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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 희생농가 이야기(5)] 2세 한돈인 디디팜 이창번 대표 "희망이 없어요"

빠른 재입식을 기다리며.. 연천 2세 한돈인 디디팜 이창번 대표 인터뷰

지난해 9월 17일 국내 첫 ASF 확진 이후, 정부는 멧돼지를 통해 퍼지는 ASF를 막지 못하고 곧 전국으로 장기화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멧돼지를 관리하지 못하는 환경부의 무능력과 양돈농가만을 옥죄고 있는 농식품부의 비겁함으로 수십 년 양돈업을 해오던 농가들과 직원들은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될 처지입니다.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하라는 명분에 재산권을 박탈당하고 삶의 터전에서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그들은 ASF 희생농가들입니다. 재입식 등의 요구가 해결될 때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지난 22일 ASF로 돼지 모두를 강제 살처분 당한 디디팜(경기 연천 소재)을 '돼지와사람'이 찾아 갔습니다. 디디팜은 큰 길과 다소 떨어져 있는 숲 길을 지나야 볼 수 있었으며, 한눈에 봐도 최신 시설을 갖춘 농장 그 자체였습니다. 

 

이창번 대표는 만나자 마자 곧장 본인의 농장으로 '돼지와사람'을 안내했습니다. 직원들은 출하대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조만간 돼지가 다시 들어올 예정인 것같은 착각을 일으켰습니다.  

 

 

이창번 대표는 '본인이 직접 디자인 한 돈사에서 돼지들이 건강하고 병없이 잘 커서 성적도 좋았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농장을 함께 돌아보는 내내 이창번 대표의 눈은 반짝였고 발걸음에는 힘이 넘쳤습니다. 

 

주인(?) 잃은 돈사 시설 곳곳에는 이 대표의 아이디어와 꿈, 그리고 양돈에 대한 열정이 묻어 있었습니다.

 

 

이창번 대표는 2세 한돈인입니다. 2006년 강원대 축산학과를 졸업한 후 아버지의 농장에서 양돈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2018년 아버지의 농장을 떠나 자신만의 농장을 완성했습니다. 

 

 

이 대표는 농장을 지을 때 두 가지의 목표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생산성은 기본이고, 동물복지를 생각하는 농장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어느 질병에도 끄떡없는 완벽한 차단방역을 갖춘 농장입니다.

 

이 대표에게는 십여년 전 구제역 살처분으로 큰 아픔을 겪었습니다. 돼지를 잃은 충격으로 어머니가 중병을 얻게 된 일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또다시 살처분을 당했습니다. 이 대표의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연천에 있는 아버지 농장 역시 마찬가지로 살처분되었습니다. 

 

 

디디팜은 2018년 4월에 돼지를 첫 입식한 후 불과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정부의 예방적 살처분 명령으로 8,200두의 돼지를 모두 잃었습니다.

 

당시 재입식을 약속했던 정부는 지금은 말을 바꿔 '농장을 부수고 폐기하면 폐업지원금을 지원하겠다'고 합니다. 

 

이창번 대표는 "ASF 희생농가들 평균 부채가 14억입니다. 농가당 2,000두가 평균이니까 폐업 지원금 6억을 받으면 농가당 8억의 빚을 지게 됩니다. 대부분의 농가들의 땅값은 턱없이 낮습니다. ASF 희생농가들 261호가 재기불능이 되는 겁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28일 정부는 여름철이 지나고, 사육돼지에서 발생하지 않을 경우 멧돼지 발생상황과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9월부터는 농장 세척·소독·점검 등 재입식과 관련된 사전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늦게나마 반가운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정부가 계획대로 이행할지는 여전히 두고 볼 일 입니다. 정부는 전날인 27일에는 야생멧돼지를 이유로 발생지역 및 인근지역의 농장 돼지에 대해 살처분 및 도태 명령을 내리는 법을 공포한 바 있습니다. 

 

 

다음은 디디팜 이창번 대표와의 일문일답입니다. 

 

▶양돈업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가족은? 

강원대 축산학과를 2006년에 졸업하고 바로 양돈을 시작했습니다. 가족으로는 아내와 초등학교 5학년 쌍둥이 아들이 있습니다.

 

▶가족들도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있나요?

알지요. 쌍둥이들은 저희 농장 살처분 된다는 이야기를 저한테서 처음 들은 것이 아니라 같은 학교 친구들에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쌍둥이들이 당시 '우리 돼지 살처분 되는게 맞냐'고 물어보는데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살처분 이후 농장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습니까? 농장 직원들은?  

직원들이 11명 있었는데 지금은 6명 남아있습니다. 제가 어렵다고 모든 직원을 그만두게 할 수 없어요. 제가 다 기술을 가르쳐 놓은 상태인데, 재입식 준비 때문이라도 꼭 필요합니다. 이들 월급, 이자, 전기세까지 한 달에 삼천만 원 정도 나갑니다.

 

▶11월 초 살처분 이전 당시 상황은 어떠했나요?

10월 연천에서 ASF 멧돼지 폐사체가 나온 거예요. 2.3km 떨어졌다며 조심하라고..그런데 다음날 군청에서 보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무슨 소리냐 하고 찾아갔더니 농식품부에서 인근 농장 돼지를 모두 묻으라고 지시가 내려 온 거예요.

