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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 희생농가 이야기(2)] 양주축산 이장원 대표, '그저 정부의 정책을 따른 것뿐인데...'

빠른 재입식을 기다리며...양주축산 이장원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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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7일 국내 첫 ASF 확진 이후, 정부는 멧돼지를 통해 퍼지는 ASF를 막지 못하고 곧 전국으로 장기화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멧돼지를 관리하지 못하는 환경부의 무능력과 양돈농가만을 옥죄고 있는 농식품부의 비겁함으로 수십 년 양돈업을 해오던 농가들과 직원들은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될 처지입니다.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하라는 명분에 재산권을 박탈당하고 삶의 터전에서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그들은 ASF 희생농가들입니다. 재입식 등의 요구가 풀릴 때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어렵게 연락이 닿아 두 번째 ASF 희생농가 양주축산 이장원 대표를 방문하러 연천 군남면으로 향했습니다. 지난 겨울 '돼지와사람'에서 주최한 세미나에서 이장원 대표는 아들과 함께 참석한 적이 있어 반가운 마음이 앞섰습니다.

 

 

농장에 도착하니 먼저 입구에 설치된 대형 차량 소독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도착했다고 연락하니 '입구 우측에 소독방역 건물을 통과하고, 방문 일지를 쓰고 올라오라'라는 설명이 돌아왔습니다. 

 

농장 사무실은 입구에 가장 가까운 건물 2층에 외부와 내부가 나누어져 있는 구조였습니다. 울타리 너머로 2층 사무실로 올라 오라는 손짓에 사무실로 올라가니 이장원 대표의 가족들이 모두 농장에 나와 있었습니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단아한 부인이 차를 주면서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세미나에서 만났던 아들은 조금 떨어진 의자에 앉았고, 딸은 멀찍이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그동안의 힘든 시간이 이장원 대표의 얼굴에서 느껴졌습니다. 많이 수척해지셨다는 인사는 목구멍으로 넘기고 차를 마시며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살처분 당시의 상황은 어떠셨나요?

우리 농장은 모돈이 1,000두로, 포유자돈까지 6,500두를 두었습니다. 자돈은 매달 2,000두 생산했는데, ASF 발생 후 2개월 동안 이동제한을 걸어서 자돈을 내보내지 못하니 밀사로 자돈이 많이 죽었습니다. 그렇게 2개월 동안 고생을 하고 나니 키우던 돼지를 모두 묻으라고 해서 최종 9,500 두를 묻었습니다.

 

처음에는 렌더링을 하다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11월 9일부터 10일까지 돼지 사체를 민통선 안으로 실어 날랐습니다. 그나마 연천군청에서 여러 가지로 힘을 써서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살처분할 때 다 지켜보셨나요?

지켜봤지요. 못 보게 하더라고요. 소리를 녹음했어요. 그날을 기억하려고요.

 

 

그 뒤 정부의 대책은 있었나요?

ASF 걸린 멧돼지를 막겠다고 허술하게 울타리 치고는 농가들에게 전혀 설명이 없습니다. '너희들은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 이런 식입니다. 

 

11월 28일인가 김현수 장관과 면담을 했습니다. 제가 원인 규명이 됐는지 물었는데 그  때도 원인은 밝히지 못했다고 하길래 '눈 감고 칼을 휘두르셨네요' 했습니다. '농가들에게 어떻게 하라고 방향을 제시해 달라, 컨테이너 갖다 놓고 농가들 지키지 말고 농가 스스로 할 수 있게 제발 농가를 믿어달라'고 했습니다. 

 

생각의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농식품부와 환경부는 ASF에 성공적으로 잘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웃음) 지금 방역을 왜 성공했다고 하는지 그걸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성까지 ASF 멧돼지가 나왔는데 설악산에 멧돼지가 나오면 감출 것 같습니다. 중국도 ASF로 다 죽지 않고 10%는 산다고 하는데 지금처럼 환경부가 울타리치고 기다리는 식이라면 몇 마리 못 잡을 것입니다. ASF는 지금 방역정책으로는 못 막는다고 봅니다.

