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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의 지나온 1000일과 다가올 1000일을 논하다

돼지와사람, 16일 돼지문화원서 'ASF 유입 1000일 한돈산업 좌담회' 개최...5가지 키워드 중심 논의

국내 ASF 누적 발생('19.9.17-'22.6.12 기준) 2,645건(야생멧돼지 2,623건, 사육돼지 22건)

 

 

지난 12일은 ASF가 국내에 유입된지 1000일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현재 ASF는 야생멧돼지를 중심으로 경기, 강원, 충북, 경북 등 4개 지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매년 사육돼지에서의 발생이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ASF는 정부(지자체)뿐만 아니라 양돈농가, 산업 모두에게 기약없는 희생과 지속적인 비용 지출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권역화 및 방역시설 강화 등의 산업 환경 변화를 강제하고 있습니다. 

 

국내 ASF는 명백히 상재화 단계입니다. 이제 전국화, 토착화 단계로 향하고 있습니다. 

 

 

돼지와사람은 지난 16일 강원 원주에 위치한 돼지문화원에서 'ASF 좌담회'를 가졌습니다. 지난 ASF 1000일을 함께 되돌아보고, 앞으로 한돈산업이 ASF 극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논의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배상건 회장(대한한돈협회 강원도협의회), 강권 회장(한국양돈연구회), 장성훈 대표(금돈), 박선일 교수(강원대학교) 등이 함께 했습니다. 

 

좌담회는 기조 발표 없이 5가지 '키워드(핵심 단어)'를 중심으로 2시간 동안 활발한 논의 속에 진행되었습니다. ASF, 멧돼지, 백신,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대한한돈협회(이하 한돈협회) 등이 선정된 키워드였습니다. 

 

 

ASF(아프리카돼지열병)

'19년 정부는 강화를 비롯해 김포, 파주, 연천 소재 전체 돼지농가와 철원 일부 농가를 대상으로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했습니다. 시군 전체 돼지를 일거에 살처분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모두 261농가가 사육하던 돼지 전체를 정부의 명령과 산업의 묵인 하에 땅에 묻어야만 했습니다. 현재에는 멧돼지를 통한 확산과 산발적인 농가 발생에 8대 방역시설 설치를 비롯해 이동제한과 사료환적, 출하 전 검사, 농장방역점검 등이 실시되고 있습니다. 

 

이날 좌담회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ASF는 무서운 질병이 아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정부와 산업 모두 ASF 유입 이전 질병에 대한 충분한 연구 및 대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때문에 질병은 과대포장되었고, 너무 겁을 먹었다고 말했습니다. 농장 선에서 차단방역을 통해 일정 예방이 가능하다는데 동의했습니다. 

 

 

배상건 회장은 "지난 일을 돌이켜보면 굳이 이렇게까지 농가들의 목을 비틀어가면서까지 ASF에 대응해야 했을까 의문이 든다"며, "ASF는 치질과 같은 질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잘 예방만 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강권 회장은 'ASF는 PRRS의 데쟈뷰'라고 주장했습니다. 강 회장은 "PRRS가 처음 국내에 들어왔을 때 PRRS에 걸리면 양돈의 미래가 없다라고 했지만, 실제 그렇지 않았다"라며, ASF도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농가가 8대 방역시설 설치를 받아들였으니, 앞으로는 정부가 불필요한, 과도한 규제는 풀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장성훈 대표는 "(ASF 유입 이전) 잔반 급이 문제로 같은 농가끼리 싸우고, '공항과 항만을 막아야 한다', '지하수 오염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 '한번 농장에 발병하면 다시는 양돈 못한다' 등의 주장이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까 다 코미디였다는 생각이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으로부터의 유입에 잘 대처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습니다. 또한, "정부가 'K-방역'이라며 발생 초기 강화 등 전체 돼지를 전부 살처분한 것을 잘 한 것인지 언제가 되었든 반드시 따져 묻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선일 교수는 "ASF를 직접 겪어보니 치명률은 높지만 전염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농장의 차단방역이나 정부의 SOP 개선 등이 (예방 차원에 있어)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농식품부와 환경부의 이원화된 방역 체계, 과학과 괴리된 농식품부의 정책 등으로 ASF 방역이 여전히 어려움과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멧돼지 그리고 ASF 백신

ASF가 농장에서 일정 예방은 가능하지만, 이를 위협하는 걸림돌이 있습니다. 바로 야생멧돼지입니다. 최근 한돈협회는 홍천 사육농가에서의 ASF 발병을 계기로 재차 멧돼지에 대한 대대적인 제거를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협회의 요구에 대해 참석자들은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것입니다. 대신 멧돼지에 대한 미끼 백신의 신속한 도입을 주장했습니다. 반면 사육돼지을 대상으로 한 백신에는 우려를 표했습니다. 