 

공문을 보았는데 '멧돼지로 집돼지를 살처분할수 있다'는 한 줄만 있었습니다. 군청으로 한 시간 간격으로 계속 묻으라고 농식품부에서 전화가 왔다고 하더라구요. 

 

 

▶당시 연천농가는 살처분을 거부하고 싸우겠다고 했는데 어쩌다가 살처분에 동의하셨나요? 

정부가 이동제한을 걸었습니다. 9월 17일부터 이동제한이 걸려 돼지를 농장 밖으로 일절 못 나가게 해서 농장은 말 그대로 초토화, 아비귀환 상황이 되었어요. 

 

분뇨도 밖으로 빼지를 못 하게 한 채, 넘쳐 밖으로 새면 과태료를 물겠다고 했어요. 이런 상황에서도 돼지를 굶길 수는 없으니 사료는 계속 받아야 했습니다. 돼지는 출하를 시킬 수 없고 새끼는 계속 태어나고......군청에서는 계속 살처분에 동의하라고 압박하고. 결국 버틸 수가 없었어요. 

 

농가 입장에서는 순환이 되어야 숨을 쉴 수 있는데 돼지가 똥물에서 수영하는 상황이 되니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이지요.
 

 

▶돼지를 묻을 때 당시 상황은 어떠했나요?

농장에서 안락사 후 업체가 렌더링 작업을 했습니다. 11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 걸렸습니다. 다음날인 8일에는 직원들과 함께 아버지 농장으로 가서 살처분을 도와주었습니다. 

 

결국 4일 동안 저희 농장 8,200두와 아버지 농장 2,000두, 모두 합쳐 돼지 만 두 이상이 죽는 것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남들은 지나면 웃을 수 있다고 편하게 말할수 있지만, 안 겪어 본 사람은 그 고통을 알 수 없습니다. 2011년 구제역 때는 백신도 없는 상황에서 구제역에 걸렸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지만, 이번 ASF는 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멀쩡한 돼지를 묻으라니 말이 안되지요.

 

 

▶부모님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아버지는 그냥 집에 계세요. 그런데 어머니에 대해서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11년 구제역 상황에서 당시 어머니가 정신적 충격으로 큰 병에 걸려 지금껏 요양원에 계시는데 최근 치료를 멈출 정도로 심각한 상태입니다. 

 

 

구제역 때 어머님이 그런 일을 겪어 더욱 제 농장에 투자를 많이 해 다시는 그런 일을 겪지 않으려고 잘해보려고 했는데 또 이렇게 (살처분 당하게) 되었습니다. 구제역 때는 실제 병에 걸리기라도 했는데 이번에는 아니잖아요. 


▶이번 일로 양돈농가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 관계자들도 어려운 것 같은데?

관련 산업들도 함께 무너지고 있습니다. 어제는 바이오가스 생산하는 업체 사람들을 만났는데 분뇨를 받아야 일을 할텐데 일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동물약품, 동물병원, 사료회사, 운전기사들, 육가공도 매우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이미 사업을 접고 지역을 떠난 업체들도 있습니다.

 

 

▶소송을 진행 중으로 알고 있습니다. 잘 진행되고 있나요?

저희에게 남은 방법은 소송밖에 없는데 소송도 문제가 있습니다. 지자체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게 그게 힘든 거예요.

 

당시 지자체 공무원들도 많이 시달렸어요. 살처분 후 한참 지나 물어 봤어요. 당시 어땠냐고? 공무원들이 '본인들도 죽을 것 같았다'고 하더라구요.

 

농식품부가 시켰다는 공문은 없어요. 지자체에 계속 전화로 압박만 넣는 것이지요. 지자체 공무원들은 농가에 알리면 농가들은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막 욕하지요. 농식품부에서 욕먹고 농가들로부터 욕먹고 지자체 공무원들도 정말 힘들었어요. 그런 걸 알면서도 소송 대상이 지자체가 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최근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희망이 없다는 것이지요. 저도 기자님이 농장 안에서 사진 찍자고 하니까 농장에 들어갔는데 정말 오래 간만에 들어간 거예요. 일이 있으면 직원들 시키고 가급적 농장에는 안 들어갑니다. 심적으로 많이 힘들더라구요.

 

요즘 직원들도 매일 물어봐요. 언제 돼지 넣을 수 있냐고...

 

 

▶농식품부는 농가들을 위한 정부부처인데 양돈농가들한테 도대체 왜 이런다고 생각하나요?

그냥 저희가 어떻게 되든지, 양돈산업이 어떻게 되든지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몇 년 전부터 규제가 극심해졌지, 농가를 위한 혜택이 생긴 것이 없잖아요. 항상 규제! 규제! 규제! 그것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올해 재입식 확답을 정부가 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나요?

연천군 관내 50%의 양돈농가들이 도산할 가능성이 높지요. 왜냐하면 재입식을 하려고 하면 또 돈이 필요하잖아요. 돈이 만만치 않은데 못 버티죠. 다시 돼지를 넣고 다시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쌓인 빚과 앞으로 계속 쌓일 빚을 어떻게 감당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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