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4 (수)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대관령 22.1℃
  • 구름조금북강릉 25.7℃
  • 구름조금강릉 27.3℃
  • 구름많음동해 24.9℃
  • 맑음서울 26.6℃
  • 맑음원주 25.2℃
  • 맑음수원 26.7℃
  • 구름많음대전 25.0℃
  • 구름조금안동 25.6℃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구름많음고산 25.2℃
  • 구름많음서귀포 29.5℃
  • 맑음강화 25.7℃
  • 맑음이천 25.1℃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김해시 25.1℃
  • 구름많음강진군 26.3℃
  • 구름많음봉화 24.5℃
  • 흐림구미 23.4℃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창 24.3℃
  • 흐림합천 23.7℃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동물복지

[기획연재] 슈퍼마켓 체인을 통한 민간 동물복지 인증제의 성공

네덜란드 동물복지 경험으로부터 배우다(2)-네덜란드 동물복지 인증기관 ‘베터레벤(Beter Leven, The Better Life label)’
아산나눔재단 아산프론티어아카데미 모소리팀 김현지(동물권행동 카라 사무처장)

 

베터레벤은 '더 나은 삶'이라는 의미의 네덜란드 동물복지 인증제의 이름이다. ‘알버트 하인‘이라는 슈퍼마켓의 축산물 코너에는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등 많은 축산물에 베터레벤 인증 표시가 1, 2, 3성으로 구분되어 표기되어 있었다. 별의 개수가 많을수록 동물복지 기준도 높다.

 

베터레벤 인증 농장은 총 2,041개소이며 이 가운데 772개소가 돼지농장이고, 644개소가 육계, 즉 치킨 닭 농장이다. 소비자들의 96%가 동물복지 인증인 베터레벤을 알고 있다. 소비자들과 직결되는 소매시장 기준으로 베터레벤 인증의 시장 점유율은 돼지 90%, 육계 93%, 산란계 86%에 이를 정도로 매우 높다.

 

놀랍게도 이 인증제는 동물보호단체에서 시작되었으며 지금도 그 운영의 주체는 민간이다. 베터레벤 인증제가 네덜란드에서 이토록 놀라운 성공을 거둔 비결은 무엇이며 어느정도의 시간이 걸렸을까.

 

한국에서는 국가 주도형 동물복지 인증제가 2012년 도입되었지만 크게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돼지의 경우 2013년 첫 동물복지 양돈 농장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12년이 지났지만 동물복지 인증 돼지농장은 26개소에 지나지 않는다. 동물복지 인증 돼지농장이 0.4%에 불과한 한국 양돈의 현실과 마주하며 모소리(모두를 위한 소비) 프로젝트 팀은 네덜란드에서 베터레벤의 전략 고문, 마레이케 더 용(Marijke de Jong)과 대외협력 담당, 젬마 빌렘센(Gemma Willemsen)을 만났다.

 

 

베터레벤 인증제의 동물복지 기준은 Dutch Society for the Protection of Animals(DSPA)에서 정한다. 1864년 설립된 DSPA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동물복지 단체로 10만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베터레벤 인증의 시초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개 슈퍼마켓에 닭의 생육 속도에 맞도록 좀더 천천히 자라는 육계 개념의 Beter Leven 라벨을 도입하는 것에 6개 농장과 도축장이 참여했다. 슈퍼마켓을 통한 동물복지 향상 운동이 태동한 것이다.

2009년에는 돼지, 산란계, 소, 젖소, 송아지, 칠면조, 토끼에도 동물복지 기준이 마련됐다. 이렇게 동물보호단체, 생산자, 가공업자, 소매업자의 가교가 형성되었고, 사업이 확장됨에 따라 2012년 인증, 감독, 비즈니스 부문과의 조율 등을 전담하기 위해 민간 인증기관으로서 'Beter Life Label Foundation'이라는 별도의 재단이 설립됐다.