 

 

배상건 회장은 "(이제는) 멧돼지를 잡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라고 말했습니다. 원천적인 박멸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대신 농가의 방역시설을 보강하는 것을 지원하는 것이 ASF를 예방하는데 더 효과적이다"고 주장했습니다. 멧돼지에 대해서는 아직 미끼백신의 검증 전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시행해보자는 의견을 표했습니다. 

 

강권 회장은 "안성의 경우 멧돼지가 없는데도 외부울타리를 설치했다"며, 권역화 등 정부의 획일적인 정책 적용을 아쉬워했습니다. ASF 백신에 대해서는 "사육돼지에 적용 시 구제역 백신과 같이 이상육 발생뿐만 아니라 또 다른 규제가 될 것이 우려된다"며 반대의 뜻을 전했습니다. 다만, 멧돼지 백신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공감했습니다.  

 

장성훈 대표는 그동안 효과도 없으면서 지역 관광 산업에 피해만 주고 있는 멧돼지 정책을 비판하며 "이제는 멧돼지와 같이 살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멧돼지 미끼백신이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선일 교수는 "(멧돼지 ASF 방역 정책에 성공한) 체코와 벨기에와 달리 우리나라는 아무런 평가 과정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해와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며, "사실상 멧돼지 제거 효과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이미 사태 해결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것입니다. 백신에 대해서는 효능 및 안전성, 재감염 등 검토할 것이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ASF가 국가 위기 상황이므로 신속한 임상 시험 지원을 통해 백신을 개발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농식품부 그리고 한돈협회

이번 좌담회에서는 농식품부와 ASF 정책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과 지적도 있었지만, 그에 못지 않게 한돈협회에 대한 의견도 많았습니다. 농식품부가 정책 결정 역할을 하지만, 일선 농가와 산업과는 거리가 멉니다. 쉽게 변하지도 않습니다. 한돈협회는 농가와 산업을 대표하는 정책 협상 파트너입니다. 이에 농식품부에게 정책적 변화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한돈협회가 먼저 준비하고 때로는 바뀌어야 한다는게 참석자의 의견입니다. 

 

 

장성훈 대표는 그동안 농식품부와 한돈협회가 강대강으로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에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이에 장 대표는 "새 정부가 들어선 것을 계기로 협회 조직 내 강과 온, 양면의 상시 협상 채널 가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아울러 "협회가 정책 대안을 만들어 농식품부에 제안하는 문화를 만들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출범한 '한돈미래연구소'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박선일 교수는 "농식품부와 한돈협회 모두 현재 ASF 상황 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라고 말했습니다. 나아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걱정스럽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8대 방역시설이 실제 차단방역에 효과가 있는지 과학적으로 검증을 해 보자는 제안이 농식품부와 협회 모두에게 거절된 것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여하튼 해당 방역시설 추진에 있어 앞으로 농장 경영 지속성과 보상이 선결되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강권 회장은 "한돈협회와 농식품부가 정기적인 만남을 가질 것"을 주문하며, 지속적인 소통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협회와 농식품부 모두 담당자가 너무 자주 바뀌어 전문성이 떨어진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배상건 회장은 "협회가 싸워야 할 때는 싸워야 하고, 협상을 할 때는 협상해야 한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습니다. 이는 협회가 막무가내식의 반대만 일관하는 것을 경계하라는 주문입니다. 아울러 상시적인 도협의회와의 소통을 당부했습니다. 또한, 배 회장은 "정부의 ASF 정책에 대한 한돈산업 차원의 보고서인 이른바 'ASF 흑서'를 여러 차례 협회에 빠른 제작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며 이를 관철시키도록 재차 요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돼지와사람 정리(pigpeople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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