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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야생멧돼지 이래서 ASF에 멀쩡했구나…저항성 돼지 개발 청신호

英 퍼브라이트·로슬린 연구소, 야생멧돼지 면역세포 대량 배양 기술 개발…혹멧돼지는 바이러스 침투해도 과잉 면역반응 억제해 무증상

치명적인 ASF에 걸려도 폐사하지 않는 'ASF 저항성(내성) 돼지'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영국 퍼브라이트 연구소(The Pirbright Institute)와 로슬린 연구소(Roslin Institute)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이용해 필요할 때마다 돼지 면역세포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세포 배양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지난 4일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줄기세포 학술지인 '줄기세포 보고(Stem Cell Reports)' 최신호에 게재되었습니다(논문 보기).

 

혹멧돼지는 왜 ASF에 걸려도 멀쩡할까?

 

ASF 바이러스는 사육돼지에 감염되면 치사율이 100%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입니다. 반면 아프리카 야생에 서식하는 혹멧돼지(Warthog)나 붉은강멧돼지(Red river hog)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임상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거나 경미한 수준에 그칩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이러한 야생 돼지의 자연 저항성 메커니즘을 밝혀 사육돼지에 적용하려 했으나, 바이러스의 주요 표적인 대식세포(Macrophage)를 야생 동물로부터 안정적으로 채취·배양하는 데 윤리적·물리적 한계가 커 연구에 큰 애를 먹었습니다. 대식세포는 체외에서 장기 배양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줄기세포로 면역세포 무제한 생산…비밀은 '과잉 면역반응 억제'

 

연구진은 사육돼지, 야생멧돼지, 붉은강멧돼지, 혹멧돼지 등 4개 돼지과(Suidae) 동물 조직에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확립한 뒤, 이를 바이러스 표적 세포인 대식세포로 분화시키는 플랫폼을 완성했습니다. 동물 생체 실험 없이도 필요할 때마다 동일한 유전적 배경의 면역세포를 배양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연구진이 이 플랫폼을 통해 감염 양상을 비교 분석한 결과, 4개 종의 대식세포 모두 ASF 바이러스 감염과 복제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면역 반응의 차이'였습니다. 사육돼지의 대식세포는 바이러스 감염 시 치명적인 과잉 면역반응(사이토카인 폭풍 등 과염증 반응)을 일으킨 반면, 혹멧돼지의 대식세포는 면역반응을 능동적으로 억제·조절했습니다. 즉, 혹멧돼지는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와도 면역계가 스스로 파괴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무증상이나 질병 저항성을 보인다는 기전이 입증된 것입니다.

 

"ASF 저항성 돼지 육종 및 신규 제어 기술의 전환점"

 

퍼브라이트 연구소의 크리스 네더튼(Chris Netherton) 박사는 "감염 후 전혀 다른 예후를 보이는 여러 종의 생물학적 세포를 직접 비교 연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이 치명적인 질병을 해결할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이 열렸다"고 강조했습니다.

 

로슬린 연구소의 톰 왓슨(Tom Watson) 박사 역시 "ASF가 사육돼지에는 치명적이지만 아프리카 야생 사촌들에게는 무해한 이유를 밝히는 열쇠는 바이러스의 표적인 면역세포에 있다"며 "이번 플랫폼은 질병 완화 기술 개발은 물론, 궁극적으로 ASF에 저항성을 가진 돼지 육종(Breeding) 연구를 가속화하는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 세계 양돈 산업이 ASF 백신 개발과 생물보안(차단방역)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 침투 자체를 막는 것을 넘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폐사하지 않는 사육돼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유전적·면역학적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향후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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