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건복지부(HHS)와 농무부(USDA)가 현지시간 7일 ‘2025~2030 미국인을 위한 식단 지침(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을 발표했습니다. 새 지침은 “진짜 음식을 먹어라(Eat real food)”를 전면에 내세우며 단백질·유제품·채소·과일·건강한 지방·통곡물 중심의 식단을 권고했습니다. 동시에 초가공식품과 정제 탄수화물, 첨가당 섭취를 강하게 줄이도록 주문했습니다.
이번 지침에서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그동안 논란의 중심이었던 고기와 지방을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과거처럼 ‘고기는 해롭다’는 단순 구도에서 벗어나, 근육 유지와 성장, 대사 건강을 위해 단백질 섭취를 현실적으로 끌어올리자는 방향 전환이 반영됐습니다.
새 지침은 “단백질을 매 끼니 우선”으로 제시하며, 성인 단백질 섭취 기준을 기존 체중 1kg당 0.8g(RDA·최소 필요량)에서 1.2~1.6g의 목표치로 상향했습니다. 이는 결핍을 막는 수준에 머물던 권고를 사실상 약 1.5~2배 끌어올린 것으로, 단백질 급원도 동물성과 식물성을 함께 제시했습니다.
다만 이번 변화가 “고기를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새 지침은 가공육과 초가공식품을 강하게 경계했습니다. ‘고기’라는 재료 자체보다 소시지·가공육·첨가물이 많은 육가공품처럼 가공도가 높은 식품이 건강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시각을 강조한 셈입니다.
지방에 대한 접근도 유사합니다. 지침은 “건강한 지방은 육류·달걀·전지 유제품·올리브·아보카도 등 여러 전체식품에 존재한다”고 설명하며, 지방을 무조건 피하라는 식의 ‘공포 프레임’에서는 한 발 물러선 인상을 줍니다. 그러나 동시에 포화지방 섭취는 총열량의 10% 이내라는 기존 한도를 유지했습니다. 다시 말해 “지방은 무조건 선”도 “지방은 무조건 악”도 아니라는 메시지입니다.
이 같은 변화는 설탕과 가공식품에 대한 경고 강화와 맞물립니다. 지침은 “첨가당 또는 비영양 감미료는 건강한 식단의 일부로 권장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한 끼 식사에 포함되는 첨가당을 10g 이하로 제한하도록 제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겨냥한 ‘현대인의 병듦’ 원인을 고기 자체로 돌리기보다, 정제 탄수화물·첨가당·초가공식품 중심의 식생활에서 찾겠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한국에도 시사점…‘지방·고기=원흉’ 프레임 재점검 필요
이번 변화는 한국에도 ‘남의 나라 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의 식생활 교육과 공공 메시지 역시 국제 흐름의 영향을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는 ‘2025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KDRIs)’에서 탄수화물 에너지 비율 하한을 55%에서 50%로 낮추고, 단백질 하한은 7%에서 10%로 올리는 등(지방 15~30% 유지) 다량영양소 권고를 조정했습니다. ‘단백질을 더 챙기자’는 방향성은 이미 제도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셈입니다.
결국 관건은 지침이 단순 권고에 머무르지 않고 학교·군·공공급식과 대국민 식생활 교육에 얼마나 빠르게 반영되느냐입니다. 미국이 초가공·첨가당을 정면으로 겨눈 만큼, 한국 역시 ‘지방·고기는 만병의 근원’처럼 단순화된 프레임이 공공정책과 교육 현장에 남아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고기와 지방을 무조건 찬양할 필요도 없지만, 무조건 배척하는 낡은 도식 역시 더는 과학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이번 논쟁의 핵심은 ‘고기와 지방’의 찬반이 아닙니다. 단순 프레임을 걷어내고, 식품의 질과 가공도, 개인의 건강 상태까지 고려한 근거 중심의 식단 정보를 사회 전반에 제공하고, 그에 맞는 정책 변화로 연결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밥상은 개인의 취향만이 아니라 국민 건강과 의료비 부담, 삶의 질을 좌우하는 ‘정책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근선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