소 흡수도 저하돼 성장 정체로 이어질 수 있다.

 

 

연쇄상구균 문제와의 연관성도 주목할 부분이다. 베로독소로 미세혈관이 손상되면 조직 환경이 변화하면서 잠복해 있던 연쇄상구균이 증식하기 쉬운 조건이 만들어질 수 있다.

 

임상증상이 없어도 성장은 떨어진다

 

비임상형 베로독소 증후군의 피해를 확인하기 위해 HIPRA와 IRTA(카탈루냐 농식품연구기술원)가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베로독소에 감염되지 않은 이유자돈 60두를 대상으로 접종량에 따라 중간 용량, 낮은 용량, 대조군의 세 그룹으로 나누고 3일 간격으로 3주간 접종했다.

 

 

낮은 용량군은 대조군과 마찬가지로 뚜렷한 임상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조직검사에서는 혈관 염증과 점막 부종이 확인됐고, 이유 4주차 증체량은 대조군보다 3.62kg 감소했다. 중간 용량군의 감소폭은 7.62kg에 달했다.

 

최근 연구에서도 베로독소 증후군은 안면부종과 급사, 신경증상뿐 아니라 귀괴사, 이유 후 설사, 면역 저하, 연쇄상구균 문제, 사료 섭취량 감소, 호흡곤란 등 다양한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됐다(J. Hernandez-Garcia et al., 2025).

 

따라서 국내에서 이유가 시작되는 약 20일령부터 출하까지 어느 구간에서 생산성 저하가 발생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장에서는 로프를 이용해 돈방 내 돼지들의 구강액을 채취하고 베로독소 유전자를 검사하는 방법도 활용할 수 있다.

 

대장균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베로독소 생성 대장균이 확인되면 흔히 항생제나 산화아연을 선택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항생제는 병원균을 줄이는 동시에 장내 미생물 균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단 한 차례의 항생제 처치만으로도 자돈의 장내 미생물총이 최대 5주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산화아연 역시 고농도로 사용될 경우 다제내성 대장균 발생과 관련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Ciesinski et al., 2018).

 

 

따라서 단순히 대장균 수를 낮추는 접근에서 벗어나 베로독소 자체를 중화할 수 있는 면역을 미리 형성하는 예방 전략이 중요하다. 특히 비임상형에서는 적은 양의 독소에 노출되더라도 뚜렷한 증상 없이 성장 저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돈군 전체를 대상으로 한 면역 형성이 필요하다.

 

백신 적용으로 확인된 생산성과 경제성

 

국내 농장에서 베로독소 증후군 예방 백신 '비퓨어'​를 적용한 결과 다양한 생산성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 폐사율 24% 감소
  • 귀괴사 58% 감소
  • 이유 후 설사 72.7% 감소
  • 항생제 사용량 28% 감소
  • 사료요구율 0.1 개선
  • 증체량: 자돈사 +17.6g/일, 비육사 +45.7g/일
  • 돈군 균일도: 1등급 이상 출현율 8.1% 증가

 

경제성 측면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임상형 농장에서는 ROI 7.2, 눈에 띄는 증상이 없었던 비임상형 농장에서도 ROI 6.2​가 확인됐다.

 

이는 베로독소 문제가 임상증상이 나타나는 일부 돼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겉으로 건강해 보이는 돼지에서도 생산성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면 베로독소 증후군을 하나의 원인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보이지 않는 피해까지 관리해야

 

베로독소 증후군은 얼굴이 붓거나 갑자기 폐사하는 돼지에서만 나타나는 질병이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비임상형 감염은 눈에 띄지 않는 상태에서 장건강과 성장, 균일도를 떨어뜨리며 농장의 수익성을 잠식할 수 있다.

 

따라서 이유 이후부터 출하까지 생산성 저하가 나타나는 구간을 면밀히 확인하고, 항생제나 산화아연으로 대장균을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데 그치기보다 베로독소를 직접 중화할 수 있는 예방적 면역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사료와 음수, 위생 및 환경관리까지 함께 뒷받침된다면 베로독소로 인한 보이지 않는 생산성 손실을 줄이고 보다 안정적인 자돈 생산을 기대할 수 있다.

 

2026 히프라 유니버시티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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