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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골축제가 글로벌 콘텐츠가 되는 시대

축산환경관리원 경영전략실장 한갑원(경제학 박사)

대중문화의 중심은 오랫동안 도시였다. 서울의 대형 공연장, 홍대의 거리예술, 강남의 콘텐츠 기업들이 한국 대중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졌고, 문화의 생산과 소비는 늘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농촌에서 대중문화의 새로운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농촌은 더 이상 도시 문화의 수혜자가 아니라, 자체의 감성과 이야기를 담은 문화 콘텐츠의 생산지로 변모하고 있다.

 

 

통계 역시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농촌 지역에서 열린 마을 축제, 예술제, 체험 프로그램 등의 문화 행사는 약 5,000건에 달했다. 이는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농촌이 가진 고유한 이야기와 정서를 담은 예술 콘텐츠로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다.

 

농촌을 찾는 관광객 수도 해마다 증가해, 2023년에는 연간 1,000만 명을 넘어섰다. 많은 도시민이 농촌을 찾는 이유는 단순한 자연 체험이나 힐링이 아니라, 농촌만이 제공할 수 있는 문화적 경험과 정서적 울림 때문이다.

 

실제로 농촌에서 시작된 문화 콘텐츠가 도시에서, 더 나아가 디지털 공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강원도 평창의 ‘알프스 음악제’는 고즈넉한 산속 목장과 클래식 공연이 어우러진 특별한 축제로, SNS에서 수십만 회 이상 공유되었고, 유튜브에서는 영상 조회수가 50만을 넘는 콘텐츠로 기록되기도 했다. 전북 무주의 ‘마을예술제’는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무대에 오르는 공동체 축제로 주목받았으며, 충북 보은의 ‘사과축제’는 지역 특산물을 중심으로 한 푸드 콘텐츠와 예술 체험이 결합해 젊은 세대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축제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실시간으로 확산되며 농촌의 문화가 도시와 전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가 되고 있다.

 

농촌의 문화 확산은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흐름이다. 프랑스 남부의 ‘생폴드방스’는 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예술마을로 유명하며, 일본의 ‘사토야마’ 프로젝트는 전통 농촌과 현대 예술을 결합해 농촌 재생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네덜란드의 농촌 예술공간 역시 예술 축제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도시민과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에서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귀농한 예술가, 다문화가정, 지역 어르신이 함께 만드는 공연, 폐교를 리모델링한 전시공간, 논밭 사이에서 열리는 워크숍 등은 농촌의 유휴공간이 창의의 무대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문화 콘텐츠의 양적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농촌이 진정한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단순히 도시 문화를 모방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농촌 고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발굴하고, 지역 주민들이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마을 주민과 청년 예술가가 함께 만드는 연극, 농촌의 일상과 인물을 담은 다큐멘터리 웹드라마, 지역의 전통음식과 특산물을 재해석한 요리 콘텐츠 등은 도시민에게는 신선한 경험을, 농촌 주민에게는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다. 실제로 전남 고흥에서는 할머니들이 만드는 전통 장 담그기 영상이 유튜브에서 100만 회 이상 재생되며 '시골의 진심'이라는 제목으로 도시 소비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사례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의 힘으로 사람을 연결하는 과정 자체다. 예를 들어, 마을회관 한편에서 어르신들이 음악 연습을 하고, 그 옆에서는 청년들이 전통 공예를 배우며, 외국에서 온 이주민 가족이 전통놀이를 체험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이다. 그날의 공연은 비록 작은 무대일지라도, 사람들의 표정과 박수 속에는 도시의 어느 문화 공간보다 더 깊은 울림이 있다.

 

농촌이 대중문화의 중심이 된다는 것은, 단지 문화행사를 많이 여는 것이 아니라 농촌의 정체성과 삶의 방식을 문화로 번역하여 도시와 세계에 전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농촌의 문화 콘텐츠는 디지털 플랫폼과 결합하면서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도시민들은 이제 농촌을 단순한 휴식처가 아닌 문화를 소비하고 향유하는 공간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도시와 농촌은 서로 다른 공간이지만, 문화는 이 두 공간을 이어주는 다리다. 도시의 문화가 농촌에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다면, 농촌의 문화는 도시인에게 잊고 있던 감성과 공동체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농촌이 대중문화의 무대가 되는 날, 농촌은 더 이상 소외되거나 낙후된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중심이 될 것이다.

 

이제 대중문화는 도시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농촌은 대중문화의 미래를 다시 쓸 수 있는 충분한 이야기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농촌만의 색깔과 감동을 담은 문화가 도시를 거쳐 세계로 퍼져나갈 때, 우리는 진정한 문화 다양성과 균형 발전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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