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규 박사 "이빨뽑기 도입? 정부보고 ASF 방역 포기하라는 얘기"

2023.03.16 06:42:04

한돈산업 일각, 발생농장 돼지 일부만 살처분하는 부분 살처분 도입 주장

최근 한돈산업 내에서는 ASF 발생농장에 대해 이른바 '이빨뽑기' 형태의 살처분 방식이 조심스럽게 검토·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빨뽑기'는 문제가 되는 '이빨(썩은이)'만 뽑듯이 발생농장 내 감염돼지를 포함해 '돈방' 또는 '스톨' 단위로 일부 돼지를 제거하는 방식의 '부분 살처분'을 말합니다. 이후 검사와 추가 살처분, 돈방(스톨) 비우기, 소독 등이 반복되어 실시됩니다. 이를 농장 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고, 감염돈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진행합니다. 

 

'이빨뽑기'는 예방적 살처분 없이 발생농장의 전체 돼지만을 살처분하자는 주장보다 더 나아간 주장입니다. 중국과 베트남, 태국 등 주로 아시아 발병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몇몇 수의 전문가들이 몇 년 전부터 국내에 소개·발표되어 관심을 모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육돼지에서의 ASF 발생이 늘면서 우리나라에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빨뽑기를 주장하는 측은 ASF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의 필요성을 잘 정리해 정부에 건의하자는 의견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갑론을박입니다. 일부는 반대를, 일부는 찬성으로 의견이 팽팽히 갈립니다. 

 

'돼지와사람'은 이달초 태국 방콕서 열린 VIV Asia 행사 현장에서 만난 정현규 박사에게 '이빨뽑기'에 대한 생각을 물었습니다. 정 박사는 현재 1년여의 일정으로 유럽과 일본, 태국, 베트남 등의 해외 양돈현장을 다니며 야생멧돼지와 ASF 농장 컨트롤과 관련한 자료와 경험을 수집, 연구하고 있습니다.

 

 

정현규 박사는 먼저 태국의 경우 ASF로 30~40%의 사육돼지가 줄었는데 아직도 회복하지 못한 심각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태국의 양돈산업은 ASF 이전과 이후로만 나눌 수 있다. ASF 이전의 산업이나 시스템은 이제 볼 수도 생각할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ASF가 산업지형도를 바꾸었다는 얘기입니다. 

 

이빨뽑기에 대해 정 박사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베트남과 태국에서도 실시하는데 이빨뽑기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우선 정부의 보상제도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박사는 "(태국은) ASF가 나라 전체 농장에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상황에서 ASF 컨트롤에 있어 정부가 일정 정도 손 뗀 상황"이라며, "태국을 포함해 동남아시아 국가의 경우 보조금이 거의 없거나 극히 일부만 존재해 농장 입장에서 (이빨뽑기는) 자구책에서 나온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정 박사는 동남아시아에서 '이빨뽑기'가 가능한 이유는 진단을 정부뿐만 아니라 대학 등 민간에서도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현규 박사는 "감염농장의 경우 일부 돼지 또는 환경에 바이러스가 남아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검사를 1~2주 간격으로 계속 실시해야 하고, 모돈의 경우는 전 두수를 검사해야 한다"며, 때문에 "초기 채혈하는 작업과 검사하는 물량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도 했습니다. 

 

그는 "태국의 경우 채혈뿐만 아니라 로프법(타액 추출)을 통해 얻은 시료를 정부가 아니라 민간(대학)에서 진단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낸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별도의 도축장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 박사는 또한, 이빨뽑기 자체를 너무 쉽게 생각하면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실시하는 농장의 경우 주변 농장으로 바이러스가 확산되지 않도록 매우 강력한 차단방역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실패해 결국 전 두수를 땅에 묻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의 이빨뽑기 도입 주장에 대해 정 박사는 "지금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정 박사는 "이빨뽑기를 주장하려면 정부보고 ASF 방역을 포기하라는 얘기"라며, "향후 불행하게도 ASF가 우리나라 농장에 광범위하게 퍼졌을 경우 하나의 시나리오로는 생각해 볼 수 있으며, 현재는 실시 기준 정도를 마련하는 수준으로만 논의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습니다.

 

정현규 박사는 "이빨뽑기는 2주 정도 간격으로 계속 샘플 채취부터 검사까지의 과정에서 방역, 많은 샘플을 즉시 검사해야하는 시스템, 사료 및 출하차와 관리인들의 방역으로 농장 밖으로 바이러스가 나가지 못하게 하는 일. 이들 농장의 돼지를 도축할 지정 도축장, 이런 과정에서의 비용 등 준비되어야 할 것들이 많다. 또한, 양성농장 주변의 농장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전국적인 발생이 아니면 많은 설득이 필요할거고...결국, 이 방법은 향후 ASF 여러 상황 시나리오의 하나로 검토, 준비되고 필요한 사항이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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