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독일, 유기농과 동물복지가 일상인 공공급식 식탁... 칸티네 쭈쿤프트 실험

  • 등록 2025.10.09 19: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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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의 공공급식 혁신 프로젝트 ‘칸티네 쭈쿤프트(Kantine Zukunft)_미래의 식탁’(4)
아산나눔재단 아산프론티어아카데미 모소리팀 김민경(삶과그린연구소장)

베를린시가 지원하는 공공급식 혁신 프로젝트 ‘칸티네 쭈쿤프트(Kantine Zukunft)’는 도시의 식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사회혁신기업 슈파이제 로이메(Speiseräume GmbH)가 2019년부터 베를린시 식품전략(Berlin Food Strategy)의 일환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약 115만 유로의 시 예산을 지원받는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명확하다. “공공급식을 도시의 지속가능성 전환의 핵심 축으로 만들자.”

 

 

Kantine Zukunft는 보육시설, 학교, 병원, 요양시설, 지자체, 공공기관 구내식당 등에서 매일 7만 끼 이상 제공되는 식사를 대상으로 한다. 17명의 전문 인력(이 중 9명은 조리사)이 각 기관의 주방팀을 직접 찾아가 진단, 교육, 조리 실습, 메뉴 재구성을 지원한다. 모든 과정은 무료로 제공되며, 프로그램 종료 후 평균 유기농 식재료 비율이 68%로 상승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베를린은 독일의 ‘유기농 수도(Organic Metropolis)’로 불리며, 국가적으로 농지의 11.2%가 유기농 경작지이고, 2030년까지 3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 전체 외식·급식 부문에서 유기농 식재료 비율은 아직 1~2%에 불과하다. 이러한 격차를 좁히기 위한 베를린시의 전략이 바로 Kantine Zukunft다.

 

이 프로젝트는 공공급식을 단순한 급식 서비스가 아니라 건강·환경·복지·공정무역을 아우르는 도시정책의 플랫폼으로 본다. 구체적인 실행 기준은 다음과 같다.

- 유기농 식재료 최소 60%

- 가공식품(컨비니언스 제품) 최대 10%

- 식물성 식재료 최소 60%

- 메뉴 중 식물성 요리 비율 최소 60%

 

 

즉, “채소 중심, 가공 최소화, 예산 내 유기농 확대”가 핵심 원칙이다. Kantine Zukunft의 ‘베를린 메서드’는 예산을 늘리지 않고도 메뉴 설계와 조리 기술을 개선하여 유기농 비중을 높일 수 있음을 증명했다. 

 

요소 주요 내용 강점/도전 과제
목표 유기식 비율 (Organic Share) 참여 급식소들이 전체 식재료의 60% 이상을 유기농(organic) 재료로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함. 유기농 비율을 높이는 것은 품질 개선과 환경 측면에서 상징성이 강함. 다만 비용 증가와 조달 문제는 부담 요인이 될 수 있음.
비용 중립 전환 전략 단순히 기존 재료를 유기농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조리 방식, 레시피 구조, 구매 구조, 폐기물 관리 등을 함께 조정하여 비용을 유지하려 함. 이를 통해 예산 부담 없이 전환이 가능하다는 실증적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음. 반면, 변화 관리 역량과 초기 투자(교육, 장비 등)가 필요함.
현장 중심 컨설팅 및 역량 강화 단순한 지침 전달이 아니라, 현장 방문, 실습, 워크숍, 조리 컨설팅 등을 통해 주방 팀과 같이 변화를 실행함. 참여 주방의 역량이 실제로 올라가고 변화 지속 가능성이 높아짐. 다만 많은 인력 자원 투입이 필요함.
자율 참여 기반 급식소가 의무가 아닌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변화 의지와 헌신을 바탕으로 운영됨. 내부 동기와 주인의식이 높을 수 있음. 하지만 참여율이나 확산 속도는 제한될 수 있음.
규모 및 영향력 베를린 내 150여 개 이상의 공공 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일일 급식 제공 규모가 상당함 (7만 끼 이상) 규모가 크기 때문에 생태계 효과가 발생할 수 있음. 지역 유통망, 농업 체계와의 연계 가능성이 큼.
평가와 지속성 외부 평가체계 마련, 중간 점검, 변화 지속 여부 점검 등이 포함됨 효과 검증 가능성과 지속적 개선이 가능. 예산 지속 확보가 필수 과제.

 

이 혁신은 베를린의 마르크트할레 노인(Markthalle Neun) 안에 있는 ‘훈련 주방(Training Kitchen)’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곳에서는 조리사와 영양사, 복지시설 관계자들이 함께 조리 실습을 하며 계절·지역 재료를 기반으로 한 신메뉴를 개발한다.

