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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

[기고] 농장 생산성과 동물복지 함께 안고 가기(하)

축산에서의 동물복지 – 개념 이해와 적용 방안
한국엘랑코동물약품㈜ 전략축종사업부 허재승 본부장(jaesung.heo@@elancoah.com)

[본 글은 '월간 한돈 9월호(제505호)'에 실린 글입니다. 저자의 동의 하에 게재됨을 알려드립니다. 전편(바로가기)에 이어 후편입니다. -돼지와사람]

 

 

그러면, 농장에서 동물복지 수준을 높이면서도 농장에서 크게 불편하지 않도록 만드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에 대한 해결방법은 다음 세 가지가 존재한다. ▶하나는 동물복지를 준수하는 농장에 대해서 얼마나 더 비싸게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동물복지에 대한 첨예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농장별로 조금씩 현실적 대안을 수립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동물복지 수준을 높이면서도 생산성이 별로 떨어지지 않은 혁신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다.

 

해결책 1: 동물복지 인증 축산물의 소비자 가격을 높이기

궁극적인 해결책이지만, 어느 누구도 장담하거나 보장하지 못하는 방법이다. 동물복지 인증기준이 축종별로 있고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복지 농장의 확대가 제한되는 측면은 바로 소비자 가격이 생산비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는 데 있다. 왜냐하면, 단순하게 계산해서 동물복지 인증농장에서의 생산비는 최대 두 배까지 증가하는 반면에, 동물복지 인증된 돼지고기의 가격은 두 배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 소비자에 대한 시장조사를 보면 동물복지 축산물에 대한 인지도가 높고 추가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답하지만, 축산물 판매 현장에서 느끼는 동물복지 축산물에 대한 추가가격의 한계선은 10% 내외 정도라고 한다. 즉, 일반 농장의 돼지고기보다 10% 정도만 높게 받는 것은 일반소비자들이 충분히 받아들인다고 하는데 10%라는 가격인상은 동물복지 인증에 따른 생산비 상승을 맞출 수 없기 때문에 농가입장에서는 도저히 채산성이 나오지 않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지난 10여 년간 축산물에 대한 일반 소비자의 선호도는 저렴한 축산물에서 안전한 축산물로 중심축이 크게 변화되었다. 2020년도에 추가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안전한 축산물에서 맛있는 축산물로, 차후에는 친환경 및 동물복지 축산물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소비자의 인식이나 중심 구매패턴은 아직 안전한 축산물까지인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동물복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쪽에서 축산동물에 대한 동물복지 기준을 높이기 위해 정부나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여론전을 펼치는 것보다는 일반 소비자들이 동물복지 축산물에 대해서 더욱 많은 비용을 내더라도 구매하도록 일반소비자를 움직여가는 것이 축산농가와 상생하면서도 동물복지를 빠르게 정착시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기자동차에 대해서 구매 시 국가에서 지원금을 주는 것도 전기자동차가 보다 빨리 정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적 결정이므로 동물복지 축산물에 대해서 국가에서 지원금을 줌으로써 일반소비자들에게 동불복지 축산물이 보다 빠르게 자리잡도록 만드는 정책적 판단도 추가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해결책 2: 첨예한 동물복지 이슈에 대한 농장별 대응책 마련

돼지에 있어서 가장 주요하게 부각되는 동물복지 논점은 바로 분만틀 사용 여부, 단미, 절치, 거세, 적정사육면적 등이다. 이는 동물복지 인증기준에서도 명시되어 있는 부분이며, 분만틀과 적정사육면적에 대해서는 이미 법제화되어 규제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단미, 절치, 거세에 대해서 대응안을 내부적으로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신생자돈의 송곳니를 절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거에는 모두 니퍼를 사용하다보니 이빨이 깨져서 감염증을 일으키거나 염증 부위를 통해 연쇄상구균이 침투하여 전신 감염증을 일으키는 경우도 꽤 있었다. 동물복지 인증 기준에서는 모돈 보호를 위해서 송곳니의 날카로운 부분을 갈아내는 것(연삭)은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농장에서도 연마기를 사용하는 것을 검토하면 좋을 것 같다. 연마기를 처음에는 낯설어 하지만 익숙해지면 니퍼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농장의 의견들이 많으므로 검토해보면 좋을 것 같다.

 

거세에 대해서는 유럽에서도 아직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독일에서는 2021년 1월부터 자돈을 거세할 때는 반드시 진정 및 마취를 하고 진행해야 하는 것이 법제화 되어 있다. 독일에서는 외과적 거세 및 시술 후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대부분 스트레스닐(진정제)와 케타민(마취제)를 거세 15분 전에 투여하고 시술을 진행하는데, 국내에서는 케타민(마취제)를 양돈장에서 사용하는 것이 제한되므로 자돈에 스트레스닐(진정제)를 투여해서 거세를 진행하고, 시술 후 빠른 회복을 위해서 진통제와 영양제를 추가 투여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권장할 수 있겠다. 

