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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

[기고] 농장 생산성과 동물복지 함께 안고 가기(상)

축산에서의 동물복지 – 개념 이해와 적용 방안
한국엘랑코동물약품㈜ 전략축종사업부 허재승 본부장(jaesung.heo@elancoah.com)

[본 글은 '월간 한돈 9월호(제505호)'에 실린 글입니다. 저자의 동의 하에 게재됨을 알려드립니다. -돼지와사람]

 

 

사회적으로 첨예하게 부딪히는 이슈에 대해서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는 양쪽에서 매도 당하기 쉽다. 예를 들어, 한국인으로서 일본에 대한 태도는 극일(克日) 아니면 친일파 외에는 설자리를 찾기 어렵다. 정치에 대해서도 우리편 아니면 적으로 구분되는 흑백논리 속에서 중간자적 의견은 바로 양쪽에서 공격을 당하기 일쑤이며, 종교에 대해서는 믿음 아니면 불신 외에는 아예 선택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화할 때는 종교, 정치, 역사에 대해서는 아예 얘기를 꺼내지 말라고 조언하는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축산업을 둘러싼 여러 이슈 중에서 '동물복지'라는 테마가 바로 이와 같은 흑백논리 외에는 다른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는 것 같아서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지난 월간 한돈 7월호에 동물복지 좌담회에 대해서 정리한 내용을 보면, 동물복지에 대해서 상호간 이해를 통해서 단기적 또는 중장기적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우기 보다는 각자 자신이 속한 단체의 입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태도를 보면서 과연 동물복지에 대한 정상적인 논의가 국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의문이다.

 

동물복지에 대한 논의가 이렇게 진행되어온 측면에는 이를 둘러싼 이해당사자 간의 심리적인 측면도 간과할 수가 없는데, 동물자유연대나 동물권행동단체는 동물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 일반소비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여론전과 대정부 압박을 통해서 지금까지 관련 논의를 적극적으로 주도해온 반면에, 양돈산업(축산업)은 동물복지 실현해야 하는 현장이자 산업주체임에도 불구하고 동물복지에 대한 논의에서 소외된 체 변화와 개선을 요구받는 대상으로 전락하다 보니 동물복지에 대해서 외면하거나 최대한 늦게 시행하려는 태도를 가지게 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고 하겠다.

 

요컨데, 세계화 물결 이후에 지역적 다양성이 존중을 받는 가운데 한국형 성장 및 복지 모델에 대해서 많은 사회적 논의가 있는 것처럼 한국형 동물복지에 대해서도 이제 한돈산업에서도 중심을 잡고 제대로 얘기해볼 시기가 아닌가 한다. 특히, 유럽 및 북미라는 사회문화적 토양에서 발전되어온 동물의 권리와 보호라는 개념을 현재의 한국 축산에 그대로 적용하다 보니, 주장하는 쪽과 요청받는 쪽이 합의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바로 이 지점에서 객관적 사실과 한국 양돈업의 발전사라는 맥락의 토대에서 동물복지에 대해서 확인하고 다시 사회적 합의를 가져가는 것이 보다 현명한 방법이 아닌가 한다.

 

 

사람과 동물과의 관계 변화에 대한 역사적 맥(*인용: WVC2017, The Animal Welfare Concerns About Pig Husbandry in Europe, Thomas BLAHA)

① 도망 또는 잡으러가기 (Run away or chase)

② 가축화 (Animal domestication)

③ 노동력 또는 기계로 취급 (Animals are machine)

④ 사람처럼 희노애락이 있는 생명체 (Animals feel pain, happy)

 

농경 문명이 시작되기 전에 동물과 사람과의 관계는 '먹이에 대한 경쟁관계 또는 먹이사슬' 관계였다. 부연하면, 고대 인류가 탄수화물 등을 섭취하기 위해서 채집하는 과일이나 곡류 등과 같이 먹이 피라미드에서 1차 생산자가 제공하는 산물에 대해서는 일부 동물과 경쟁관계에 있었으며, 때로는 인류는 수렵을 통해서 동물로부터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거나 반대로 강력한 포유류 등에게 섭취 당할 수 있는 먹이사슬 관계였다.

 

