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축산업은 지난 수십 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왔다. 1956년 소 87만 마리, 돼지 126만 마리였던 사육 규모는 2023년 소 363만 마리(한우·육우 합산 기준), 돼지 1,108만 마리로 크게 늘었다. 같은 해 닭 사육 마릿수는 1억 8천만 마리를 넘어섰고, 국민 1인당 연간 축산물 소비량도 약 62kg에 달한다. 이처럼 축산업은 생산과 소비 모두에서 큰 폭의 성장을 이뤘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지속가능성이라는 중대한 과제가 남아 있다.

문제는 통계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축산물 자급률은 2004년 79.3%에서 2023년 64.5%로 떨어졌다. 곡물 자급률 역시 20%에 머물러, 축산업은 사료용 곡물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최근 미국 등 주요 농축산물 수출국이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국제 시장이 불안정해졌고, 곡물 가격 변동폭도 커졌다. 이는 곧 축산농가의 생산비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2023년 통계청의 축산물 생산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송아지, 우유, 비육돈, 계란, 육계 등 주요 품목의 생산비는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한우와 육우의 평균 경락가격은 오히려 하락했다. 예를 들어, 송아지 산지가격은 2022년 386만 원에서 2023년 342만 원으로 낮아졌고, 한우 비육우 경락가격도 1kg당 20,980원에서 18,619원으로 떨어졌다. 이는 중소 축산농가의 수익성 악화와 경영 불안정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다.
축산 질병 역시 지속적인 위협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일부 지역에서 여전히 발생하고 있으며, 겨울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 등도 반복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질병은 농가의 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소비자의 불안, 나아가 국가 식량안보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 대응 또한 축산업이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1년 온실가스 총배출량 7억 2,430만 톤 중 농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3.2%이며, 이 가운데 축산 분야가 55.8%를 차지한다. 특히 축산업에서 배출되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약 28배 높은 온실효과를 가진다. 축산업의 구조적 변화 없이는 탄소중립이라는 국가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의미다.
지역사회와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2021년 기준 축산악취 민원은 전체 악취 민원의 57.9%인 13,616건에 달했다. 이는 농촌 주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축산업 전반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환경, 동물복지, 지역 상생이라는 가치가 결여된 축산업은 결국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가축분뇨의 적정 처리와 악취 저감 등 축산환경 전반에 대한 체계적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가축분뇨 자원화 컨설팅, 퇴비·액비 품질 향상 지원, 저탄소 농업 프로그램, 환경친화축산농장 지정, 축산악취 컨설팅, 동물복지 인증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공성과 현장성을 결합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축산환경 전문기관인 축산환경관리원이 있다. 앞으로는 농가 단위의 개선 노력과 지역사회의 이해를 조율하고 중재할 수 있는 공공기관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다.
축산업의 미래는 기술보다 신뢰 위에서 결정된다. 국민은 깨끗하고 안전하며, 환경을 고려한 축산물을 원한다. 지속가능한 축산업은 환경 보호를 넘어 식량 주권 확보, 농촌 공동체의 생존,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된 과제다. 자원이 순환되고, 악취와 질병이 줄어들며, 농가와 지역사회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될 때, 축산업은 국민의 신뢰를 받는 산업으로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은 “가장 어두운 밤이 지난 후에야 별이 가장 밝게 빛난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이 복합적인 위기는 축산업이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전환의 기회이기도 하다. 과거의 성공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기본으로 돌아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할 것인지는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