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육돈(육성용 돼지) 구제역 백신 항체양성률 과태료 부과 기준을 번식돈과 동일한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관련 기사). 현행 '30% 미만'을 앞으로는 '60% 미만'으로 올리겠다는 방침입니다.
이에 대해 최근 비육돈 항체양성률이 번식돈 항체양성률을 바짝 추격하는 양상(관련 기사)이어서 큰 잡음 없이 추진될 것으로 보았는데 항체양성률 관련 세부 내용을 분석해보니 추진 과정뿐만 아니라 이후에 적지 않은 진통과 반발이 예상됩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이하 검역본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번식돈과 비육돈의 구제역 백신 평균 항체양성률은 각각 98,0%, 93.1%입니다. 역대 최고 기록입니다. 이들 항체양성률 간의 차이는 이제 불과 4.9%포인트입니다. 평균만을 보면 비육돈의 항체양성률 과태료 부과 기준을 '60% 미만'으로 올리는 게 큰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비육돈 항체양성률을 구간별 농가 자료로 살펴보면 상황은 달라 보입니다.
지난해 12월 축종별 백신 항체양성률 구간별 농가 분포 자료를 보면 60% 미만의 번식돈 농가는 불과 1곳에 불과합니다. 비육돈의 경우 30% 미만 농가는 5곳입니다. 그런데 비육돈 항체양성률 기준을 '60% 미만'으로 하면 농가 숫자는 49곳으로 늘어납니다. 거의 10배 증가입니다.
이를 지난해 전체 자료로 살펴보면 먼저 번식돈 항체양성률 60% 미만의 농가 숫자는 31곳입니다. 비육돈 항체양성률 기준이 30% 미만일 때와 60% 미만일 때의 농가 숫자는 82곳에서 741곳으로 늘어납니다. 이번에는 9배 증가입니다.
물론 위의 자료는 농가가 중복(번식돈-비육돈, 월별)될 수 있어 실제로 과태료가 부과된 농가수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육돈 백신 항체양성률 기준을 '30% 미만'에서 '60% 미만'으로 늘릴 경우 과태료 부과 농가수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달 농림축산식품부는 대한한돈협회를 비롯해 주요 단체와 유관기관을 대상으로 이번 개정안에 대해 의견 조회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됩니다. 정부가 이들을 어떤 논리로 설득할지 주목됩니다.
현재 구제역 항체양성률 기준치(번식돈 60%, 육성돈 30%)가 미달하는 경우 그리고 해당 미달 농가가 백신 접종 명령을 위반한 경우 과태료는 1회 500만원, 2회 750만원, 3회 1000만원입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