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을 오가는 축산차량은 ASF와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병원체를 농장 간 기계적으로 전파할 수 있는 주요 위험요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정해진 소독 절차를 모두 거치더라도 차량 손잡이와 흙받이 등 일부 부위에서는 소독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농촌진흥청(청장 이승돈)은 형광증백제의 일종인 'CBS-X'를 활용해 축산차량의 소독 사각지대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평가했다고 31일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는 2.5톤 가축운송차량을 대상으로 ▲밀폐형 차량소독시설 통과 ▲15분 대기 ▲고압분무로 이어지는 3단계 소독 절차의 효과를 조사했습니다. 차량 8개 부위의 25개 지점에서 단계별로 일반 세균 수 변화를 측정하고, 이를 자외선(UV)을 비추면 파랗게 빛나는 1% CBS-X의 잔류 여부와 비교했습니다.
연구 결과 3단계 소독을 모두 마친 뒤 세균 감소율은 차량 부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차량 전면은 3.06 log, 발판은 2.52 log 감소한 반면 손잡이는 0.92 log, 흙받이는 0.53 log 감소하는 데 그쳤습니다.
특히 차량소독시설을 통과하는 것만으로 나타난 세균 감소 효과는 0.25~1.81 log 수준으로 제한적이었습니다. 이후 대기와 고압분무를 추가했지만 손잡이와 일부 하부 구조에서는 뚜렷한 추가 감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형광증백제의 일종인 CBS-X를 이용한 검사에서도 소독 취약부위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차량소독시설 통과 후 전면과 측면, 차체 하부에서는 형광물질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측면 발판과 바퀴에는 남아 있었습니다. 이들 부위의 형광은 고압분무 이후 사라졌습니다. 반면 손잡이는 소독시설과 고압분무를 모두 거친 이후에도 16.6%에서 형광이 확인됐으며, 조사한 흙받이에서는 모든 부위에서 형광물질이 남았습니다.
주목할 점은 형광물질 잔류 여부와 실제 세균 감소 사이에 강한 연관성이 확인됐다는 것입니다. CBS-X가 남아 있지 않은 부위는 남아 있는 부위보다 세균 수가 감소할 가능성이 약 26배(OR=26.464) 높았습니다.
이는 자외선 램프로 CBS-X 잔류 여부를 살피는 것만으로도 별도의 세균 배양검사 없이 차량에서 제대로 소독되지 않은 곳을 현장에서 빠르게 찾아낼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취약부위가 발견되면 곧바로 추가 세척·소독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연구는 축산차량이 소독시설을 통과했다는 사실만으로 차량 전체가 충분히 소독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특히 사람이 자주 접촉하는 손잡이와 오염물질이 쉽게 달라붙는 흙받이 등은 별도의 세척·소독이 필요한 취약구역으로 볼 수 있습니다.
ASF와 구제역 차단방역을 위해 축산차량 출입을 관리하는 양돈농장에서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소독시설 통과 여부뿐 아니라 차량의 구조와 부위별 특성을 고려한 세척·소독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동물위생학회지 2026년 제49권 제1호에 'Field evaluation of three-step livestock vehicle disinfection using CBS-X tracer and aerobic count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습니다(바로보기).
강석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질병방역과장은 "축산 차량의 소독 상태를 현장에서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보조 점검 수단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제품 개발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