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나눔재단이 운영하는 아산프론티어아카데미는 차세대 비영리 리더를 육성하는 대표적 프로그램으로, 전국의 활동가와 실무자를 선발해 경영·리더십 교육,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 글로벌 스터디를 지원한다.
이 과정 중 모소리팀(MOSORI Team)은 ‘모두를 위한 소비를 리드하다’라는 이름처럼 소비를 통해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지향하며, 한국 축산업의 중요한 과제인 돼지 동물복지 확산을 팀 프로젝트 주제로 삼았다. 국내에서 동물복지 인증 농장이 돼지 분야에 극히 적은 현실을 문제의식으로 삼아, 원헬스(One Health) 관점에서 사람·동물·환경이 공존하는 축산 모델을 연구하고 현장에 적용, 공공급식을 통해 소비시장에 확산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모소리팀은 국내 조사와 동물복지 농장방문, 팜스코 담당자 면담, 경기도 축산정책과 가축행복농장 인증제 인터뷰 등의 학습을 진행했고 이번 글로벌 스터디를 통해 네덜란드·독일 등 유럽 선진 사례를 탐방하며, 한국형 동물복지 모델 구축과 소비확산을 위한 해법 찾기에 나서고 있다. 연말에는 양돈 동물복지 현황와 생산자, 판매자, 소비자, 공공기관 등 여러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국회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네덜란드, 독일 탐방은 다음의 이슈를 중심으로 기관방문과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다.
- One-Health 관점의 동물복지 양돈 모델 탐방
- 동물복지 축산물 공공급식 납품에 대한 사례 탐방
- 소비단체 기반 단계별 인증시스템 확인
- 저탄소·재생에너지 기반 축산 시스템 시사점 확인
국가별, 기관별 방문일정은 다음과 같다.
◾ 네덜란드 방문 (9월 17~18일)
첫 일정은 17일, 네덜란드의 니스케스 에르프(Nieske’s erf) 농장이다. 이곳은 지역사회와 연계된 동물복지형 농장으로, 모소리팀은 농장 운영 방식과 복지 기준 적용 사례를 직접 살펴볼 예정이다.
18일에는 바헤닝언 대학교(Wageningen University & Research)를 찾아 유럽 내 선도적인 축산·농업 연구와 교육 시스템을 배우고, 최신 정책 동향과 현장 적용 사례를 접한다.
같은 날 오후에는 민간 동물복지 인증기관인 베터 레벤(Beter Leven)과 미팅을 갖는다. 네덜란드 전역에서 널리 활용되는 민간 동물복지 단계적 인증 제도, 유럽 내 높은 소비자 신뢰 확보의 운영 경험을 공유받고, 한국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 독일 방문 (9월 22~24일)
22일은 베를린의 슈파이제로이메(Speiseräume GmbH)를 방문한다. 이 기관은 공공급식에 유기농 동물복지 축산물을 활용하는 모델을 운영하며, 지역 농산물과 동물복지 인증 축산물을 공공영양 체계에 접목해 지속가능한 식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모소리팀은 이를 통해 한국 학교·기관 급식과 연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할 계획이다.
마지막 일정은 24일 오후 2시, 뮌헨 인근의 에르딩스호프(Erdlingshof e. V.) 생츄어리다. 이곳은 농장동물을 보호하고 돌보는 공간으로, 대안적 축산 모델과 사람·동물·환경이 공존하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왜 돼지 동물복지가 중요한가?
돼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육류 축종이다. 그러나 양돈농장은 규모화·집약화된 형태가 많아, 동물복지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로 인증 확산이 더딘 상황이다. 하지만 좁은 틀 안에서 성장 호르몬과 항생제에 의존하는 방식은 동물의 건강뿐 아니라 사람의 건강, 나아가 환경에도 부담을 준다.
동물복지 기준을 적용하면 초기 비용은 늘어나지만, 장기적으로는 질병 발생을 줄이고 항생제 사용을 줄일 수 있어 안전한 먹거리 생산과 소비자 신뢰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유럽연합(EU) 등 주요 시장에서 동물복지 인증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강화되는 만큼, 한국 축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돼지 동물복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한국 동물복지 현황과 과제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자료(2025년 8월 기준)에 따르면, 2024년 누적 기준으로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을 획득·유지하고 있는 농장은 총 485호로, 전년(451호) 대비 34호 늘었다. 지난해 새롭게 인증을 받은 농장은 38호(산란계 13, 육계 12, 돼지·한우 각 6, 젖소 1)였으며, 기존 인증 농장 4호가 자진 반납으로 인증을 취소했다.
축종별로 보면 산란계가 253호(52.2%)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이어 육계 162호(33.4%), 젖소 30호(6.2%), 돼지 28호(5.8%), 한우 12호(2.5%) 순이다. 특히 돼지 인증농장은 28호로 역대 가장 많은 숫자이지만, 지난 10여 년간의 누적 성과라는 점에서 제도의 더딘 확산 속도를 보여준다.
지역적으로는 경기 24호, 충북과 경남 각 2호로, 사실상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 지난해 신규 인증을 받은 돼지농장 6곳도 모두 경기에 몰려 있다. 이는 동물복지 돼지고기 브랜드를 전개하는 육가공업체(선진, 팜스코 등)와 인증 도축장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한국에서 돼지는 국민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육류임에도 불구하고 동물복지 인증 확대는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이는 소비자 인식과 제도적 기반, 농가 지원정책의 불균형을 그대로 드러낸다.
국민 인식은 제도보다 앞서가고 있다. 2022년 조사에서 응답자의 64.9%가 “농장동물 복지 수준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제도를 알고 있는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실제로 인증 축산물을 구매해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소비자의 인식과 수요는 존재하지만, 제도적 뒷받침과 농가 확산은 여전히 부족한 셈이다.
유럽은 일찍부터 동물복지 제도를 도입하고, 농가·정부·소비자가 함께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왔다. 아산프론티어아카데미 모소리팀은 '돼지와사람'에 이번 글로벌스터디 선진지 견학기사 연재를 통해 선진국의 제도와 현장 경험을 배우고, 한국 축산에 적용할 수 있는 길을 공유하고자 한다.
모소리팀원인 김민경은 “동물복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한국의 축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라며 “이번 글로벌스터디에서의 시사점이 한국 동물복지 양돈농장의 새로운 돌파구를 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소리팀 글로벌스터디 연재’는 앞으로 총 5회에 걸쳐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이번 첫 회에서는 모소리팀의 출발과 문제의식을 담았다면, 이어지는 글에서는 네덜란드와 독일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할 계획이다. 지구가 함께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미래를 향한 글로벌 탐방팀의 여정을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