총균쇠(著: 제레드 다이아몬드)에서는 위와 같은 수렵생활 이후에 동물이 가축화 하는 과정이 매우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는데 동물이 가축화 됨으로써 인류는 수렵에 따른 위험도를 낮추고, 잉여 생산 농산물을 가축에게 제공함으로써 안정적인 동물성 단백질에 대한 먹이사슬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는 종(species)으로 볼 때는 발전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였는데 인류가 경작에 성공한 작물이나 가축은 인류에게 종의 생명을 의탁하는 측면이 강화되었지만, 반대로는 가장 번성한 종으로서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가축은 인류와 공생하는 가장 가까운 동물로서 같이 지구상에서 번성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인류는 소와 말과 같은 가축들의 노동력을 경작이나 운송뿐만 아니라 전쟁 등 다양한 상황에서 적극 활용하여 왔다. 인류가 동물의 노동력을 적극 활용함에 따라서 동물들의 건강 관리가 매우 중요했는데 조선시대에 말의 건강을 책임지는 마의(馬醫)가 별도로 있었던 것도 이에 대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동물이 노동력을 제공하는 단계에 이르러서는 먹거리 동물에 비해서 인류와의 유대 관계가 보다 밀접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인류도 동물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동물과 인류와의 관계에서 보다 특수한 관계와 정서가 발전되기 시작했는데 사냥개나 목양견은 단순히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인류의 충실한 부하 내지는 친구와 같은 정서적 관계를 오랫동안 형성하여 왔다. 또한, 일부 견종은 보다 더 발전된 양상을 보였는데 앞서 얘기한 사냥이나 목양과 관련한 노동력을 전혀 제공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귀엽거나 충실한 정서적 표현을 제공해줌으로써 인류는 이에 대해서 먹이를 제공하는 유대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본격적인 애완동물(또는 반려동물)의 시작인 것이다. 이와 같은 관계의 변화에 따라서 인류는 동물에 대해서 감응력 또는 희로애락을 느끼는 생명체라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문화 역사적 발전 단계에 따라서 동물에 대한 기본 권리, 보호, 복지 등에 대한 논의가 18세기 영국에서부터 시작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한국에서 축산동물에 대한 동물복지 요구가 최근 10년 이내 크게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반려동물이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트렌드의 주축으로 자리잡음으로써 일반소비자들이 반려동물이 아닌 동물에 대해서 보다 관심을 가지게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그러므로, 각종 포탈이나 TV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콘텐츠가 점점 많아지고 관심이 높아지는 것과 맞물려서 축산동물, 동물원 내 사육동물 또는 야생동물에 대한 동물복지에 대해서 일반소비자들의 관심과 요구도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돼지는 동물복지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앞서 인류가 동물에 대한 복지를 논하게 된 것은 사람과 동물의 관계가 변화됨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된 역사적인 맥락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요컨데, 동물복지는 절대적인 과학적인 진리라기보다는 사회학적으로 해당 문명권에 속한 사람들이 동의하여 결정하는 사회적 합의에 대한 개념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비교적 동의하기 쉬운 개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이 아니라 축산에서의 돼지 또한 동물복지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조금 딱딱할 수 있지만 다음 논지를 통해서 확인해 보자.

 

① 긍정적인 또는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감정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생명체에게는 감응력(sentience)이 있다고 정의할 수 있다.

 

② 감응력 유무는 돼지를 우리와 같은 고도의 생명체로 인정할 수 있는 바로 첫번째 단계이며, 고도의 생명체라고 함은 사람처럼 이성적이냐 또는 얘기를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가로 정의해야 한다(by Jeremy Bentham). 

 

③ 돼지는 높은 지능과 호기심, 사회성을 가지고 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돼지는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며 즐거운 또는 슬픈 표정을 전달할 수 있다고 한다(by Messerli Research Institute). 

 

위와 같은 논리에 따르면, 돼지는 다른 반려동물처럼 감응력을 가지고 있는 고도의 생명체이므로 동물복지에 대한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돼지와 같은 축산동물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의 동물복지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겠다.

 

동물복지와 생산성과의 관계

반려동물과 달리 농장동물에서는 '생산성'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달리 말해서, 돼지는 돼지고기라는 축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서 사육되는 동물이기 때문에 '경제성'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돼지고기(축산물)의 가격은 시장경제에서 결정된다. 그러므로, 돼지를 사육하는 농장에서는 시장가격을 초과하지 않도록 생산(사육)비용을 운영해야 하는 것은 자명한 경제논리인 것이다.

 

동물복지는 일반적으로 농장에서는 생산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동물복지 수준과 생산성과의 상관관계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위 그래프를 정확하기 이해하기 위한 부연으로, 세로(Y축) 방향은 동물복지 수준을 나타내는데 위쪽으로 올라가면 갈수록 복지수준이 높은 것이며, 동물에게 이득이 높은 것으로 지칭한다. 가로(X축)방향은 생산성을 나타내며 우측으로 가면 갈수록 생산성이 높은 것을 의미하고, 사람에게 이득이 높은 것으로 지칭한다.

 

‘⑤최대생산성’이라는 것은 동물복지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은 농장의 생산성이 최대화되는 상황을 말한다. 잔혹함의 수준이라는 것은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거나 법제화된 내용으로서 최소한 잔혹함 이상으로 동물복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기준이 된다.

 

흔히 동물자유연대와 동물권행동단체에서 일반 시민이나 정부를 상대로 여론을 만들어서 기준을 높이려는 부분이 바로 이러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불과 십수 년 전만 하더라도 적절한 사육공간에 대한 개념이 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같은 사육공간에서 최대한 사육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에서 마리당 적정사육면적(돼지 비육돈 두당 0.8㎡)을 축종별로 정해서 위반 시 과태료 부가와 시정조치를 명령한다. 그러므로, ‘④최소복지’라는 것은 이와 같은 사회적 기준을 충족하는 상황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지점을 말한다.

 

‘③농장 내 복지수준’은 그래프에서 녹색 그래프라인을 따라간다. 따라서, 농장동물(축산업)에 있어서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기준(≒잔혹함의 수준)을 높이는 것은 생산성을 희생하여 동물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상황이 되므로,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기준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것에 대해서 농장은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다음에 계속 이어집니다(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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