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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분만사 여름철 투쟁기

이 정수 대표(경북종돈 GGP / www.kbpggp.co.kr / 031-663-5369)

'한 해 중 어느 계절이 제일 힘들고 손이 많이 갈까?' 


곰곰히 생각해 보면 '여름철'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일년간 농장의 성적을 좌우하는 계절이 바로 여름철이다. 


중복에서 말복으로 이어지는 폭염은 사람도 일사병,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마당에, 더위를 사람보다 더 잘 타는 돼지는 오죽 고생이겠는가. 이러한 여름철 기간이 갈수록 늘어날거라는 전망은 TV나 신문을 통해 심심치 않게 보도된다.




현재 나의 농장의 생활은 크게 두 가지를 선택하여 집중하고 있다. 돈사의 온도를 낮추는 일과 처음과 끝이라고 할 수 있는 분만사 관리이다. 


첫째 폭염과의 싸움이다. 돈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그늘막도 설치하고, 공업용 선풍기를 몇 대 더 사고, 그나마 신선한 새벽에 주로 일을 하려고 근무시간도 조정하고 있다. 알고 있는 모든 것을 활용하여 돈사의 온도를 낮추지만, 사람의 인력으로는 한계가 분명 있다. 이제는 에어컨은 농장의 필수 제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번째가 분만사 관리이다. 분만사 관리라는 것이 참으로 손이 많이 가고 이것저것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온도 싸움'이다. 분만사 입식 전 모돈을 '임신 말기 구간'에 스톨 한 칸씩 건너 뛰어 넣어배치시켰다. 조금이나마 시원하게 해주기 위함이다. 



후보돈의 스톨 자리에 임신말기돈을 활용하였다. 후보돈은 후보사에 있고 한 주에 필요한 만큼 가지고 온다. 내가 생각해도 머리 잘 썼다.




스톨을 꽉 채우면 돼지와 돼지가 살이 맞닿고 헐떡인다. 보기에도 불편하다. 보다 여유있게 운영하는 것이 보기에도 좋다. 돼지 자체에도 열을 발생하므로 체온을 떨어뜨리는데 효과적이다. 일어날 때도 다리 부상을 줄인다. 임신말기 다리 부상은 치명적이다.


자 이제 분만사 입식이다. 분만사 입식은 분만 전 최소 7일에 꼭 이루어져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분만 전 10일에 넣어주면 내 농장에 아주 좋은 반응을 보인다.


분만사 입식 후 순산을 하기 위한 '분만 전 관리'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궁금한 것이 있어 산수유교육농장의 박건용 원장님께 전화를 드리면 뭐라도 하나 더 가르쳐 주신다고 애를 쓰신다. 통화시간은 한 시간을 훌쩍 넘겨버린다. 



2014년 그렇게 전화통화로 모돈에게 수액 놓는 법을 배웠다. 독학 형식으로 분만사에서 끙끙 앓아가면서 말이다. 이제는 매 분만을 하면 전 두수 수액을 놓는다. 우리 외국인 친구들도 내가 하는 것을 유심히 보고 제법 잘 따라 한다. ‘헛 이거 누가 수액 잡았어?’ 그러면 웃으면서 자기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상큼한 친구들이다. 


그나저나 금방이라도 꼴딱 넘어갈 것같은 모돈도 수액으로 주르르륵 빠르게 2개 놓아주고, 2개는 천천히 항생제 및 회복에 필요한 약제를 수액에 첨가하면 이내 훌훌 털고 일어난다. 


상비로 냉장고에 여분의 수액을 보관하여 응급일 때 쓴다. '쇼크 먹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2014년부터 지금까지 쇼크 먹은 모돈은 없다. 열이 더 빨리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분만시간 관련 선선한 아침(06시~10시)에 분만을 시키려고 한다. 늦어도 첫 분만 시각이 11시에 유도시킨다. 그러려면 분만 유도제 사용은 물론이고 준비해야 할 것이 '분만간격 일지'이다.  분양 및 출하 이외의 대부분의 시간을 번식사 쪽에 힘을 쓰지만, 계속 분만사만 보는 것이 아닌 이상 나에게는 분만간격 일지가 필요하다. 


말도 잘 안 통하는 우리 분만사 친구들에게 “옥시토신 놓았니?”, “수액은 언제 놓아주었니?” 말이 많아지게 된다. 짜증만 쉽사리 난다. 


그래서 나도 적을 수 있고 우리 외국인 가족들도 아주 쉽게 적을 수 있게 간단하게 엑셀로 양식을 만들었다. 전자 손목시계도 하나씩 사 주고, 나와 우리 분만사 친구들의 손목시계의 시간을 똑같이 맞추었다. 누구든지 모돈이 새끼를 낳으면 '분만간격 일지'에 적고 다음 과정을 시작한다. 모돈에게 처치한 내용 간단하게 쓰기도 하고 시간도 물론 적는다.



분만간격을 쓰라고 하니 처음에는 눈쌀을 찌푸리더니, 분만간격 일지를 적고 나서 단 하루만에… 


“사장님 이거 적는 거 좋아!"


 “왜 그렇게 생각해?”


 “이거 적으면 다음 새끼 몇 시 새끼 낳는지 대충 알아, 옥시토신 몇 시 주사해 알아, 사장님 이거 좋아” 


스스로 우리 외국인 친구들이 알아버렸다.


항상 우리 분만사 친구들을 보면 '헐떡이고, 우유 나오고, 점액 나오고 하면, 분만 할꺼야… 새끼 낳을라고 하면 꼬리 흔들고, 뒷다리 살짝 살짝 올리고 힘주고, 새끼 낳고 언제까지 안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고…' 계속적으로 카세트테이프 틀어 놓듯이 알아 듣거나 말거나 이야기를 해 왔더니, 내 입에서 카세트 테이프가 시작되는 것을 눈치 챈 후… 내 말을 따라 한다. 


'그래 더 이상 이야기 안 할께. 잘하고 있어.' 그 다음날 또 난 카세트를 내 입에 틀어놓고 있다.


분만 시간이 늦어도 3시에 끝나면 금상첨화다. 순산을 잘 했는지 안했는지 볼라면 사료 섭취도 봐야하고 훌훌 털어내고 물도 쭉쭉 들이키면 그때서야 안심이 된다.




2016년 우리는 100년만의 무더위를 우리는 경험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확실히 작년보다 올해가 덜 덥지 않은가…농장의 일을 조금만 더 일찍 시작하고 각자 알고 있는 나만의 노하우로 여름을 이겨낸다면 농장의 수익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다.


오늘 따라 삶은 돼지고기 먹고 싶어 집사람한테 해달라고 하니, 좁은 집구석 더워지게 가스불 켜고 하느니 나가서 사먹자고 한다. '그래 나가서 사먹자…' 


무더운 여름철 건강이 최고 입니다. 건강하고 시원하게 여름 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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