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돈업계에서 “분뇨 처리를 통한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제대로 인정받으려면 우리 현실에 맞는 계수로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핵심 쟁점은 온실가스 산정 방식인 ‘티어(Tier)’입니다. 최근 생산자들은 국내 양돈 분뇨 관리 방식을 반영해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의 산정 방식을 현행 티어1에서 티어2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각 나라가 자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할 때 따라야 하는 계산 지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IPCC 지침에서 말하는 티어1·티어2·티어3는 예를 들어 돼지 분뇨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정교함의 단계’를 구분해 놓은 것입니다.
티어가 높아질수록 투입하는 데이터가 세밀해지고 계산 방법이 복잡해지며, 대신 현장을 더 잘 반영하고 결과의 신뢰도가 높아집니다. 그만큼 비용과 관리 부담도 함께 올라갑니다.
티어1은 가장 기본 단계입니다. 국가별 고유 자료가 충분하지 않을 때 사용하는 방식으로, 돼지 두수에 전 세계 평균에 가까운 기본 배출계수(온실가스 배출량 계수)를 곱해 일괄적으로 추정하는 수준입니다. 이 방식은 비교적 간단하고 빠르지만, 우리나라 사육 밀도, 사료 특성, 분뇨 처리 방식 같은 현실은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티어2는 한 단계 올라간 방식입니다. 여기서는 국가별·산업별 실제 사육 특성을 입력값으로 집어넣습니다. 모돈, 자돈, 비육돈 등 생산 단계별(클래스별) 사육 두수와 체중, 사육 기간, 사료 섭취 특성, 분뇨로 배출되는 휘발성 고형물(VS)과 질소 배설량, 그리고 그 분뇨가 어디로 가는지(슬러리 저장조, 퇴비화, 액비탱크 등)를 각각 따로 잡아 가중 평균을 냅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실제 사육 구조와 분뇨 흐름”을 반영해 배출량을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티어3는 가장 정교한 단계입니다. 국가 단위 평균도 아니라 아예 지역·농장 단위에서 실측 자료나 정교한 시뮬레이션 모델을 적용합니다. 분뇨 저장조의 실제 체류 시간, 일별 기온 변화, 교반 여부, 덮개 유무, 메탄 농도 변화를 현장에서 계측해 그 데이터를 직접 쓰는 식입니다. 이 단계는 불확실성이 가장 낮지만, 측정과 검증에 드는 비용과 인력, 관리 부담이 매우 큽니다.
IPCC는 돼지를 많이 기르는 나라이거나, 국가 현실과 국제 평균값 사이의 차이가 큰 나라에는 티어2 이상을 쓸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덴마크, 뉴질랜드, 네덜란드 등은 양돈 부문에서 이러한 티어2 접근을 이미 운영하거나 국가 보고서에서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양돈 분뇨 처리를 티어2 수준으로 인정받으려면 단순히 “우리는 액비 순환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모돈·자돈·비육돈 등 생산단계별 사육 구조와 분뇨 배출 특성, 계절별 저장 방식, 액비 순환 과정에서의 체류 시간과 온도, 메탄 발생 특성 등 기초 데이터가 과학적으로 축적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축산과학원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반복 실험과 현장 조사, 그리고 최소 수년 단위의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후에는 이 수치를 국가 공식 인벤토리에 반영할 수 있도록 국제 검증 절차와 IPCC 보고 체계 내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참고로 농촌진흥청은 국내 돼지를 포함한 주요 축종의 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장내 메탄가스를 정확히 산정할 수 있는 국가 고유 온실가스 배출계수 개발을 7년만에 완료하였습니다.
결국 현재 양돈업계가 요구하는 것은 “국가가 우리 현실 데이터를 공식 수치로 인정하고, 그 수치를 국제 기준(IPCC 인벤토리)에 등록해달라”는 구조적 요구에 가깝습니다. 국내 농업 분야에서 농장마다 탄소 배출을 티어2로 계산하는 분야는 없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근선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