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을 자랑해온 덴마크 양돈이 변하고 있습니다. 산자수를 계속 끌어올리는 대신 적정 수준의 산자수와 높은 자돈 생존율, 건강하게 오래 생산하는 모돈, 여기에 환경과 동물복지를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생산성의 기준을 바꾸고 있습니다.
단코레(DANKORE)는 단스빈(DANSVIN)-함께오래동물병원(원장 김동욱)과 공동으로 지난 9일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덴마크 현지 전문가 초청 세미나-덴마크 돼지 덴마크처럼 키우기 2026’을 개최했습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이번 세미나는 덴마크의 최신 사양관리 기술과 현장 경험을 국내 양돈농가와 업계 관계자들에게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이날 이존택 대표는 ‘덴마크 양돈산업의 대전환’을 주제로 덴마크 양돈이 처한 현실과 앞으로의 방향을 소개했습니다.
이 대표는 덴마크가 이제 단순히 ‘더 많은 돼지를 생산하는 나라’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환경 부담이 적으며 기술을 수출하는 나라’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친환경을 앞세운 정책과 동물복지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존의 생산성 중심 양돈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산자수 18.8두에서 목표 17두로
대표적인 변화가 산자수입니다.
이 대표에 따르면 덴마크는 “새끼를 무조건 많이 낳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는 판단 아래 현재 평균 18.8두 수준인 산자수를 유전적으로 16.5~18두, 목표 17두 수준으로 조정하는 개량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종돈 선발 기준도 과거 산자수와 성장률, 도체율, 사료효율 중심에서 강건성과 자돈 생존율, 모돈 수명, 모성능력을 중요하게 보는 방향으로 달라지고 있습니다.
모돈은 건강하게 생산할 수 있는 기간을 늘려 7산, 8산, 길게는 9산까지 유효하게 활용하고, 자돈은 단순히 많이 태어나게 하는 것보다 튼튼하게 낳아 폐사율을 낮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결국 산자수를 무조건 늘리면서 모돈을 오래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극단적인 다산성을 완화하면서 자돈 생존과 모돈의 연산성을 함께 높이는 방향입니다.
동물복지 강화되면서 생산비·사육공간 부담도 증가
동물복지로 인한 변화에는 상당한 비용이 따릅니다.
이날 소개된 비육돈 115kg 한 마리의 생산비는 일반 사육 124유로, 항생제 제한 사육 130유로, 동물복지형 139유로, 방목형 157유로, 유기농 252유로였습니다. 9월 10일 환율을 적용하면 각각 약 19만4천원, 20만3천원, 21만7천원, 24만5천원, 39만4천원입니다.
특히 동물복지 기준을 강화하면 돼지 한 마리에게 필요한 사육공간이 기존보다 약 30% 늘어납니다. 같은 시설에서 기준을 맞추려면 사육두수를 줄여야 하고, 기존 규모를 유지하려면 시설을 늘려야 하는 셈입니다. 꼬리를 자르지 않고 키우는 방식도 두당 약 6.7유로(약 1만400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소개됐습니다.
환경 규제 역시 강화되고 있습니다. 사료효율뿐 아니라 질소·인 배출량과 분뇨처리, 에너지 사용량, 온실가스 배출 등이 농장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앞으로 한국 양돈도 자돈 생존율을 높이는 동시에 농장 데이터를 철저하게 기록하고, 자동화와 동물복지를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사료효율과 영양기술을 개선하고 종돈 공급에 그치지 않고 사양관리와 성적 분석, 영양, 기술지원이 결합된 종합적인 농장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덴마크 현장의 다산성 모돈 관리법도 공유
이어진 강연에서 플레밍 박사는 높은 산자수를 실제 이유두수로 연결하기 위한 분만과 신생자돈 관리를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최소 30분마다 분만 진행을 확인하는 간호분만을 강조하고, 신생자돈에서는 체중만으로 관리대상을 선별하기보다 초유 섭취와 체온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저체중 자돈이라도 초유를 충분히 먹고 체온을 유지하면 생존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양자 역시 모든 자돈을 체중별로 재편성하기보다 초유 섭취 후 필요한 자돈만 이동시키고 정상 자돈은 가능한 친모에게 남기는 것을 권했습니다.
카우가드 종돈장 농장장은 모돈 1,900두를 관리하는 농장의 실제 사양관리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분만사에서는 모돈의 사료 섭취를 위해 실내온도를 단계적으로 낮추는 대신 자돈 보온구역은 따뜻하게 유지하는 방식이 적용되고 있었습니다.
또한 생후 5일부터 건식·습식 사료를 공급해 이유 전 사료 섭취에 익숙해지도록 관리했습니다. 단순히 이유체중을 키우기보다 이유 후에도 잘 먹고 성장할 수 있는 튼튼한 자돈을 만드는 것이 농장의 관리 방향으로 제시됐습니다.
마틴 박사는 다산성 모돈의 후보돈 육성과 임신·포유기 영양관리를 소개했습니다. 첫 교배 목표로 체중 150~165kg, 등지방 13~15mm를 제시하면서 후보돈을 필요 이상으로 크게 키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임신 말기에는 단백질과 라이신을 무조건 높이기보다 적정한 사료 섭취량을 확보하고, 포유기에는 충분한 산유량을 확보하면서 모돈의 과도한 체손실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영양관리 역시 최대 급여보다 모돈의 체형과 생산단계에 맞춘 적정 급여가 핵심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날 세미나에서 소개된 덴마크 양돈의 변화와 현장 관리법은 결국 같은 지점을 향했습니다. 산자수를 끝없이 늘리기보다 적정 수준에서 튼튼한 자돈을 낳고, 태어난 자돈을 더 많이 살리면서 모돈은 건강하게 오래 생산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다산성을 만들어낸 덴마크가 이제 ‘얼마나 많이 낳느냐’를 넘어 ‘얼마나 잘 살리고, 얼마나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생산하느냐’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양돈농가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근선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