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대관령 -1.7℃
  • 북강릉 1.0℃
  • 흐림강릉 1.3℃
  • 흐림동해 3.1℃
  • 서울 3.2℃
  • 흐림원주 3.7℃
  • 흐림수원 3.7℃
  • 대전 3.3℃
  • 안동 4.5℃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고산 10.9℃
  • 구름많음서귀포 13.4℃
  • 흐림강화 2.2℃
  • 흐림이천 3.7℃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김해시 7.1℃
  • 흐림강진군 8.7℃
  • 흐림봉화 5.0℃
  • 흐림구미 5.8℃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창 4.2℃
  • 흐림합천 7.3℃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보성 양돈농가 유가족 "억울합니다"

21일 전남 보성 소재 양돈농가 대표, 지자체 환경 민원 단속 직후 극단적 선택

지난 21일 전남 보성의 한 양돈농가가 몇 개월간 이어진 환경민원과 이에 따른 자자체의 행정단속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발인이 끝난 얼마 후 보성 농장주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들어보았습니다. 

 

 

유가족들은 첫 마디로 억울하다고 했습니다. 고인의 큰딸은 "그 주에 가까운 곳으로 (아빠와) 함께 나들이를 가기로 했는데 당일 점심식사도 다 하시고 건강하셨던 아빠가 돌아가신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전했습니다.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한 가장의 죽음에 사위와 아들은 농장에서 일을 시작했고 큰딸은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누운 어머니와 아이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남은 가족들에게 지금 상황은 버겁지만 가족들은 아버지가 남긴 농장을 지키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유가족들은 "적극적으로 우리 가족의 억울함과 양돈농가의 어려움을 알리기로 했다"라며 "조만간 한돈협회와 함께 군청 앞에서 추모식을 갖기로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보성 농장주의 죽음에 보성군의 공식적인 사과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성군 환경과는 5월 말과 이달 10일, 18일, 21일에 단속을 실시하였고, 21일 당일에는 사업장에 어떠한 조치를 취한 것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돼지와사람과의 통화에서 담당 공무원은 "악취 민원이 들어왔으니 관리를 잘해 주십사 당부드렸고 허가된 두수보다 많으니 돼지 두수 조정을 하셔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라고 전했습니다. 

 

관련하여 가장 큰 의문은 양돈농가들이 겪고 있는 민원에 대한 스트레스 정도가 죽음에 이를 만큼 큰가 하는 점입니다. 몇몇 농가들에게 물었더니 그렇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경기도의 한 양돈농가는 "민원이 들어오는 날은 밥을 거르게 된다"라며 "우리도 신경써서 노력하고 있는데 그런 전화를 받으면 자괴감이 들고 이웃집에서 신고를 한 경우에는 마을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습니다. 생업을 이어갈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든다고 전했습니다.

 

환경과 공무원과 이야기를 나눠 본 경험이 있다는 한 양돈농가는 "환경과 공무원들도 민원이 들어오면 힘이 드니까 욱하기도 하고 농가에게 기선 제압을 하려는 것도 있다. 민원인에게 뭐라도 보여줘야 하니 과태료라도 먹이는데 농가는 일년치 보조사업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라며 "축사는 법적으로 민가 근처에 축사를 짓지 못하는데 일반인들은 축사 옆에 집을 지을수 있으니 나중에 들어온 사람들이 자꾸 민원을 제기한다"라고 제도의 문제점을 꼬집었습니다.

 

관련하여 농정네트워크 송원규 박사는 "외국의 경우 악성민원에 대해서는 공무원들이 대처하지 않아도 되어 있는 법이 있는데 국내법은 모든 민원을 공무원들이 처리하게 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안타까운 죽음은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 교사의 죽음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선생님들이 현장의 어려움을 전하고 있는 반면 양돈농가들은 한번도 사회에 해보지 못한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르고 있습니다.

 

참는다고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남은 이들에게는 숙제가 하나 더 지워졌습니다. 

 

한편 대한한돈협회(회장 손세희)는 28일 관련 성명서를 내고 "전국의 한돈농가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이러한 비극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밝혔습니다. 

 

이근선 기자(pigpeople100@gmail.com)

배너

관련기사

배너
총 방문자 수
9,190,952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