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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대한 10가지 질문

부제: ASF로부터 내 농장과 한돈산업을 지키는 방법 / 이득흔 편집국장(돼지와사람)

[본 원고는 부경양돈 소식지 9월호(Vol.287)에 기고한 글입니다. 작성 시점은 8월 29일입니다. - 돼지와사람]

 

 

오는 9월 16일이면 우리나라에서 ASF가 발병한지 만 4년이 된다. ASF는 지금까지(8.29 기준) 5개 시도 39개 시군에서 총 3235건이 발생했다. 사육돼지에서 37건, 야생멧돼지에서 3198건.

 

최근 ASF는 겉으로 보기에는 야생멧돼지를 중심으로 전체 발견건수는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야생멧돼지에서의 발생건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발생지역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육돼지에서의 발생은 눈에 띄게 증가하는 양상이다. 혹자는 야생멧돼지 발생건수 감소를 정부의 폐사체 수색 활동이 미흡한 결과가 아닌지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합리적인 주장이다.

 

지난 4년간 ASF는 한돈산업에 큰 변화를 야기했다. 당장 경기북부와 강원도, 인천 강화 지역의 농장 숫자를 크게 줄였다. 대표적으로 김포의 경우 농장 숫자가 23개에서 8개로 감소했다. 또한, ASF는 전국의 농장에게 8대 방역시설을 반드시 갖추도록 만들었다. 출하 전 검사, 모돈 전용 도축장, 10km 방역대 이동제한 등 새로운 규제를 경험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농가는 생산성 하락과 사육비 증가 등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불행히도 이는 당분간 현재진행형이다.

 

 

‘돼지와사람’은 'ASF 실시간 현황판(바로가기)'을 지난 ‘1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발생지점을 일일이 구글지도에 점찍어 만든 발생지도를 공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연구자가 아님에도 ASF와 관련된 질문을 수시로 받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그동안 한돈산업 관계자로부터 받은 질문을 정리하고 돼지와사람의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정답이 아니다. 여러분의 생각과 비교하면서 읽어 보길 바란다.

 

1. 우리나라의 ASF 정책 목표는 무엇일까? 잘하고는 있는 것일까?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국가재난형 가축전염병이 있다. 쉽게 말해 구제역, 돼지열병, 고병원성 AI 등 1종 가축전염병이다. ASF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런데 ASF는 다른 국가재난형 가축전염병과 달리 박멸(청정화)이 목표가 아니다. ‘19년 발병 전후는 몰라도 현재는 아니다.

 

올해 3월 농림축산식품부의 ‘ASF 방역관리 강화 방안’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ASF 방역정책을 ‘발생 최소화’라고 명기하고 있다. 일정 발생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를 반영하는 모습이 사육돼지 발생에도 장관이 관련 대응회의를 주재하지 않고 있다.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는 없어진 지 오래다.

 

야생멧돼지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환경부의 경우 ‘확산 지연’이 목표이다. ‘확산 차단’이 아니다. 이를 위한 광역울타리 설치 사업은 지난 21년 충북과 경북의 5단계 사업이 마지막이다. 결국 환경부는 멧돼지를 통한 ASF의 지역 확산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충남과 호남, 영남 지역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의 지금까지의 ASF 대응은 잘하고 있다고 봐야 할까? 분명 정부가 얘기하듯이 중국이나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다른 아시아 발병 국가와 비교하면 피해를 최소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는 비교 대상이 잘못되었다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앞서의 국가와 달리 백야드(backyard)라고 불리는 뒷마당 사육이 거의 없다. 사육환경이나 수준이 다르다는 얘기다. 비교를 하자면 대만이나 일본과 비교해야 한다. 그런데 대만이나 일본의 경우 여전히 ASF 청정화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발병국과 비교하자만, 독일, 이탈리아 등 서유럽 국가와 비교해야 한다. 멧돼지와 사육돼지 모두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 우리와 같다. 벨기에와 체코의 경우 청정화에 성공한 바도 있어 우리가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이다(체코는 최근 재발병함).

 

2. ASF 박멸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언제쯤?

 

혹자는 멧돼지를 박멸하면 ASF도 박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가능성이 있는 얘기이다. 하지만, 전자가 잘못된 가정이다. 멧돼지 박멸에 성공한 나라는 지구상에 단 한 곳도 없다.

 

지난 ‘21년 9월 돼지와사람은 돼지와 관련된 수의사를 대상으로 우리나라의 ASF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물은 바 있다. 응답한 수의사 10명 가운데 8명은 앞으로 10년 이상 갈 것이라고 답했다. 2년이 지난 현재 어느덧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박멸을 논의하기에 앞서 냉정하게 대한민국의 ASF는 이미 상재화 상태이고, 전국화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비하는 게 필요할 것이다.

 

3. 국내외 ASF 백신 개발 현황은?

 

현재 사실상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가 ASF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 등은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어 일반 백신만큼이나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 백신 개발에 더욱 노력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은 자국 백신회사가 개발한 2개 백신 제품에 대해 전국적인 상용화를 허용했다. 필리핀 등 다른 나라로의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놀라운 사건이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고 있다. 우려도 얘기되고 있다. 접종 부작용 얘기는 잠시 접어두더라도, 일단 백신 접종한 그룹에서 감염돼지를 구별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백신으로 인한 변종 출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백신 접종 국가 입장에서는 해결책일지 몰라도 주변국 입장에서는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미팜과 케어사이드, 중앙백신연구소, 메디안디노스틱 등의 기업이 국내외 연구소와 대학, 검역본부 등과 협업을 통해 백신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급할 게 없다는 인식이 정부의 생각인 듯하다. 사육돼지 백신은 몰라도 멧돼지 백신만큼은 시급하다는 산업의 인식과는 거리가 있다.

