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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SF 만 7년, 이제 농장 밖을 봐야 한다

오염 혈액·사료가 드러낸 국가 방역망의 빈틈…국경부터 도축·사료·유통까지 ‘전 주기 생물보안’ 필요

내일 9월 16일이면 ASF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지 꼭 7년이 됩니다.

 

 

2019년 9월 경기 파주에서 시작된 ASF는 7년이 지난 지금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야생멧돼지에서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확인됐고 사육돼지에서도 발생이 반복됐습니다. 올해는 불과 두 달 사이 전국 7개 시·도에서 24건이 발생하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동안 ASF 방역에서 가장 강조된 것은 농장의 생물보안(차단방역)이었습니다.

 

농장에 울타리를 치고 전실을 설치했습니다. 차량을 소독하고 사람과 물품의 출입을 통제했습니다. 방역복과 장화를 갈아 신고 농장 주변을 소독했습니다. 방역시설 기준은 계속 높아졌고 ASF가 발생하면 농장의 방역수칙 준수 여부부터 살폈습니다.

 

당연히 필요한 일입니다. 농장의 생물보안은 앞으로도 ASF 방역의 기본입니다.

 

그러나 ASF 발생 7년째인 올해 우리는 그동안의 방역에서 간과했던 불편한 사실 하나를 확인했습니다.

 

 

농장이 아무리 방역을 잘해도 막기 어려운 바이러스 유입경로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5월 발표된 정부의 역학조사(관련 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충남 당진의 ASF 발생농장이 확진되기 전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돼지가 출하됐습니다. 도축 과정에서 나온 혈액은 사료 원료 제조업체로 공급됐고 혈장단백질로 만들어졌습니다. 정부는 이를 포함한 사료가 여러 농장에 공급되면서 ASF 발생으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ASF 유전자가 검출된 돼지 혈장단백질 보관시료에서는 실제 감염력도 확인됐습니다.

 

농장 입장에서 정상적으로 구입한 사료의 원료가 ASF 바이러스에 오염됐는지를 확인할 방법은 사실상 없습니다. 울타리를 아무리 촘촘하게 치고 차량을 철저히 소독해도 사료와 함께 바이러스가 들어온다면 농장 차원의 생물보안만으로 막기는 어렵습니다.

 

문제는 농장 밖에 있었습니다.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돼지가 확진 이전 정상 출하됐고, 도축 과정에서 나온 혈액이 사료 원료 공급망으로 들어가는 것을 당시 방역체계는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돼지 혈액 유래 사료 원료의 ASF 위험을 상시 감시하는 안전장치도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문제가 발생한 뒤에야 제도가 보완됐습니다(관련 기사).

 

정부는 전국 돼지 도축장의 출하돼지에 대한 ASF 검사를 강화하고 사료 원료용 혈액을 공급하는 도축장의 혈액탱크를 검사하는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혈액 유래 사료 원료의 생산과 출고를 추적하는 관리체계도 강화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7월에는 국경에서 농장, 도축장, 사료 제조까지 관리하는 'ASF 전 주기 방역관리 강화계획'을 내놓았습니다.

 

 

필요한 조치입니다. 다만 뒤집어 보면 그 이전에는 ASF 바이러스가 도축과 부산물, 사료 공급망을 따라 이동하는 위험을 충분히 예상하고 통제하지 못했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질문도 남아 있습니다.

 

지난 7년 동안 국내에서 확인된 ASF 바이러스는 모두 2019년 한 번의 유입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ASF 양성 야생멧돼지 시료 4,209건을 분석한 최근 연구(바로보기)에서는 모두 유전형 II 바이러스가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IGR과 MGF 등 세부 유전적 특성에서는 차이가 나타났고 연구진은 국내 ASF 바이러스를 서로 다른 공간적 분포와 전파 양상을 가진 6개 클러스터로 구분했습니다.

 

 

이것만으로 ASF 바이러스가 해외에서 추가로 유입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국내에서 장기간 전파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자체적으로 다양해졌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추가 유입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국경에서부터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해외에서 불법으로 반입되는 축산물은 충분히 통제되고 있을까요.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 등을 통한 축산물 반입 위험은 없을까요. 북한을 비롯한 주변국으로부터 야생동물이나 오염물질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넘어올 가능성은 얼마나 면밀하게 추적하고 있을까요.

 

실제로 올해 국내 외국식료품판매업소에서 적발된 미신고 돈육가공품 일부에서는 ASF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됐습니다. 정부 역시 해외 불법축산물 반입·유통 등을 통한 오염원 유입 가능성을 ASF 발생 원인 가운데 하나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 가운데 어느 하나를 실제 국내 ASF 발생의 유입경로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더 조사해야 합니다.

 

새로운 유전적 특성을 가진 바이러스가 발견됐을 때 단순히 또 하나의 ASF 발생으로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바이러스와 어떻게 다른지, 어디에서 유래했는지를 추적해야 합니다. 다양한 유전적 마커와 전장유전체 분석을 활용한 보다 촘촘한 분자역학 감시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ASF 방역에는 여러 개의 문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으로 들어오는 '국경의 문'입니다. 두 번째는 들어온 바이러스가 도축장과 축산 부산물, 사료, 차량과 물류망을 통해 이동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국가 방역망의 문'입니다. 마지막이 돼지가 있는 곳으로 바이러스가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농장의 문'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마지막 문을 지키는 데 많은 힘을 쏟았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문을 넘어오는 바이러스를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고, 두 번째 문에서 바이러스를 걸러내지 못한다면 마지막 농장의 문 하나만으로 ASF를 막기는 어렵습니다.

 

더욱이 국가가 관리해야 할 정상적인 공급망을 따라 바이러스가 농장 문 앞까지 도달할 수 있다면 농장에만 더 높은 수준의 생물보안을 요구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ASF 국내 발생 7년.

 

이제 ASF 방역의 시야를 농장 밖으로 넓혀야 합니다.

 

국경에서 어떤 바이러스가 들어오는지 살피고, 국내에서 발견되는 바이러스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추적해야 합니다. 도축장에서 나온 혈액과 부산물이 어디로 가는지, 사료 원료는 안전한지, 전국을 연결하는 공급망을 통해 바이러스가 이동할 가능성은 없는지도 상시 감시해야 합니다.

 

농장 생물보안을 낮추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지난 7년 동안 농장에 바이러스를 막으라고 요구해 왔습니다. 이제 국가에도 물어야 합니다. 국가는 바이러스를 얼마나 잘 막고 있습니까.

 

농장에 요구해 온 만큼 국가의 생물보안도 촘촘해야 합니다.

 

ASF 7년. 이제 농장의 문만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 ASF 실시간 현황판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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