 

한편 슈퍼마켓은 2013년 여론의 강한 압박을 받게 된다. 네덜란드의 또다른 동물보호단체 바커디어(Wakker Dier)의 '플로프킵(plofkip, 터지는 닭)’ 반대 운동이 사회적 공감대를 얻었기 때문이다. 빠르게 성장하고 과도하게 살찌도록 개량된 치킨 닭, 육계의 현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는 동요했고 슈퍼마켓 체인들은 플로프킵(plofkip) 판매중단을 선언하면서 생육 속도가 조금 느린 품종으로 전환을 약속했다.

 

슈퍼마켓 체인도 동물복지 인증을 필요로 했고 베터레벤 인증은 소비자의 신뢰 속에 점점 더 확산되었다. 2012년 이래 베터레벤 인증으로 6억 마리 이상의 동물들이 말 그대로 ‘더 나은 삶’을 살게 됐다.

 


지난 18일 모소리팀과 만난 베터레벤의 젬마 빌렘센은 "동물복지 인증은 베터레벤의 성공이 아닌, 상호의 성공"이라고 말했다. 신뢰할 수 있는 동물복지 상품으로 소비자에게 선택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소매기업에게도 좋기 때문이다.

 

베터레벤 인증의 범위는 여러 축종이며 신선식품 뿐만 아니라 가공식품까지도 모두 포함된다. 베터레벤 인증을 받은 도축장은 네덜란드 뿐만 아니라 독일, 벨기에에도 있다.

 

축종에 따라 별 1개, 별 2개, 별 3개 각각의 동물복지 인증 기준이 있다. 네덜란드 돼지 관행 축산에서 모돈 1마리당 2.25㎡의 사육공간을 제공한다면 베터레벤 인증은 이러한 사육공간 제공에 더하여, 야외출입 공간 제공을 기준으로 별 1개는 관행 축산처럼 없어도 되지만 별 2개는 모돈당 1㎡, 별 3개는 모돈당 1.9㎡의 야외출입 공간이 있어야 한다.

 

한편 비육돈에게 베터레벤 인증 별 1개는 마리당 사육공간을 1㎡ 제공하고 야외출입 공간이 없어도 된다면, 별 2개는 마리당 사육공간 1.1㎡에 야외출입 공간 0.7㎡, 별 3개는 마리당 사육공간 1.3㎡에 야외출입 공간 1㎡를 제공해야 한다.

 

모든 단계에서 돈사에는 자연광 햇빛이 들어와야 하며, 모든 단계에서 돼지가 파헤칠 수 있고, 먹을 수 있고, 분해되어 없어질 수 있는 재료로 행동풍부화 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꼬리자르기는 별 1개까지는 허용되지만 별 2개, 별 3개에서는 허용하지 않는다. 참고로 네덜란드에서는 2030년부터 돼지 꼬리자르기가 금지된다.

 


네덜란드 슈퍼마켓에서 베터레벤 인증 축산물의 시장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소매시장 기준으로 베터레벤 인증을 받은 동물복지 돼지의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동물복지 축산물이 소비자의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한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네덜란드에서 베터레벤 인증을 통해 생산자, 소매기업, 소비자가 함께 이뤄낸 결과는 인상적이지 않을 수 없다.

 

20년이 채 안되는 기간에 네덜란드 슈퍼마켓은 동물복지 축산물로 뒤덮였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베터레벤 인증을 알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으로 네덜란드의 동물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베터레벤은 20년 동안 기관간 신뢰구축에 각별히 힘써왔다고 했다. 대화를 끊지 않았으며 함께 고민하고 해법도 제시했다. 소비자의 믿음을 잃어서는 안되기에 예고된 점검과 불시 점검을 병행하는데 퇴출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베터레벤의 단계적 인증제는 일거에 모든 부담을 생산자에게 전가하지 않았다. 별 1개 인증을 받는 것이 생산자에게 높은 비용을 요구하는 일은 아니었다. 동물복지 여론이 강화되는 가운데 유통망에 있는 도축장과 가공회사도 농가들이 베터레벤 인증을 받도록 독려했다. 네덜란드 양돈 농가가 동물복지에 기꺼이 동참할 수 있었던 이유다.

배너

관련기사

배너
총 방문자 수
13,235,706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