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양돈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습니다. 2013년 양돈마이스터, 2022년 신지식농업인에 이어 2025년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 선정까지, 한돈 농가로는 최초로 '3관왕'의 위업을 달성한 금강축산 송일환 대표의 타이틀은 단순히 화려한 훈장이 아닙니다. 그것은 지난 36년, 악취와 질병, 수입 개방의 파고 속에서도 농장을 지켜낸 치열한 사투의 기록이자 켜켜이 쌓인 현장의 증거입니다.
'대한민국 양돈 3관왕'이라는 특별한 위업 뒤에 숨겨진 지혜를 구하기 위해 충남 공주에서 송일환 대표를 만났습니다. 송 대표는 인터뷰 내내 '현장', '경영', 그리고 '사람'을 강조했습니다.
◈ 36년 여정의 버팀목, "아내와 도드람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송 대표는 오늘의 성과를 이야기하며 가장 먼저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41세라는 늦은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해 박사 학위까지 15년이 걸리는 동안, 농장을 묵묵히 지켜준 아내의 헌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명인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고백입니다.
농장 경영의 결정적 터닝포인트로는 '도드람양돈농협 가입'을 꼽았습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재정적 어려움 속에서 도드람을 통해 사료비를 절감하며 비로소 농장경영에 안정을 찾았습니다. "한 달 사료비 400만 원 차이가 모여 규모를 늘릴 여유가 생겼고, 그때부터 환경 현대화와 스마트팜 투자가 가능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 기술의 본질은 '현장의 문제 해결'… 발효유로 시작한 사료의 혁신
송 대표의 대표적 기술인 '요구르트(발효유) 기반 액상사료 급여'는 거창한 아이디어가 아닌, 자돈의 설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박함에서 시작됐습니다. 2000년대 초반, 써코바이러스(PCV2)로 돼지들이 죽어나가던 시절, 그는 쿠쿠 밥솥에 요구르트를 발효시켜 돼지에게 먹이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우유 공장의 부산물을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사료비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돼지의 면역력을 높였습니다. 그는 이를 "산업 부산물을 사료화하는 것은 외화 낭비를 막는 애국이자 ESG 경영"이라고 정의합니다.
◈ "돈을 벌지 못하는 기술은 마이스터가 아닙니다"... 재정 관리가 성장의 출발점
그의 경영 철학은 철저히 실용적입니다. "마이스터나 명인은 기술만 좋은 사람이 아니라, 그 기술로 수익을 창출해 후배들에게 모델이 되어야 한다"고 단언합니다. 1차 산업인 농업을 '농업 경영'의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외부가 아닌 농장 내부에서 찾습니다. 사료나 정액을 탓하기 전, 환기와 물 관리부터 점검하는 '내부 성찰'이 현장 혁신의 시작이라는 믿음입니다. 방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0년 전부터 장화 갈아신기 시스템을 도입했고, 최근에는 드론과 열화상 카메라를 활용한 멧돼지 분포 조사를 지자체에 건의하며 선제적 방역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다음 목표는 '규모'가 아닌 '상생'과 '평화로운 승계'
더 큰 농장, 더 많은 두수를 꿈꾸냐는 질문에 송 대표는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며 내실 있는 경영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다음 목표는 아들에게 농장을 '평화적으로 승계'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승계는 자식에게 단순히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더불어 사는 마인드와 현장의 전문성을 온전히 전수하는 과정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배워서 남 주자, 벌어서 남 주자'는 그의 좌우명처럼, 그는 상금과 수익의 상당 부분을 지역 소외계층과 해외 우물 파기 사업 등에 환원하고 있습니다.
송일환 대표에게 양돈은 단순한 생업을 넘어선 '공유의 기술'입니다. 자신의 노하우를 숨기지 않고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함께 잘 사는 산업을 만드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 최고 농업기술명인이 걸어가는 진정한 '명예'의 길입니다.
이근선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