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국내 양돈농가의 분뇨 처리 현실을 반영한 온실가스 산정 방식 개편 요구가 본격화됐습니다.
10월 31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국내 실정에 적합한 돼지분뇨의 저탄소 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국내 양돈농장에 널리 자리 잡은 액비순환을 저탄소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현재의 티어1 온실가스 산정 방식을 티어2, 나아가 티어3로 상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여야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대한한돈협회, 축산신문이 주관한 이번 토론회에는 학계와 관계 부처가 함께 하여 '현장 기술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전면에 세웠습니다.
발표자들은 먼저 돼지 부문의 배출 특성을 짚었습니다. 장내발효 비중은 10% 미만에 그치는 반면, 분뇨 처리에서 전체 배출의 대부분이 나옵니다. 그중에서도 분뇨·슬러리 저장 등 ‘1차 관리’ 단계에서 메탄이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 재확인됐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IPCC 가이드라인의 티어1 방식, 즉 가축두수에 고정 배출계수를 곱해 산정하는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농가의 다양한 저감 노력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실적으로 반영되지 않는 구조라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이도헌 한돈미래연구소 소장은 이 괴리가 지속되면 정책 효과가 왜곡되고, 실제로는 감축 잠재력이 높은 저장·보관 단계 개선보다 사육두수 감축 압박만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핵심 논의는 한국형 분뇨 처리 공정의 특징과 액비순환의 역할에 집중됐습니다. 우리나라는 고액분리를 거쳐 2차 처리(정화방류·고도처리)를 실시하고, 이 과정에서 얻은 처리수를 다시 축사로 되돌려 보내는 액비순환이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박진미 국립경상대 교수는 액비순환을 “악취 저감용 보조시설”이 아니라 “축사·저장 단계 메탄을 직접 낮추는 고도처리형 저탄소 기술”로 규정했습니다. 액비순환으로 메탄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교수는 내년 중 결과를 국제저널로 공개해 국제적 신뢰도를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국내 인벤토리의 티어2·티어3 상향과 감축 인정의 제도화를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덴마크 등의 사례가 참고자료로 소개됐지만, 참석자들은 '유럽은 장기 저장 후 직파살포가 일반적이어서 바이오가스의 경제성이 높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국내는 2차 처리(정화방류·고도처리) 체계가 보편화돼 장기 저장이 필수적이지 않다'는 차이를 분명히 했습니다. 따라서 해외 잣대를 그대로 들여오기보다 국내 공정에 맞춘 표준모델과 측정·보고·검증 체계를 마련해 감축 인정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제안이 이어졌습니다.
동시에 저장기간 단축, 덮개·차광, 혼합·폭기 등 ‘저장 단계’ 직접 저감기술을 우선 확산하고, 바이오가스는 필요성과 집적도가 높은 지역에서 공공 인프라 중심으로 추진하는 ‘지역맞춤형 이원 전략’이 요구됐습니다.
정병일 한돈미래연구소 팀장은 우리나라의 산정 방식과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티어1 하에서는 바이오가스 확대, 저장기간 단축, 액비순환 등 다양한 현장 개선이 감축실적으로 잡히지 않아 실제 노력과 국가 통계 사이의 간극이 커진다는 지적입니다. 그는 분뇨 메탄 산정에 티어2를 부분 적용하더라도 조속히 전환해야 한다며, 국제 전문가 네트워크와의 협력을 통해 데이터를 정교화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기홍 대한한돈협회장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으면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하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화학비료·수입 유박과의 규제 형평성, 액비 살포의 합리적 기준 마련 등 제도 개선도 촉구했습니다.
참석자들은 '액비순환은 한국 농가가 축적해 온 실천적 기술'이라며 '이제는 과학적 계량과 제도적 인정으로 연결해, 현장의 저감 노력이 국가 감축목표 달성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토론회에는 이인복 교수(서울대학교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가 좌장을 맡고 이도헌 소장(한돈미래연구소), 서해엽 과장(기후에너지환경부 생활하수과), 김소연 사무관(농식품부 축산정책과), 이준희 교수(경북대학교)가 패널로 참석했습니다.
이근선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