 

단미에 대해서는 동물복지 인증에서 기본적으로 금지하는 사항이지만 꼬리물기로 인한 피해 발생시 수의사 처방에 따라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꼬리물기는 한 농장 내에서도 상황이나 돈군에 따라서 급격하게 전환되는 특성이 있는데 노끈이나 체인을 매달아서 씹는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방법도 일부 사용되지만, 돈군 내 일부 질병의 전파가 빨라진다는 단점이 있어서 꺼려하는 농장도 많은 상황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단미를 해주는 것이 동물복지의 취지에 맞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이는 단미를 해줌으로써 꼬리물기를 통한 감염증 발생을 줄여줄 수 있다는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요컨데, 단미에 대해서는 해결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해결방안을 적용하기 바란다.

 

해결책 3: 동물복지에 부합하면서도 생산성을 놓치지 않는 방법

한돈산업에서 동물복지에 대해서 가장 역량을 모아야 할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앞서 동물복지와 생산성과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그래프에서 최소한의 복지 수준을 넘어서는 동물복지는 생산성을 떨어뜨리기 마련이라고 했는데 이는 시설과 같은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옳은 말이지만 사양관리와 질병관리와 같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흔히 동물복지를 얘기하면서 다섯 가지 동물의 자유가 충족되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①굶주림과 목마름으로부터의 자유, ②불편으로부터의 자유, ③고통, 상해,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④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 ⑤공포와 고민으로부터의 자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분만틀 사용여부, 적정사육면적은 ①, ②, ④, ⑤과 관련된 하드웨어적인 측면에 가깝다. 하지만, ③처럼 고통, 상해, 질병으로 부터의 자유를 제공하는 것은 농장의 사양관리 개선이나 적극적 질병관리와 같은 행동을 통해서 동물복지를 이룰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접근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소프트웨어적인 개선은 한번 몸에 익히기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익혀놓으면 장기적으로 도움을 준다.

 

이론적인 측면에서 ③번처럼 고통, 상해, 질병으로부터의 자유를 제공하는 것은 기존의 ‘동물복지와 생산성과의 상관관계’에 다음과 같이 대응된다. 바로 동물의 고통과 질병을 줄여주면서도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야 말로 기존의 상관관계 곡선을 우상향시켜서 동물복지와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콜롬부스의 달걀처럼 처음에는 무슨 얘기인지 감을 잡기 어렵더라도 듣고나면 바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다.

 

 

돼지에게 어떤 질병이 가장 아픈지에 대해서는 연구 내용마다 차이가 있어서 고통을 어떻게 측정할지에 대한 방법론에 대한 선행연구(A Review of Pain Assessment in Pigs - NCBI – NIH, 2016)가 진행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돼지에게 어떤 질병을 줄이는 것이 동물복지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다만, Disease of Swine에서 언급되는 고통이 있는 질병에는 다음이 질병들이 주로 언급된다. 바로, 돈단독, 모돈의 유방염, 글래서씨병, 흉막폐렴, 돈적리 등이다. 요컨데, 돼지가 이와 같은 세균성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고 필요시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농장에서의 일상적인 사양관리가 바로 생산성을 유지하면서도 동물복지를 적극 실현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부연하면, 모돈은 수유간 유방염이 발생하면 매우 큰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돼지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분만 이후 유방염 예방 및 치료시에 NSAID(비스테로이드성 해열·진통·소염제)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출처: pain-control/thepigsite.com). 추가로, NSAID는 성분별로 그 효능이 다소 상이하기 때문에 이를 잘 구분해서 약을 잘 사용하는 것은 바로 동물복지와 생산성을 동시에 높이는 활동이다.

 

예를 들어, 플루닉신 성분은 해열·진통 효과가 좋기 때문에 모돈의 유방염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좋으며 거세 후 고통을 줄이고 콜티솔 농도를 떨어뜨리는데 도움이 된다. 케프로펜 성분은 해열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열을 동반하는 질병 치료의 보조제로 사용하면 동물의 고통도 줄이고 치료 효과도 높일 수 있다. 덱사메사손은 소염능력이 좋기 때문에 염증을 줄이는 목적으로 사용하면 보다 효과적이다.

 

지속적인 한돈산업의 발전을 위해

지금까지 동물복지에 대한 개념이 만들어진 이론적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았으며 농장에서는 동물복지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좋을지에 대해서 말씀드렸다. 요컨데, 축산에서의 동물복지는 어느 정도의 사육환경을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가치판단이며 사회적 협의과정이다. 그리고, 사육환경은 시설처럼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적인 환경뿐만 아니라 돼지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한 사양관리와 질병관리와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환경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시설, 종돈, 사료를 갖춘 다음에 생산성 증가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은 사양관리와 질병관리 노하우(Knowhow)이다. 앞으로는 돼지육성에 대한 장인(匠人)이나 마이스터가 되기 위해서는 돼지를 불필요하게 아프거나 고통스럽게 하지 않게 하면서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그 노하우를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동물복지의 실현이기 때문이다.

 

지난 20여 년간 한돈산업은 적절한 가격으로 안전한 돼지고기를 생산해달라는 사회적 요구에 성공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국내 중심 축산업으로 크게 성장해 왔다. 그리고, 이제 사회적 요구는 친환경 축산과 더불어 농장동물에 대한 복지를 향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요구에 부합하는 보다 긍정적이면서 친숙한 모습으로 한돈산업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이제는 ‘한국형 동물복지와 실행방안’을 수립하고 실천해 가는데 역량을 모으길 바라며 이만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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