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 돼지 파보바이러스(parvovirus)의 전혀 다른 임상증상이 관찰돼 양돈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돼지 파보바이러스는 주로 번식장애를 일으키는 병원체로 알려져 왔으나, 이번에는 자돈에서 눈이 돌출되고 피부가 비정상적으로 붉어지는 독특한 증상이 보고되었기 때문입니다.
네덜란드 동물진단기관 'Royal GD(Gezondheidsdienst voor Dieren)'는 2024년 말부터 자사 상담창구 ‘VeeKijker’에 일부 자돈의 안구가 튀어나오고 눈의 위치가 비뚤어지는 이상 사례가 접수되기 시작했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이들 자돈 가운데 일부에서는 피부가 과도하게 붉어지고 털이 빠지면서 주름지는 변화도 함께 관찰되었습니다. GD는 역학조사와 해부·조직검사, 미생물학적 검사 등 광범위한 진단을 진행한 끝에, 돼지에서 이전에 보고된 적이 없는 새로운 파보바이러스 변이체(parvovariant)가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현재까지 이같은 임상증상이 보고된 양돈장은 네덜란드 동부와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약 50개 농장에 이릅니다. 전체 가운데 20~70%의 일부 자돈에서만 증상이 나타나지만, 치명적이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GD는 설명했습니다.
GD는 초기 조사에서는 정확한 원인을 특정하지 못했으나, 최근 고도화된 ‘바이러스 디스커버리(virus discovery)’ 기법을 활용해 이상증상을 보인 자돈의 조직과 혈액에서 신규 파보바이러스 변이를 검출했습니다. 아직 이 바이러스가 모든 임상증상의 직접 원인이라고 100% 단정할 수는 없지만, GD는 “임상 사례와의 연관성이 상당히 높다”고 보고, 네덜란드 농업·어업·식량안보·자연부(LVVN)와 양돈생산자단체(POV)가 공동으로 수행하는 국가 돼지질병 모니터링 사업의 후속 연구 과제로 연결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연구에는 현장의 수의사와 양돈농가도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유전적 분석 결과, 이번에 자돈에서 검출된 파보바이러스 변이는 2012년 네덜란드 여우 분변 일부에서 확인된 파보바이러스와 가장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당시 검출된 바이러스와 비교했을 때 여러 돌연변이가 축적된 상태이며, 현재 돼지 번식장애의 대표적 원인으로 알려진 돼지 파보바이러스 1형(PPV1)과는 유전적으로 상당한 거리가 있는 독립 계통으로 확인됐습니다.
전 세계 대부분의 양돈장이 익숙한 PPV1은 주로 수정 실패, 불임, 미이라 태아, 자돈 수 감소 등 번식장애(SMEDI)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에 대응하는 상용 백신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확인된 새 파보바이러스 변이는 PPV1과 계통이 달라, 기존 PPV1 백신이 교차면역을 제공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GD는 “실제 교차방어 여부는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상태”라며, 성급한 결론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향후 GD와 협력 수의사들의 연구 초점은 새 파보바이러스 변이와 자돈 임상증상 간 인과관계를 보다 명확히 규명하는 것에 맞추어질 예정입니다. 동시에, 현장 진료와 후속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실용적인 진단키트 개발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네덜란드 보고는, 그동안 “돼지 파보바이러스=번식장애”로만 인식돼 온 상식을 흔들 수 있는 사례로 평가됩니다. 자돈에서 눈이 돌출되고 피부가 붉게 변하는 비전형적 파보바이러스 의심 사례가 공식적으로 제기된 만큼, 향후 연구 결과와 진단법 개발 추이에 따라 전 세계 양돈업계의 파보바이러스 관리 전략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