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가 '동물복지기본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에는 '동물복지기본법' 제정안 마련 및 반려동물법 타당성 연구용역이 추진됐고,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조국혁신당 등 여야 3당의 협력 아래 국회 전문가 토론회도 열렸습니다(관련 기사).
앞으로 이해관계자 사이에 별다른 이견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법 제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축산업, 특히 규모가 큰 한돈산업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현재 논의되는 동물복지기본법은 반려동물을 넘어 농장동물과 실험동물 등 모든 동물로 정책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입니다. 그러나 가정에서 몇 마리를 기르는 반려동물과 산업적 규모로 사육되는 농장동물은 사육 목적과 환경, 관리체계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돼지의 동물복지는 사육시설과 사육밀도뿐만 아니라 질병관리와 차단방역, 노동력, 생산비, 시설투자 등 산업 전체와 맞물려 있습니다. 따라서 농장동물을 기본법에서 분리해 별도의 법과 정책체계로 다루자는 주장도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습니다. 하나의 기본법에 포함시키더라도 최소한 농장동물의 특수성을 반영할 독립적인 정책체계와 원칙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데 정작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한돈산업에서는 이렇다 할 이견이나 대안이 들리지 않습니다.
더 우려되는 것은 동물복지에 대한 주도권입니다. 한돈산업이 돼지의 복지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스스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결국 정부나 동물보호·동물권 단체 등이 제시하는 기준을 뒤따라가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동물복지 논의에서 한돈산업이 정책을 함께 만드는 주체가 아니라 규제받는 대상으로 남을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물복지를 반대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한돈산업이 먼저 돼지의 생물학적 특성과 국내 사육환경, 질병과 방역 여건을 바탕으로 실현 가능한 동물복지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생산자와 돼지수의사,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우리의 기준과 로드맵을 만들어 정부와 국회에 요구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침묵한다면 이견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돼지 동물복지의 기준을 정하는 주도권마저 한돈산업과 현장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한돈산업이 스스로 돼지의 동물복지를 설계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기준을 따라가는 대상이 될 것인지 결정해야 할 때입니다.
돼지와사람(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