 

최근 알려진 바로는 환경부 산하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멧돼지 백신 개발 시한을 ‘25년으로 설정하고 있다. ‘25년이면 ASF 바이러스가 영남과 호남 끝자락에 당도할 시간이다. 바이러스가 만연한 가운데 백신이 얼마큼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4. 백신이 ASF로부터 산업을 구원할 수 있을까?

 

백신의 효능이나 안전성(부작용) 등에서 일정 정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이다. 돼지열병(CSF)이나 구제역(FMD) 백신에서 이미 경험을 했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중국에 있다는 다른 ASF 바이러스이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ASF 바이러스는 2형이다. 백신 개발은 2형 바이러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중국에는 2형말고 1형도 있다. 1형과 2형의 재조합 변종도 있다. 이들 바이러스가 국내에 추가로 유입이 된다면 당장 개발해 놓은 백신은 무용지물이 된다. 백신이 있다고 해도 여전히 국경검역이 중요한 이유다.

 

 

5. 감염멧돼지가 없으면 사육돼지 발생 없다?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한꺼번에 사라진다면 사육돼지에서의 ASF 발생도 함께 사라질까? 가능한 얘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북한’이라는 변수가 있다. 접경지역을 넘어 바이러스가 추가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해외여행객 및 국제우편물을 통해 바이러스 유입경로도 있다. 후자의 경우 가능성이 낮다고? 당장 올해 5월 청주와 증평서 발생한 구제역을 생각해보라. 정부는 경로를 특정할 수 없지만, 이번 구제역 바이러스가 해외로부터 새로 유입되었다고 말했다. 앞서 올해 4월 관세청은 중국산 햄, 소시지, 육포 등 무려 2만 3천 개를 압수하였다. 감염멧돼지는 오늘의 문제이고, 뚫린 국경검역은 내일의 문제이다.

 

6. 8대 방역시설이 만능일까? 9대, 10대로 늘리면??

 

이 답은 간단하다. ‘21년 8월 강원 고성 18번째 사육돼지 발생 사례부터 올해 7월 강원 철원 37번째 사육돼지 발생 사례까지 모두 8대 방역시설을 완비한 농장에서 일어났다. 방역시설은 단지 수단일 뿐이다. 9대, 10대로 늘린다고 바이러스 유입 자체를 막아주지 못한다. 제대로 운영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농장 관리자 스스로 차단방역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어렵다면 외부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7. 거점소독시설 약일까, 독일까?

 

안타깝게도 현재 거점소독시설은 ‘독’이다. 시설도 천차만별인 가운데 생축차량 소독 등 여러 교차감염 이슈가 여전히 있다. 거점소독시설에서 아무리 철저히 소독을 했더라도 ASF 발생 시 역학차량으로 분류될 수 있다. 차량이 다녀간 농장은 역학농장이 된다. 정부조차 소독을 인정하지 않는 셈이다. 거점소독시설을 없앨 계획이 없다면 ‘약’으로 만들어야 한다. 시설기준과 운영 수준을 높여 농장과 농장, 도축장과 농장 사이의 질병 전파 고리를 끊는 도구로 만들어야 한다. 역학차량으로 분류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왕 제대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8. 향후 ASF 시나리오, 최상과 최악은 무엇일까?

 

국내 ASF 상황을 크게 네 가지로 구별할 수 있다. ①멧돼지와 사육돼지 모두에서 다발하는 경우, ②멧돼지에서 다발하지만 사육돼지에서는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③멧돼지 발생이 산발적인 가운데 사육돼지에서의 발생은 거의 없는 경우, ④멧돼지와 사육돼지 모두에서 발생이 없는 경우 등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②의 수준이다. 당장의 목표는 현실적으로 ③의 수준이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멧돼지 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멧돼지 백신 개발이 급하다. 강화된 국경검역도 필요하다. 또한,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제반 로드맵(전략계획) 개발이 요구된다. 연구용역이 선행되어야 한다. 상시적인 민관협력과 소통도 필수적이다.  

 

 

9. 한돈산업의 자구책은 마련되어 있나?

 

안타깝게도 단호히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일례로 4년 동안 ASF와 관련 산업이 직접 작성한 기록물 하나 없다. 피해를 얼마큼 보았는지도 구체적으로 파악이 안되고 있다. 단지 정부와 지자체(파주시)가 만든 백서만이 있을 뿐이다. 기록이 없으니 앞으로의 대응 방안이 없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산업을 아우르는 상시 대응팀(TF)을 만들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조합 및 단체 내 대응팀도 조직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ASF 상황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에 요구할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가 아니라 ‘한돈산업은 우리가 지킨다’라는 의지와 실천이 필요하다.

 

10. 정부 방역 정책에 내 의견을 전달하는 방법은?

 

명실상부 산업을 대표하는 대한한돈협회를 적극 이용하자.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는 것보다는 훨씬 쉽다. 한돈협회를 적극 지원하고, 때에 따라서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정부와 국회에 간접적이나마 의견과 주장을 전달하자. 언론에 기고글을 보내자. 지역 국회의원(보좌관)을 활용하자. 기타 교수 및 전문가를 통해 우리의 의견을 전달할 수도 있다. 어려울수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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