 

현재 방역정책이 잘못됐으면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초기에 바이러스에 대해서 몰라서 공기전파를 의심해서 광범위하게 살처분 했다면, 나중에 아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바로 조치를 했어야 합니다. 지금은 너무 멀리 왔습니다. 이제는 정부가 인정하면 혼날 것 같으니 저러고 억지를 쓰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ASF 증상인 고혈, 유산, 혈변, 코피 등은 농장에서 흔한 증상인데 10월 19일 이후 ASF 의심신고가 한 건도 없습니다. 앞으로 ASF 의심 증상이 나올 때 농장주들이 신고할까요?

장관 면담 때도 농가들이 돼지 사체를 묻어버릴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국내에 처음 ASF가 발생했을 때와는 달리 신고하지 않고 지켜보다가 몇 마리 묻어버리자고 생각하는 농가들이 생기지 않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앞으로 중점관리지역에 방역소독시설 8가지를 필수 설치하는 조건으로 재입식을 해줄 거라는 기대를 하는 농가들이 있는데

재입식에 대해 아직도 그런 희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나요? 중점 방역관리지역에서 ASF 희생농가 중 돼지를 묻은 농가들은 빠져있어요. 당신네들 어떤 규격을 갖춰라, 그러면 입식시켜 주겠다 이런 방안 하나 제시하지 않는 것이 벌써 9개월째입니다. ASF 희생농가에 대한 영업보상, 휴업보상은 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하기 싫어 안 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을 그저 따른 것 아닙니까? 

 

정부는 생계안정자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홍보하던데

생계안정자금이 고작 67만 원이지요. 우리 농장 매달 전기세가 300만 원이 조금 안됩니다. 외국인 직원 인건비도 매달 850 정도 들어가고 한 달에 농장 유지비만 2천만 원이 들어갑니다. 작년, 재작년 에어컨 설치 비만 1억 8천 들어갔습니다. 

 

 

직원들은 어떻게 되었고 농장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하루 일과, 그냥 계획이 없지요. 살처분 하기 전에는 직원 9명이 있었는데 한국 직원 3명, 외국인 직원 2명은 고용보험 혜택을 보면서 좀 쉰다고 해서 쉬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외국인 직원 4명이 남아 있습니다. 

 

가족들은 이 곳에서 함께 살고 있나요?

원래 집은 시내에 있는데 제가 농장에 나와 집에 안 들어가니 가족들이 모두 농장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나요?

버티는 거야 직원들 내보내고 농장은 망가지지만 다른 일 하면서 생활하면 버틸 수는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솔직히 많이 배운 것 없고 아는 사람도 많지 않고 일만 해왔습니다. 35년 농장 일만 하면서 내가 감당할 것만 감당하자는 생각에 절대 무리하지 않고 그래서 큰 빚은 없습니다. 정잭 자금 5억 정도인데 저는 끝까지 버티겠습니다.

 

 

지난해 ASF 관련 가장 인상에 남는 일은?

정부는 ASF가 발생한 후에 농장 앞에 컨테이너를 갖다 놓고 사람들을 시켜서 농장을 지키게 했습니다. 시커먼 사람들이 와서 농장을 감시하는데 옛날 의정부 교도소 수감자들이 나와서 일하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죄인들이 나와서 일하면 총 들고 군인들이 지키거든요. 농장에 아이들도 있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죄인이 된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부는 폐업지원금이라고 말도 안 되는 지원금을 주려고 하는데, 농가들 입장에서 폐업을 하게 되면 다 들어내든지 재입식을 시켜줘야 한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아래 양돈농가들과 한마음이 안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위기의식을 느끼고 함께 힘을 모아야 하는데 일 년 동안 ASF가 아래로 안 내려오면 돈을 벌 거야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문득 부처님 오신 날인 지난 30일 한 신문 기사가 생각났습니다. 청와대 춘추관 인근에서 발견된 어미 오리와 새끼 오리 8마리가 삼청동 쪽으로 이동하면서 오리 가족이 로드킬 당하지 않도록 청와대 경호처 관계자들이 특별히 상황을 공유하며 대처했다는 것입니다. 

 

양주축산의 이야기도 청와대의 높은 담을 넘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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