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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심보감(1) 농장 밖에서 생각하라!] 한국의 지형과 기후

(주)카길애그리퓨리나 이일석 이사 (leeilsuk@hanmail.net)

“보감(寶鑑)은 귀한 거울이라는 의미이다. 돈심보감(豚心寶鑑)은 돼지의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처럼 농가들이 새로운 눈으로 돼지를 살피고 스스로 되돌아보게 해 주는데 작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이일석 드림”

지난 번 덴마크 양돈을 소개했던 연재글, '알쓸신돈(바로가기)'에 이어 이제부터는 '돈심보감(豚心寶鑑)'이라는 테마와 함께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나라의 양돈 현장 이야기를 다뤄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주제는 양돈 생산성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풍수지리(風水地理)', 즉 지형과 기후에 관한 내용을 가지고 현장의 문제를 짚어 보도록 하겠다.

1. 한국의 지형과 기후의 특징은 독특하다.
많은 사람들이 농장의 시설과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 이전에 우리나라의 지형과 기후적 특성에 맞는 농장의 위치, 즉 ‘터’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갖고 있지 못하고 이렇다 할 지식도 많지 않은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농장을 건축할 때 농장 주위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농장 시설에만 집착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 원인을 모른 채 악전고투하는 농장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그러한 한국의 기후적 특성에 맞는 입지 조건을 가진 농장은 특별히 시설이 좋은 것 같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의외로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 보자.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기후적 조건에서 풍수지리를 고려하여 농장을 짓는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는 생산성적 면에서 엄청나게 많은 차이를 가져 온다. 물론 시설 보완을 통하여 어느 정도 환경적 불리함을 극복할 수는 있지만, 시설만 가지고 복잡하게 작동되는 환경 요인들을 모두 통제하기는 쉽지가 않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시설이 그리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적을 만들어 내는 많은 농장들의 공통점을 보아 왔으며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는 바로 아래의 그림이 잘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2. 농장 밖 지형 환경에 따라 생산성이 결정된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국토는 산악지형으로 되어 있고 특히, 양돈 농장이 위치해 있는 곳은 마을 한복판에서 멀리 떨어져서 산기슭 또는 산과 인접한 평지에 주로 형성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농장을 지을 때 우리나라의 변화무쌍한 8계절(봄,여름,가을,겨울 X 밤,낮)을 지배하는 계절별 주요 기단과 산악지형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농장의 위치를 정한 경우 매우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농장이 허허벌판 평지의 한가운데 위치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농장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산들은 거대한 또 하나의 시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양돈을 함에 있어서 반드시 계절별 기단의 특성과 함께 농장의 가장 중요한 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산악 지형을 고려해야만 돼지를 편안하게 키워낼 수가 있다.

즉, 농장 자체의 시설은 그다지 훌륭해 보이지 않더라도 농장을 둘러싼 자연적 지형 환경이 적합한 경우에 오히려 농장의 시설에 많은 투자를 한 경우보다도 더 우수한 생산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잘 이해가 안 되시는 분들의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 그림을 통해 예를 들어 보도록 하겠다.



위 지도 상에 표시된 A농장(노란색)과 B농장(파란색) 중 어떤 농장이 성적이 나을까? 
결론을 말하자면 지형 환경적 측면에서 볼 때 A농장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B농장은 정반대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실제 두 농장의 운명은 매우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A농장은 높은 성적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현재 총 2만5천두를 사육하고 있으며 MSY 25두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대한민국 상위 1% 이내의 성적을 만들어 내는 농장이 되었다.

B농장은 과거 1만3천두 규모의 농장이었지만, 소모성 질환이 문제되지 않던 2000년 초반 시절에도 낮은 번식 성적과 높은 폐사율을 기록했고 불행하게도 농장의 부도와 함께 지금까지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다. 

A농장은 남동쪽을 제외하고는 주변에 높은 산이 둘러싸여 있는 반면, B농장은 남동쪽만이 산으로 막혀있고 나머지는 모두 무방비 상태로 열려 있는 지형적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두 농장이 보여주는 지형 환경의 차이는 계절에 따라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걸까?
A농장의 지형적 특징은 봄, 가을의 양쯔강 기단과 겨울철 시베리아 기단으로 인해 형성되는 강한 바람의 영향을 모두 차단해 줄 뿐만 아니라 더운 여름 북태평양 기단이 몰고 오는 바람이 유속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여름철 환기 관리에 매우 유리하다. 또한 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산 너머로 빨리 넘어가게 되어 더위의 영향에서도 빠르게 벗어날 수가 있다.

반면에 B농장은 봄, 가을 건조한 바람과 특히 겨울철의 차가운 북서풍으로 직격탄을 받게 되는 위치이고 한 여름에는 서해안으로 지는 해가 아주 오랫동안 농장을 뜨겁게 달구게 되는 최악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농장의 예를 통해 농장 밖의 지형적 환경이 왜 그토록 중요한 것인지 좀 더 이해해 보기로 하자.


위의 농장의 경우는 WSY 3,000kg을 여러 차례 달성하고 있는 농장으로 시설은 평균 수준에 불과하지만, 한여름에도 수태율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성수기 출하량이 많아 매우 높은 수익성을 만들고 있다. 

여름철 오후 해가 빨리 산 너머로 사라지고 태평양 기단의 영향으로 남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농장을 훑고 지나가면서 축사 내의 환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더위 스트레스를 경감시키고 수태 성적뿐만 아니라 출하일령이나 출하체중에서도 매우 유리한 상황을 제공해 주고 있다.


