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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수의양돈포럼] 2017년 2월 발생 구제역의 특징들

김현일 대표 / (주)옵티팜

본 원고는 지난 4월 27일 한국양돈수의사회 주최 '2017 수의양돈포럼'에서 발표되었습니다. 



1. 보은에서의 첫번째 구제역 발생

2017년 2월 5일, 충청북도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에 위치한 195두 규모의 젖소 농장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되었다. 15마리는 침흘림을 보였고 5두는 유두에 수포가 관찰되었다. 증상으로만 보면 거의 확실한 구제역이었다. 정밀검사 결과는 당일 저녁 8시쯤 나올 예정이었지만 이미 전두수 살처분 준비가 시작되었다. 500미터 이내에 돼지 농장은 없었지만 소 농장이 12호 655두가 있었고 3km 이내에 소 농가 83호 (4,191두), 돼지 농가 4호 (5,141두)가 분포하고 있어 초동방역에 실패하면 주변 지역으로 퍼져나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2. 그 동안 파악하고 있던 것과 너무 다른 항체 양성율 

정부는 충북 보은의 첫번째 구제역 케이스가 구제역으로 확진되었음을 발표하면서 전국의 소 구제역 항체 양성율이 97.5%라는 브리핑 내용을 함께 발표했다. 구제역 항체 양성율이 높기 때문에 안심해도 좋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나중에 실시된 발생농장 구제역 ELISA 항체가 검사에서 O형에 대한 항체 양성율은 20% (4/20), A형에 대한 항체 양성율은 15%로 매우 낮게 나왔다. 

도축장 출하 검사에서도 항체양성율 체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 농장은 이렇게 낮은 항체율을 가지고 있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관심이 쏠렸다. 국가에서는 구제역과 관련 2016년에 총 827,544개의 시료를 검사하고 있었는데 이 중에서 백신항체에 대한 모니터링으로 총 392,503개의 시료가 검사되었다 (참고자료 : 2017년 혈청 예찰 계획).  

구제역이 발생했던 충북 보은의 경우 2월 6일에 검사한 자료에 따르면 2농가 항체 양성율은 30%에 불과하다가 2월 7일~8일 사이에는 63.5% 2월 11일에는 92.8%가 되었다. 그동안 백신을 철저히 접종했더라면 2월 6일에 30%밖에 양성율이 나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3. 130km 떨어진 정읍에서도 하루 차이로 발생 

전라북도 정읍은 충청북도 보은과 직선거리로 약 130km 이상 떨어진 곳이다. 그런데 정읍의 49두 사육규모의 한 한우 농가에서 두번째 구제역이 발생하였다. 두 농장간 거리가 워낙 멀고 역학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부분이 확실하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2014년에서 2016년까지 국내에서 발생했던 구제역 바이러스는 O SEA Mya-98 유전형이었는데 이번에 발생한 보은 케이스와 정읍 케이스는 O ME-SA IND 2001 유전형이었다. 이 말은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가 그동안 우리나라에 숨어 있던 바이러스가 아니라 새로 해외로부터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보은과 정읍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분석해 보니 639bp VP1 유전자 시퀀스 비교 결과 4개의 유전자가 다른 것으로 확인되었다. 어떻게 130km 미터 떨어진 두 곳에서 이렇게 유사한 바이러스에 동시에 감염이 되었는지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4. 백신 접종에 문제가 있었음을 알려주는 데이터들 

정읍 케이스 역시 정읍에서 첫번째 케이스였기 때문에 전 두수 살처분을 진행하였는데 살처분하면서 채혈한 혈청에 대해 항체 양성율을 검사해보니 항체 양성은 20두 중 한 마리에 불과해서 5%의 양성율을 보였다. 소의 경우 전국적인 항체 양성율이 97.5% 수준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보은과 정읍에서의 항체 양성율 데이터는 충격이었다. 일부에서는 백신의 효능에 문제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소의 경우 돼지와 달리 백신을 접종하면 거의 100%에 가까운 항체 양성율이 나와야 정상인데 항체 양성율이 5%라는 것은 백신을 일부러 접종하지 않았거나 냉장보관되어야 하는 백신 보관 조건에 문제가 있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수치였다. 

