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양돈산업에는 돼지 질병이 얼마나 활발하게 돌고 있는지, 어느 지역과 사육단계에서 증가하고 있는지, 어떤 유전형의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지를 매달 확인할 수 있는 질병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습니다.
'Swine Disease Reporting System(SDRS; 돼지질병보고시스템)'입니다.
SDRS는 미국 내 여러 수의진단기관(VDL)의 돼지 질병 진단자료를 통합해 주요 질병의 변화를 추적하고 이를 양돈산업에 공개하는 시스템입니다. 검사 건수와 양성률뿐만 아니라 사육단계와 지역, 과거 추세 등을 함께 분석합니다(홈페이지).
현재 아이오와주립대와 미네소타대, 사우스다코타주립대, 캔자스주립대, 오하이오, 퍼듀대, 일리노이대 수의진단기관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취합된 자료는 현장 수의사와 생산자로 구성된 자문그룹이 검토해 산업적 의미를 덧붙입니다.
SDRS는 PCR 검사자료만 다루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 질병 진단 결과를 집계하는 'Disease Diagnosis System', PRRS와 인플루엔자 자료를 분석하는 'PRRSView'와 'FLUture', PRRSV-2 변이를 분류하는 'PRRSLoom-Variants' 등을 운영합니다. PRRS의 경우 ORF5 염기서열을 기존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할 수 있는 도구(BLAST)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8월 PRRS 양성률 21%…'1C.5.32' 가장 많이 검출
이달 1일 공개된 SDRS 103호에 따르면 지난 8월 PRRS 검사 6,694건 가운데 20.96%가 양성이었습니다. 번식돈·성돈에서는 17.47%, 이유 후 육성·비육구간에서는 34.09%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아이오와와 미주리, 일리노이에서는 양성률이 해당 주의 평상시 범위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PRRS 바이러스의 유전적 변화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SDRS는 ORF5 염기서열을 분석해 변이별 검출 상황을 추적합니다.
8월에는 '1C.5.32'가 132건으로 가장 많이 검출됐으며, 이어 1C.5 71건, 1A.13.49 46건 순이었습니다. 1C.5.32는 아이오와에서 78건, 일리노이 26건, 미네소타 18건 등이 확인됐습니다. 특정 주에서 처음 확인된 변이도 별도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최근 국내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NADC34 유사 PRRS 바이러스' 역시 1A.13.49와 같은 L1A 계통에 속합니다.
PED부터 마이코플라스마·PCV·인플루엔자까지
SDRS의 모니터링 대상은 PRRS에 그치지 않습니다.
8월 PEDV는 4,074건 가운데 4.98%가 양성이었고 이유 후 육성·비육구간에서는 8.79%였습니다. PDCoV(돼지델타코로나바이러스)는 4,050건 가운데 1.56%가 양성이었습니다. 반면 TGEV(TGE바이러스)는 3,916건을 검사했지만 양성이 한 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SDRS에 따르면 TGEV는 65개월 동안 총 25만4,017건의 검사에서 양성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유행성 폐렴의 원인균인 '마이코플라스마 하이오뉴모니아(M. hyopneumoniae)'는 710건 가운데 15.63%가 양성이었으며, 이유 후 육성·비육구간에서는 26.49%로 7월보다 증가했습니다.
국내 양돈현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은 '돼지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는 1,940건 가운데 20.26%가 양성이었고, 이유 후 육성·비육구간에서는 29.14%였습니다. 아이오와와 오클라호마, 오하이오에서는 양성률이 해당 주의 평상시 범위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PCV2(돼지써코바이러스 2형)와 PCV3(돼지써코바이러스 3형)도 별도로 추적합니다. 8월 PCV2는 703건 가운데 31.72%, PCV3는 548건 가운데 50.91%에서 양성이 확인됐습니다.
PCR 검출과 실제 질병 진단도 구분
눈여겨볼 부분은 병원체가 검출됐다는 사실과 실제 질병으로 진단된 사례를 구분한다는 점입니다.
아이오와주립대와 오하이오 수의진단기관의 조직검사 확진 자료를 분석한 결과, 7월부터 8월 26일까지 원인이 확인된 사례 가운데 PRRSV가 333건으로 가장 많았고 Streptococcus suis(돼지연쇄상구균) 167건, 살모넬라 110건이 뒤를 이었습니다.
호흡기 질병에서는 PRRSV가 652건 가운데 307건으로 가장 많았고, 소화기 질병에서는 살모넬라가 351건 가운데 97건, 신경계 질병에서는 Streptococcus suis가 65건 가운데 38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SDRS는 전수조사는 아닙니다. 참여 수의진단기관에 의뢰된 검사자료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양성률을 미국 전체 농장의 감염률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여러 진단기관의 대규모 자료를 같은 기준으로 축적함으로써 질병 활동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 SDRS는 참여기관을 계속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103호부터 일리노이대 수의진단기관이 새롭게 합류했습니다. SDRS 측은 이를 통해 주요 양돈지역에 대한 지리적 대표성과 검사량이 확대돼 상재성 질병과 새로운 질병 위협을 파악하는 능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아직 없는 '질병 모니터링'
한편 국내에는 여러 돼지 질병의 진단자료를 전국 단위로 모아 검사량과 양성률, 사육단계별 변화, 유전자 분석 결과 등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SDRS와 같은 시스템은 사실상 없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가축전염병 발생월보에 따르면 올해 1~7월 공식 집계된 PRRS 발생은 35건, 지난해 전체는 63건입니다. 전국 양돈장에서 광범위하게 확인되는 PRRS의 실제 유행 정도를 보여주는 자료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민간 병성감정·진단기관에도 상당한 양의 진단자료가 축적되고 있지만, 이를 통합해 분석하거나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체계는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