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3인이 꼽은 ASF 방역 성공의 핵심 조건 '시설·기술보다 사람'

  • 등록 2026.03.16 07:4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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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프라, 지난 13일 ‘3인의 전문가가 말하는 ASF’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 개최...질병 특성 및 대응방안, 백신연구 등 소개

최근 ASF의 확산세가 거세지며 농장마다 방역시설 보강에 관심을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시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의 행동'과 '운영 시스템'이라고 강조합니다. 지난 13일 한국히프라 주최로 열린 온라인 세미나에서 임창원 원장, 정현규 교수, 이삭 로드리게스 매니저가 제시한 방역의 핵심 포인트입니다.

 

 

방역의 핵심은 결과가 아닌 '항상성' 유지

임창원 원장(도드람양돈농협 동물병원)은 방역의 성패가 '단발성 실천'이 아닌 '지속 가능한 시스템'에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임 원장은 "방역은 단순히 하는 것 자체보다, 단 한 번의 실패가 질병 발생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농장이 언제나 동일한 방역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방역 항상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를 위해 농장만의 표준 매뉴얼과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이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시설 설치에 그치지 않고, 그 시설이 매일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상'이 곧 농장의 방어력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농장의 방역 수준은 '가장 의식 낮은 사람'이 결정

정현규 교수(태국 콘캔대학교)는 방역의 하향 평준화를 경계하며 현장 인력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정 교수는 "농장의 방역 수준은 가장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방역 의식이 가장 낮은 사람의 수준에서 결정된다"며, "결국 모든 질병은 원칙을 지키지 않는 그 한 사람을 통해 유입된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농장의 방역 교육과 실천, 검증 프로그램의 초점은 평균 방역수준이 아닌, 방역의식이 낮은 직원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농장 내 외국인 노동자나 단기 작업자 등 방역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인력들에 대한 집중적인 의식 강화가 ASF 방어의 핵심 포인트이라고 전했습니다.

 

 

바이러스는 못 바꿔도 '인간의 행동'은 바꿀 수 있다

이삭 로드리게스(글로벌 히프라 테크니컬 매니저)는 ASF와의 싸움을 생물학적 영역을 넘어선 '사회적·행동학적 도전'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바이러스의 강력한 본성을 바꿀 수는 없지만, 우리의 방역 문화와 인식 같은 '인간의 행동'은 바꿀 수 있다"고 단언했습니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이동하지 않으며, 결국 사람이나 차량에 묻어 농장 경계를 넘습니다. 따라서 완벽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현 상황에서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는 기술이 아니라, 방역을 대하는 우리 산업의 문화와 개별 작업자의 행동 변화에서 온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시설 너머의 '소프트웨어'를 정비해야

세 전문가의 제언을 종합하면, ASF 방역은 8대 방역시설과 같은 '하드웨어'를 넘어, 이를 운영하는 사람의 '소프트웨어'를 정비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철저한 매뉴얼로 방역의 구멍을 막고(임창원 원장), 의식이 낮은 현장 인력을 집중 교육하며(정현규 교수), 방역을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키는 행동의 변화(이삭 로드리게스)가 병행될 때 비로소 우리 양돈산업은 ASF라는 거대한 파고를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 정현규 교수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병원성이 낮은 ASF 바이러스의 출현 상황을 소개하며, 국내 유입에 경계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이삭 매니저는 히프라(HIPRA) 본사가 현재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아 추진 중인 차세대 ASF 백신 개발 프로젝트 ‘VAX4ASF’를 소개했습니다. 현재 4년 프로젝트 중 3년 차이며, 본격적으로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한창입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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