필자의 생각에 항체 양성율이 낮게 나왔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렇게 낮은 항체 양성율을 가진 농장이 발견되지 않고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는가 하는데 있다. 백신을 공급했다고 백신이 모두 접종되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항체 검사를 통해 백신 항체 양성율을 체크해야 한다. 백신 보관이 잘못되거나 접종방법이 잘못되어 접종을 해도 백신효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백신 항체 양성율 모니터링만 철저히 진행되었더라면 이번 구제역 사태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5. O형 구제역과 A형 구제역의 동시 발생 

보은에서 첫 구제역 발생 신고가 있고 나서 3일이 지난 2017년 2월 8일,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선곡리의 한 젖소농가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되었다. 젖소 114두를 키우는 농장이었는데 10두에서 침흘림 및 수포가 발견되었다. 

처음에는 보은-정읍에 이은 3차 발생이라고 생각되었지만, 280km나 멀리 떨어진 곳이라 매우 의외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살처분과 동시에 실시된 바이러스 실험에서 연천 구제역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발생했던 O형 구제역이 아니라 A형 구제역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갑작스러운 A형 구제역의 등장에 놀란 것은 방역 당국 뿐만이 아니었다. 축산인들과 수의사들도 모두 패닉상태에 빠졌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2016년 이후 소에만 O형과 A형 구제역 항원을 접종하고 있고 돼지에는 O형 항원만 접종하고 있었기 때문에 만약 연천 A형 구제역 항원이 돼지에 감염되기 시작한다면 2010년 구제역 대재앙이 다시 재현될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전국에 배포되어 있는 O형 + A형 백신의 재고를 급하게 파악해보니, 전체 사용 가능한 물량이 불과 141만두 분 밖에 안되었다. 약 1,100만두 정도 되는 돼지와 약 300만두 되는 소 전체에 접종할 물량에는 크게 부족한 셈이었다. 2017년 2월말에 추가로 도입 가능한 물량 160만두를 포함해도 300만두 정도여서 선별적인 사용이 필수적이었다. 이미 2010년 구제역을 생생하게 겪었던 언론에서는 집중적으로 백신 부족 문제를 성토하기 시작했다. 



2015년 8월, 정부는 구제역 백신 항원을 결정하기 위한 전문가 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 배석한 많은 전문가들은 소와 돼지에 O+A형 항원 사용을 주장했다. 하지만 백신의 직접적인 사용자인 한돈협회는 지금 당장 문제가 되는 O 형 문제가 시급하기 때문에 돼지는 항원이 강화된 O형 백신의 사용을 강력히 주장했고 생산자 단체의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여 졌다. 대신 앞으로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차선책으로 소에는 O+A형 항원을 접종하기로 했다. 

이 결정에는 여러 가지 과학적인 배경이 깔려 있었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주변국에서의 구제역 발생 통계를 보면 약 70% 정도가 O형 구제역이며 20% 정도가 A형, 10% 정도가 SAT1 형인데 이 SAT1형은 주로 중동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그 A형 구제역도 발생국가의 통계를 보면 거의 대부분 소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물론 중국에서는 A형 구제역이 돼지에서도 발병한 케이스가 있었지만, 소에서의 발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문가들이 선택한 차선이란, 야외에 노출되어 있고 돼지보다 1/25 만큼 적은 양이 바이러스 만으로도 감염이 가능한 소에 백신을 접종함으로써 돼지로의 전파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었다. 2016년 이후로 그렇게 돼지에서는 A형 항원이 빠진 백신이 공급되었다. 그래서 만약 돼지로 A형 구제역이 발병하게 된다면 마른 장작에 불이 옮겨 붙은 것처럼 번지게 될 수 있는 상황이라 초긴장상태가 되었다. 추가적인 역학조사과정에서 연천 젖소 농가의 농장주가 2016년 9월 베트남 관광을 다녀왔다는 소식도 언론에 공개되었다. 



