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구제역이 발생하는 등 엄중한 상황으로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관계기관 및 지방정부는 신속한 살처분, 정밀검사, 집중소독 등 방역 조치에 총력을 기울여 줄 것과 농장 내·외부 소독, 축사 출입 시 소독 및 장화 갈아신기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줄 것을 당부합니다” - 1월 31일자 농림축산식품부 보도자료 중
최근 ASF와 구제역이 동시 발생하는 엄중한 상황 속에서 정부가 돈사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소독을 강력히 권고하고 나섰습니다. 대한한돈협회는 캠페인을 통해 이를 지원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내부소독이 오히려 농장 종사자뿐만 아니라 돼지의 건강을 해치거나 화재를 유발하는 등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세심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공기 분사, 사람과 돼지 호흡기 위협할 수도
정부 지침에 따라 돈사 내부소독이 강화되고 있지만, 소독제의 살포 방식이 잘못될 경우 심각한 인적·물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우려 중 하나는 농장 종사자와 돼지의 건강 문제입니다. 소독제를 공기 중에 안개처럼 뿌리는 ‘공기 분사’ 방식은 소독 성분이 호흡기를 통해 직접 흡입될 위험이 큽니다. 이는 농장주와 근로자에게 호흡기 질환이나 피부 자극을 유발할 수 있으며, 돼지에게도 스트레스와 건강 악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앞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습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1994년부터 판매된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폐 손상 등을 일으킨 사건이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를 통해 가습기살균제와 폐 손상 간의 인과관계가 최초로 확인되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11월 30일 기준으로 피해를 신청한 8,035명 중 5,942명에 대해 피해를 인정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돈사 내부소독 시 가급적 인체나 동물에 무해한 것으로 검증된 소독제를 선택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기 중 분사를 지양하고,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쉬운 바닥과 벽면, 문, 기구 등으로 소독 범위를 한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작업 시에는 반드시 마스크와 보안경 등 안전 도구를 완비하여 소독제 노출을 최소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젖은 전선이 부르는 화재… “소독 전 전기 설비 점검 필수”
'돈사화재는 밀폐된 공간에서 방역소독 등으로 인해 조금씩 조금씩 콘센트에 염분이 흡착되어 콘센트 트레킹 화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제주특별자치도 서부소방서 화재조사관 정경만(관련 기사)'
소독제 살포가 부르는 뜻밖의 복병은 또 있습니다. 바로 ‘돈사 화재’입니다. 돈사 내부는 암모니아 가스와 먼지가 상존하는 환경인데, 여기에 소독액을 살포하다 전선에 수분이 침투할 경우 누전이나 합선으로 인한 화재 발생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특히 노후된 돈사일수록 전기 배선이 외부에 노출된 경우가 많아 소독 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전문가들은 “소독제를 뿌릴 때 배전반이나 콘센트, 전선 연결 부위에 직접 닿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방역도 중요하지만 소독으로 화재가 발생하면 농가에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기본 방역 수칙 준수가 최선의 방어선
결국 성공적인 방역은 소독제 살포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수칙의 철저한 이행에서 시작됩니다. 올바른 농장 내·외부 소독과 더불어 축사 출입 시 소독, 손씻기, 장화 갈아신기 등 현장에서 간과하기 쉬운 기본 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방역 전문가들은 “정부의 소독 강화 방침은 현 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농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소독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안전도구를 착용하고 전기 설비를 보호하는 등 안전한 소독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가축 질병을 막고 농장을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