반면에 위의 농장의 경우는 시설을 많이 보완하고도 여름철이면 고질적으로 모돈의 발정 문제와 저조한 수태율을 보여주었고 비육 구간에서는 출하일령 지연과 폐사 문제도 빈번하게 겪었었던 경우에 해당한다. 

농장의 서쪽 방향이 완벽하게 뚫려 있기 때문에 여름철 태양열이 늦게까지 축사에 내리 쪼이고 겨울에는 매서운 바람이 축사를 동네북마냥 마구 두드려 대다 보니 호흡기 질병을 늘 달고 살아야 한다.

3. 질병 방어를 위한 지형 환경을 고려하라.
이와 관련하여 필자의 경험에서 얻은 팁(Tip)을 한 가지만 더 보태 드리고자 한다. 
2011년 겨울은 안동발 FMD로 인한 가축의 살처분이 매일매일 진행되고 있었고 농가들은 필사적으로 소독에 매달리며 스스로 세상과의 완벽한 고립을 통해 농장을 지켜내고자 살 떨리는 공포의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당시 안동에서 발병한 FMD는 금새 파주로 튀었고 화천, 이천 지역을 거쳐 무서운 기세로 충남까지 밀고 내려 왔고, 마치 과거 한국전쟁 중 인해전술로 밀고 내려오던 무시무시한 중공군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필자는 시시각각 변화되는 다급한 상황 하에서 전국의 네트워크를 풀가동하며 FMD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대량의 속보 문자메시지를 통해 농장에 갇힌 채 답답해할 농가들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매일 실시간으로 전파해 주는 일을 하였다.

약 300여명의 메시지 그룹에 대응 지침을 상세히 설명한 대용량 메시지(MMS)를 하루 10회 이상 실시간 속보로 매일 평균 3,000건 이상 내보내다 보니 월 문자 메시지 비용만 무려 200만원을 넘긴 적도 있었다. 당시는 카카오톡 등 무료 메시지 수단이 없었다. 

농가 방문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실시간 소통 채널을 쉴 새 없이 가동하면서 지도 위에 발병 농가들의 위치를 차례대로 찍어 내려 갔다.



당시 필자가 근무하던 충청남도 권역에도 1월 중순부터 당진과 천안까지 FMD가 남하하면서 “결국 올 것이 왔다.”는 긴장감 속에 놓이게 되었고 이후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 지는 이미 안 봐도 뻔한 문제였다. 당진에서 FMD가 진행되고 이후 추가로 불이 붙었던 첫 발병지는 바로 당진과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북서쪽 방향으로 뚫려 있는 예산의 한 농장이었다.

양돈농가의 밀집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예산지역에 상륙한 FMD는 마치 논에 물을 대면 퍼져 나가듯이 발병 농가에서 남동쪽 지점으로 가까이 위치한 농장부터 순차적으로 감염시키며 확산이 되어 갔다. 그러나 먼저 발병했던 당진지역의 양돈 밀집 지역에 속하는 순성 및 합덕 지역과 인접해 있는 예산 고덕면을 포함 덕산군 지역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고 당진의 발병 농가들과 훨씬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 서산 지역 역시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어째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필자가 볼 때 이것은 당진지역과 서산지역을 사이에 두고 형성된 천혜의 방어벽인 가야산 줄기와 함께 우리나라 겨울철에 나타나는 시베리아 기단, 즉 강한 북서풍 효과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렇게 질병의 다발 시기인 겨울철에 강한 북서풍은 질병의 원인체를 바람이 향하는 남동쪽으로 밀어내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당시 주변 지형과 북서풍의 흐름 관계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FMD 전개 상황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가 있다.

필자는 이렇게 매일 전개되는 전파 상황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FMD는 사료 및 출하차량이나 인원뿐만 아니라 공기를 타고 매우 쉽게 전파가 된다는 강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4. 농장을 신축할 때는 다양한 곳의 조언을 구하라.
우리나라 농가들의 성적이 수년간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 없이 세계에서 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고 수많은 컨설팅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거듭하며 어느 순간 고집스럽게 자기만의 방식을 고수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위에서 언급한 ‘농장 밖의 거대한 지형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고 축사를 건축하고 또한 시설이나 사양 관리에 제대로 반영해 주지 못한 탓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농장의 시설을 합리적으로 설계하고 돼지를 건강하게 키우고자 한다면 농장 밖으로 나와야만 보이는 ‘지형 조건’과 눈에는 보이지 않는 ‘기후 조건’이 어떻게 형성되어 흐르고 변화하는지를 먼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최근 들어 지속되어 왔던 높은 돈가로 인해 신축 및 증축을 하는 농가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축사를 지을 때는 필히 농장 밖의 지형 환경을 고려하여 위치를 선정하고 농장 내에서 돈사의 배치를 정함에 있어서도 역시 기후 변화에 따라 생기는 바람의 방향에 맞는 돈군의 흐름을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하자.

축사는 한 번 지으면 어지간해서 바꾸기가 어렵고 일부라도 변경하는 데는 시간과 돈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따라서 만일 농장을 신축하거나 환경관리를 위해 리모델링을 하고자 한다면 좀 더 신중하게 고민하고 다양한 전문가의 엑기스 있는 조언을 받아서 100년이 지나도 끄떡 없고 최고의 성적도 만들어 주는 제대로 된 축사를 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


㈜카길애그리퓨리나의 영업팀에게는 오래 전부터 필자의 경험에서 얻었던 위의 내용들에 대해 교육하고 강조해 왔다. 이와 관련하여 궁금한 사항이 있는 경우 지역의 영업 담당자에게 문의해 볼 것을 권한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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