6. 해외 여행이 구제역의 진짜 원인인가?

보은에서 구제역이 터지고 나서 바이러스 유입 경로에 대해서도 관심이 쏟아졌는데 주요 언론들은 해당 농장의 아버지가 2016년 10월에 러시아, 2016년 12월에 중국을 다녀왔고 아들은 2016년 11월에 베트남을 다녀왔다며 마치 보은의 첫번째 구제역은 농장주 또는 농장주의 가족이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발생한 것처럼 보도가 되었다. 

여기서 필자가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다. 축산 농가에서 구제역 발생 직전에 해외여행을 간 것도 아니고 2개월 ~ 5개월 전에 동남아시아 해외 여행 간 것은 구제역과 연관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동남아시아를 가서 축산현장을 방문한 것도 아니고 일반 관광지를 방문하고 온 것인데 어떻게 구제역의 원인이 될 수 있겠나? 만약 원인이 될 수 있다 하더라도 여행 다녀와서 바로 문제가 되어야지 어떻게 2~5개월 동안 문제가 없을 수 있겠나 하는 것이다. 

축산 선진국에서는 구제역 발생국가인 한국에서 왔다고 해도 농장 방문전 충분한 기간이 있었으면 농장 방문도 허락해 준다. 동남아시아 여행이 구제역의 원인이라면 한 해에 1000만명 넘는 관광객이 방문하고 중국 등 구제역 발생 국가에서 약 250만명이 방문하는 제주도는 왜 구제역 발생이 없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참고로 1985년부터 2006년까지 22년 동안 유럽의 14개 국가에서 37번의 구제역이 발생되었다. 그런데 이 37번의 구제역 중에서 59.5%에 해당되는 22번 케이스에 대해서 전파 원인을 알 수 없다고 기술하고 있다 (Valarcher, Leforban et al. 2008).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에서 발생한 5번의 사례 모두를 주요발생 원인으로 해외여행 또는 근로자 국제 소포 때문일 것으로 지목했다 (Park, Lee et al. 2014). 



7. 백신의 효능에 대한 논란  

이번 구제역 발생 중 항체가 100%였음에도 불구하고 구제역 의심 증상이 있어 살처분한 케이스가 생기면서 또 ‘물백신’ 논란이 일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백신은 사독백신이기 때문에 100% 완벽한 방어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충분히 백신으로서의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된다. 만약 지금 쓰고 있는 백신들이 효능이 없었다면 지금의 상황은 훨씬 더 좋지 않았을 것이다. 

구제역 발생 농장에서 부분적 살처분을 해도 나머지 개체들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는 것은 백신이 방어를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백신의 효능이 크게 부족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2월 6일 백신 추가 접종 이후 전국적으로 신속하게 높아지고 있는 항체 양성율은 이번 구제역 사태가 백신 미접종 농가에서의 발생이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8. 참고문헌 

Park, J.-H., K.-N. Lee, S.-M. Kim, H.-S. Lee, Y.-J. Ko, D.-S. Tark, Y.-K. Shin, M.-G. Seo and B. Kim (2014). "Reemergence of Foot-and-Mouth Disease, South Korea, 2000–2011." Emerging infectious diseases 20(12): 2158.

Valarcher, J. F., Y. Leforban, M. Rweyemamu, P. Roeder, G. Gerbier, D. Mackay, K. J. Sumption, D. J. Paton and N. J. Knowles (2008). "Incursions of Foot‐and‐Mouth Disease Virus into Europe between 1985 and 2006." Transboundary and emerging diseases 55(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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