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의 기세가 실로 무섭습니다. 지난 1월 중순 강릉(56차)에서 시작된 이번 확산세는 불과 7주 만에 경남 의령(75차)까지 번지며 한돈산업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달력을 가득 메운 발생 표시를 보고 있노라면, 이것이 과연 선진 'K-방역'을 자부하던 대한민국의 현실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장 농가들은 이미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하고 있습니다. 농장 종사자 모임 금지라는 강력한 행정명령을 묵묵히 감내했고,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차단하며 차단방역의 수위를 한계치까지 끌어올렸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합니다. 방역의 문을 굳게 걸어 잠갔음에도 바이러스는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농장 내부로 침투하고 있습니다. '복불복, 재수없으면 걸린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제 현장의 의구심은 개별 농가의 방역 소홀이 아닌, 농가가 거부할 수 없는 '공통 요인'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가장 답답한 대목은 정부의 소통 태도입니다. 양성농장이 발생할 때마다 기계적으로 쏟아내는 보도자료는 이제 농민들에게 아무런 위로도, 실질적인 정보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역학조사 중"이라는 상투적인 문구와 "소독 철저"라는 원론적인 당부만 되풀이하는 사이, 농심(農心)은 타들어 가다 못해 재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종이 한 장짜리 보도자료가 아니라, 책임 있는 당국자의 '공식 브리핑'입니다.
정부는 당장 마이크 앞에 서야 합니다. 단순히 현황을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그간의 역학조사 결과 △가능성 높은 발생 원인 △향후 대응방안 등을 직접 밝혀야 합니다. 일방향적인 통보가 아니라, 현장의 농민과 산업종사자들이 품고 있는 의문을 실시간으로 해소해 줄 수 있는 쌍방향 소통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불안은 정보의 공백에서 자랍니다. 정부가 입을 닫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신은 확산되고 방역당국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할 것입니다. 20건 발생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농민의 피눈물입니다. 정부는 더 이상 보도자료 뒤에 숨지 말고 즉각 브리핑룸으로 나오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그것이 무너져가는 한돈산업을 향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도리일 것입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