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그랜드플라자 청주호텔에서 한국돼지수의사회 주최의 '2023년 연례세미나'가 열렸습니다(관련 기사). 이날 모두 14개의 주제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이날 참석자의 관심을 가장 크게 모은 주제는 'PRRS'였습니다. 'ASF'보다 더 많은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농장 중심으로 볼 때 현재 ASF보다 PRRS가 더 큰 경제적 피해를 유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고병원성에 준하는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으니 PRRS가 '발등에 불'인 셈입니다(관련 기사).
세미나에서 먼저 이향심 박사(농림축산검역본부)는 '국내에서 확인된 'NADC34 유사 PRRS 바이러스(이하 NADC34)'의 유전학적 특징과 병원성'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NADC34'는 북미형 PRRS 바이러스 중 리니지 1에 속하는 야외 변종 바이러스로 지난해와 올해 경기와 충남의 대규모 양돈농장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모돈 폐사뿐만 아니라 유산, 일부 자돈 폐사 등의 피해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발생한 미국과 중국에서의 사례 보고와 비슷합니다.
이향심 박사는 지난해 7월 발생이 의심되는 충남의 한 양돈장의 돼지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하고 'NADC34'임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바이러스의 병원성이 어느 정도인지, 백신으로 방어할 수 있는지를 실험했습니다. 실험은 7주령 자돈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9주령 부검). 바이러스 접종 결과 고열과 함께 간질성 폐렴, 바이러스혈증 등이 관찰되었습니다. 폐사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백신을 접종한 자돈에서는 폐병변이 다소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박사는 "자돈에서는 폐사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NADC34가 그렇게 심각한 병원성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NADC34의 특징이 유산이기 때문에 내년에 모돈을 대상으로 추가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향심 박사는 PRRS 사독백신을 개발하고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북미형과 유럽형 항원 모두가 포함된 2가 백신 형태가 개발 목표입니다. 해당 백신이 개발되면 PED 백신 프로그램과 같이 '생독+사독', '사독+사독' 접종이 가능해집니다. 이번 NADC34 실험에서 시험용 백신이 사용되었으며 일정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박사는 "공격접종 실험에서 사독백신을 사용한 그룹에서 바이러스혈증이 감소하고 폐병변, 조직병변 등이 완화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라며, "내년에 산업체 공동 연구로 추진을 해보려 한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진 발표에서 강기종 수의사(한국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는 NADC34의 국내 발병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했습니다. 강기종 수의사가 밝힌 피해 농장은 대부분 1000두 이상의 대군농장이었으며 모돈 폐사율이 적게는 8%에서 많게는 20%까지 발생해 충격을 주었습니다. 자돈 폐사가 유난히 많은 농장도 있었습니다.
강 수의사는 이의 예방을 위해 육성비육사에 대한 차단방역 시설 강화와 백신을 통한 모돈 면역 동기화를 제안했습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개체수가 많은 육성비육사의 경우 바이러스를 활성화할 수 있는 '핫스팟(역자주, 활성구역)'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차단방역 수준을 번식사 수준으로 개선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PRRS 백신의 경우 어떤 백신도 바이러스 감염에 대해 완벽한 방어를 나타내지 못하지만, 임상증상을 완화해 농장의 손실을 줄이고 PRRS 안정화와 농장 생산성 복귀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켜 준다"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한 수의사는 "NADC34는 생각 이상으로 많은 농장에서 피해를 유발하고 있으며, 산업 전체의 생산성이 향상되어 출하두수가 줄지 않아 체감을 못할 뿐이다"라며, "개별농장이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산업이 함께 확산과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빠른 시일 내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