 

 

“채소가 중심(Veggies as the centerpiece)”이라는 슬로건처럼, 이들은 제철 채소와 곡물, 콩, 감자 등 지역산 식물성 식재료를 중심으로 급식을 재구성하고, 육류·유제품·생선은 부가적인 영양 보충 역할로 한다.

 

훈련 주방은 실험실이자 배움터다. 조리팀은 이곳에서 신선식품 처리 기술, 유기농 재료 활용, 식품 폐기 최소화 방법을 익히며, 프로그램 종료 후 스스로 지속 가능한 급식 체계를 운영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운다. 물론 맛을 중요시 여긴다. 맛있는 요리를 통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도 목표 중의 하나다. 프로젝트 종료 후 참여자들의 만족도 조사에서는 직무 만족과 직업 정체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Speiseräume는 이러한 현장 경험을 토대로 베를린 외에도 브란덴부르크(Kantine Zukunft Brandenburg)와 작센(Sachsen)의 Stadt-Land-Küche, 브레멘 식품전략(Bremen Food Strategy) 등으로 확산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EU의 Horizon2020 프로젝트 ‘School Food 4 Change’에 참여해 유럽 전역 학교급식의 개선 모델을 공유하고 있다.

 

 

베를린의 사례는 단순한 급식 품질 개선이 아니라 도시의 식품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실험이다. 공공 조달 구조를 통해 유기농과 동물복지 축산물의 사용을 늘리고, 조리사 교육과 현장 워크숍을 통해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간다. Kantine Zukunft가 보여주는 것은 ‘더 좋은 식사’가 ‘더 좋은 사회’로 이어진다는 믿음이다.

 

한국에서도 이 모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유기농·복지 인증 식재료를 연계한 공공조달 시스템을 구축하고, 군대·학교·복지시설 급식에 동물복지 돼지고기 활용 모델을 도입한다면, 지역 농업·환경·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베를린의 사례는 “건강한 도시의 시작은 급식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를 실감하게 한다.

 

 

독일 베를린의 Kantine Zukunft(미래의 식탁)가 유기농·동물복지 식재료 중심으로 공공급식 혁신을 이끌고 있는 것을 보며 한국이 떠올랐다.

 

지난 8월 모소리팀은 한국 팜스코의 ‘하이포크(High Pork)’ 관계자와 만났다. 하이포크는 급식 시장을 주요 사업 분야로 정하고 학교·병원·산업체 등 공공 및 민간 급식 현장으로의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기업이다. 단순한 식재료 공급을 넘어,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담은 돼지고기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강화하며 급식 운영의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이포크는 특히 ESG 가치 실현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운다. ‘동물복지 인증 사육, 저탄소·탄소중립 생산 시스템, 지속가능한 단백질 공급 체계’를 브랜드 전반에 반영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콘텐츠 기반의 현장 지원 전략이다. 하이포크는 단순히 원료를 납품하는 기업이 아니라, 급식 현장의 조리 담당자와 영양사들이 직접 참여한 레시피북을 제작해 메뉴 구성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매월 급식 전용 홍보지를 발간해 계절별 제품 정보와 프로모션 소식을 공유한다. 카카오 채널과 ‘급식 전용 인스타그램’ 등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소통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러한 행보는 독일의 Kantine Zukunft가 보여주는 현장 중심 컨설팅 모델과 닮아 있다. Kantine Zukunft는 베를린시의 지원으로 200여 개 공공급식소에 무상 컨설팅을 제공하며, 주방 교육·메뉴 개선·조리 실습을 병행한다. 베를린의 ‘훈련 주방(Training Kitchen)’이 조리사의 전문성 향상을 이끌듯, 하이포크는 레시피북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한국형 ‘디지털 급식 아카데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하이포크의 동물복지·저탄소 생산 철학은 Kantine Zukunft의 “채소 중심, 유기농 확대, 지역 순환” 원칙과 방향성이 맞닿는다. 두 사례 모두 ‘지속가능한 급식’이라는 공통된 목표 아래, 식재료 선택에서 환경적·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정부가 주도하고, 한국에서는 민간 기업이 앞장서는 차이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급식을 통해 ESG 가치를 일상화한다는 점에서 두 모델은 상호 보완적이다.

 

한국의 친환경급식지원센터, 먹거리통합지원센터가 하이포크와 같은 민간 파트너와 협력해, “공공급식에 동물복지 돼지고기 활용 모델”을 제도화한다면, 이는 베를린식 공공조달 혁신에 버금가는 공공급식 식탁의 변화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동물복지 축산, 특히 돼지 동물복지 농가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말처럼, 지속가능한 도시의 시작은 한 끼의 식탁에서 출발한다. 베를린의 칸티네 쭈쿤프트(Kantine Zukunft)가 보여주는 두 방향은, 결국 같은 목표 ‘건강한 사람, 행복한 동물,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식탁 혁신’으로 향하고 있다.

◆ 양돈 동물복지, 한국이 묻고, 유럽이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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